박명규(65회) 교수가 본 남북통합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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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합지수 급락… 요원한 통일의 꿈 '빨간불'
정치-경제-사회분야 전부 하락세…경색된 남북관계 투영
[ 정영석 기자 ]
한반도 통일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일지수의 바로미터가 되는 남북통합지수(IKII)가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이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소장 박명규)가 12일 공개한 남북통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통합지수는 1천점 만점에 209.5점으로 집계됐다.
전년(270.9점) 보다 무려 61.4점이나 떨어진 낮은 수치를 보이며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투영했다.
부문별 통합지수를 보면 정치는 2007년 50.3점에서 지난해 14.4점으로 하락했고 경제는 37.8점에서 30.8점, 사회 역시 58.6점에서 42.5점으로 16.1점 하락했다.
정치의 경우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과 첫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2000년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추락한 적은 있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급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가 초래된 원인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비핵화 우선의 원칙, 북한의 내부정치 불안정요소로 인한 과민대응 등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정치통합지수가 경제ㆍ사회문화 등 다른 영역의 하락을 부추겼다"며 "정치부문의 과잉단절과 악화에 대한 남북 당국자들의 책임의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남북통합지수는 현재 진행되는 남북관계의 통합의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를 계량화된 수치로 평가하기 위해 서울대가 지난 2년간 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한 측정법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소장 박명규)가 12일 공개한 남북통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통합지수는 1천점 만점에 209.5점으로 집계됐다.
전년(270.9점) 보다 무려 61.4점이나 떨어진 낮은 수치를 보이며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투영했다.
부문별 통합지수를 보면 정치는 2007년 50.3점에서 지난해 14.4점으로 하락했고 경제는 37.8점에서 30.8점, 사회 역시 58.6점에서 42.5점으로 16.1점 하락했다.
정치의 경우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과 첫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2000년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추락한 적은 있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급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가 초래된 원인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비핵화 우선의 원칙, 북한의 내부정치 불안정요소로 인한 과민대응 등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정치통합지수가 경제ㆍ사회문화 등 다른 영역의 하락을 부추겼다"며 "정치부문의 과잉단절과 악화에 대한 남북 당국자들의 책임의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남북통합지수는 현재 진행되는 남북관계의 통합의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를 계량화된 수치로 평가하기 위해 서울대가 지난 2년간 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한 측정법이다.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관계자들이 12일 2008년 남북통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경시평]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음은? | |||||||||
추모시를 쓴 안도현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안함과 사랑함이란 두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임 내내 찬성과 반대를 불러일으켰던 정치인이었지만 정작 비극적인 죽음을 접하자 안타깝고 아까운 감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가 시도했던 많은 정치적 실험이 죽음으로 속죄해야 할 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안타까움을 더했을 것이고, 그토록 강해 보이던 이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남겼을 때 그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던 저간의 행동들에 대한 민망함과 자책감도 미안함이란 말 속에 담겨 있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컸다. `사랑합니다`란 외침 속에는 그가 보여준 소탈함, 탈권위주의, 서민적 인간성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는 실수도 많았지만 우직한 아름다움을 지닌 정치인이었고 바보라는 별명처럼 힘 없는 서민들이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논란도 많았지만 그는 한국 정치인 중 처음으로 대중의 사랑을 거대한 정치적 자산으로 지녔던 인물이었다. 비극적 죽음 앞에서 식어 있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솟구치는 느낌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정서가 있다. 그것은 이런 비극을 가져온 세상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다. 아직은 구체적 대상을 확정하기 어렵지만 회한의 정서와 더불어 분노의 마음을 쏟아낼 대상을 찾고 싶은 마음들이 거대한 인파 속에 담겨 있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고 추모 열기가 약해지면 미안함은 옅어지고 사랑의 감정도 추억으로 승화될 것이지만 원망의 정서는 이제부터 그 대상을 찾아 꿈틀거릴 것이다. 이미 야당은 이 사태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강렬한 정치적 충돌이 재현되고 있다. 지혜로운 국정 운영이 없으면 심각한 정치적 소용돌이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주체는 너 나 없이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깊은 애도의 진정성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출 일이다. 또한 이 애도 속에 담긴 집합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 읽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무현이란 인물이 상징했던 탈권위주의, 민주화, 서민적 삶, 지역평등 같은 가치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지금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이 서민들의 마음을 왜 얻지 못했는지 통절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비판자와 약자를 껴안을 수 있는 소통과 화해의 정치로 전환해야 하고 낡은 권위주의로 회귀하려는 욕망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야권이나 시민사회도 이 거대한 원망의 물결이 사회적 분열로 치닫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어쩌면 자신의 죽음 이후에 나타날 수도 있을 집단적 원망을 염려한 것일지 모른다. 그 부탁대로 안타까운 원망이 감정적 분노로 변해 서로를 찌르는 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추모의 마음으로 하나가 됐듯 소탈하고 서민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삶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고인의 뜻을 이뤄 가도록 마음 깊이 다짐하고 옷깃을 여밀 일이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 교수] |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전문가 “다양성과 차이 아우른 ‘연성복합통일론’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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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19일 개최한 ‘대북정책 로드맵 2020’ 워크숍에서 박 소장은 “지난 20년의 시간은 남한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북한의 경제위기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이 초래돼 한국 사회 내의 다원화와 이질화 및 통일의식의 약화, 국민국가의 약화가 심화되었다”며 “통일을 이질성과 다원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연성복합통일론’이 ‘민족공동체통일론’보다 통일의 개념을 유연하게 접근하고 교류협력의 진전이 남북연합단계로의 이행의 상관관계에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통일의 문제를 한국 사회의 장기적 발전전략과 연관시켜 “남북한을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원적인 외부 복합적인 정치공동체로 보는 새로운 상을 2020년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재성 서울대(외교학과) 교수는 “(연성복합통일론은) 군사력을 동원한 전쟁이나 급격한 충격을 동반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유연한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측면에서 상대방을 주권을 빼앗는 것이 아닌 새로운 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통일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관 서울대(법학부) 교수는 “이제는 탈냉전적인 해석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한국’(one Korea)이라는 명제를 유지·강화 해나가고 대내적으로는 남북한 간의 실질적 수렴과 통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통일이 달성되는 과정에서 또는 달성되고 난 후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주변 강국들과의 다자적 협조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제는 주변국가와 ‘건설적 연관’을 통해 통일 자체를 달성하고 통일 후 안정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서울대(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바꾸는 것이 아닌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려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은 사유재산권의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 져야 하고 교환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문화적 이질성과 다원성의 융합을 시키기 위해 사회문화 교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하고 시민의식을 확대시키는 방안으로 한류 문화를 북한에 공유시켜야 한다”며 “특히 인권정책을 심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서는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성호 대한민국 인권대사,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안찬일 서강대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등이 참석해 새로운 통일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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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21세기 지구화의 시대에 한국도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나라가 된 만큼 전통적인 `단일민족' 국가를 상정한 기존의 통일방안도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연성복합 통일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은 19일 이 연구소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새로운 통일론의 모색: 연성복합통일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1989년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은 그동안 가장 공감할 수 있는 통일의 로드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관계가 화해협력 단계로부터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최종적인 통일국가 단계로 이행하는 3단계 점진적 이행론에 근거하고 있다. 박 소장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남.북 정부가 60년 이상 지속됨으로써 남.북 각자의 국가성이 강화됐고, 남북간 경제력과 시민사회역량 등 격차가 커진 점 등을 지난 20년간의 변화로 예시했다. 연구소가 지난 1년간 공동연구한 통일방안의 대표 발제자로 나선 그는 "기존 통일방안은 통일의 최종적 목표로 하나의 단일민족 국가의 완성을 상정하는 데 비해 새로운 연성복합통일론은 전통적 민족주의보다 한반도내의 이질성과 다원성을 적극 포용하는 '열린 네트워크형' 통일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열린 네트워크형' 통일이란 한민족공동체통일 방안에서처럼 점진적이고 단계적 통일을 추구하되 무력이나 강제력보다는 문화적이고 지적이며 이질적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연성권력(soft power)'을 중시함으로써 정부 대 정부 중심의 정치적 사건으로서의 통일보다 비정부기구, 시민단체와 개인들의 유연하고도 부드러운 연결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의 연성복합통일 방안은 유럽연합(EU)처럼 정치적 통합보다 경제적 통합을 우선적 목표로 하면서 경제공동체도 "반드시 단일국가의 형태를 띨 필요가 없다"고 상정한다고 박 소장은 덧붙였다. 연성복합통일론은 특히 남한의 경우 기업, 비정부기구(NGO), 대학, 사회운동조직, 국제기구 등 "비정부적 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정치.군사적인 힘 못지 않게 외교, 문화, 학술, 경제, 기술과 같은 다양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심의 리더십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 자체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무너지거나 해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다른 발제자인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연성복합통일론은 북한체제 전환의 연착륙, 남북통합 과정의 연착륙을 중시한다"며 "연성복합통일도 궁극적으로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루려는 민족적 열망을 반영하지만, 통일 시기가 늦춰질 경우 과연 한반도가 (반드시) 근대 민족국가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새 논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박영호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통일의 주된 대상인 북한이 전근대에 머물러 근대에도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성복합통일론과 같은 '탈근대적' 접근 방식의 통일론이 적실성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북한을 다민족.다문화의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sungjin@yna.co.kr |
“매년 예산 1% 적립해 남북 경협 종잣돈 모으자” [중앙일보]
민화협·본지 공동 주최 ‘남남대화 화해공영 포럼’
“평화·통일·비핵화 … 진보든 보수든 정책 본질은 같아”
“꼴통 보수·빨갱이로 모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의견도
정부 예산의 1%를 적립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할 종잣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그는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며 “올해 정부 예산의 1%인 2조8450억원 규모를 올해부터 적립하면 향후 북한이 북·미 대화를 통해 핵폐기 단계에 진입했을 때 경협 확대에 쓸 목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정부 예산 1%를 대북 지원기금으로 적립하자는 제안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우리가 실현할 과제를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꼴보-빨갱이 편견서 벗어나야”=이날 포럼에선 ‘남남 합의를 통한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모색’을 주제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의 대립을 해소할 방안이 논의됐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보건 보수건 대북정책의 주요 핵심 단어는 ‘평화, 통일, 북한 주민의 복리 증진, 비핵화’ 등으로 상당히 일치한다”며 “과거 10년의 보수-진보 논쟁을 재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는 정부 비판만 하며 과거 회귀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보수 역시 과거 정부의 정책에서 좋은 것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덕룡 대표상임의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대북정책을 놓고 일방적인 낙인 찍기에 익숙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꼴통 보수와 빨갱이로 모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보수건 진보건 정권을 잡으면 대북관계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게 돼 크게 차이 나기 어렵다”며 “정부도 과거 진보 정권의 업적은 인정하는 게 남남 합의와 남북관계 개선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지난 정부나 지금 정부나 대북정책의 중요 담론이 포용(engagement)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통일의 반려자지만 핵·미사일 등의 비대칭적 위협에 대해선 (우리 내부에서)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장 실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남북 기본합의서와 북한이 이행을 요구하는 6·15 선언, 10·4 선언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남북은 6·15 선언, 10·4 선언을 통해 기본합의서에 담겨 있는 내용을 부분적·선택적이기는 하지만 실행에 옮겨 왔다”며 “기존 합의의 주요 내용을 발전적으로 담은 신(新)기본합의서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현승일 전 국민대 총장, 김민하 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기성 서울시의회 의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마크 지멕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채병건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2009 남남대화 1차 화해공영 포럼’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중앙일보 공동 주최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덕룡 민화협 의장(앞줄 오른쪽 둘째), 마크치멕 주한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대표(右)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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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1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대표상임의장 김덕룡)와 중앙일보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2009 남남대화 1차 화해 공영 포럼’에서 “남북 통합 과정을 준비하기 위해선 매년 예산 1%를 적립해 남북 간 공생적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데 쓸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며 “올해 정부 예산의 1%인 2조8450억원 규모를 올해부터 적립하면 향후 북한이 북·미 대화를 통해 핵폐기 단계에 진입했을 때 경협 확대에 쓸 목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정부 예산 1%를 대북 지원기금으로 적립하자는 제안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우리가 실현할 과제를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꼴보-빨갱이 편견서 벗어나야”=이날 포럼에선 ‘남남 합의를 통한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모색’을 주제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의 대립을 해소할 방안이 논의됐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보건 보수건 대북정책의 주요 핵심 단어는 ‘평화, 통일, 북한 주민의 복리 증진, 비핵화’ 등으로 상당히 일치한다”며 “과거 10년의 보수-진보 논쟁을 재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는 정부 비판만 하며 과거 회귀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보수 역시 과거 정부의 정책에서 좋은 것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덕룡 대표상임의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대북정책을 놓고 일방적인 낙인 찍기에 익숙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꼴통 보수와 빨갱이로 모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보수건 진보건 정권을 잡으면 대북관계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게 돼 크게 차이 나기 어렵다”며 “정부도 과거 진보 정권의 업적은 인정하는 게 남남 합의와 남북관계 개선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지난 정부나 지금 정부나 대북정책의 중요 담론이 포용(engagement)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통일의 반려자지만 핵·미사일 등의 비대칭적 위협에 대해선 (우리 내부에서)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장 실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남북 기본합의서와 북한이 이행을 요구하는 6·15 선언, 10·4 선언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남북은 6·15 선언, 10·4 선언을 통해 기본합의서에 담겨 있는 내용을 부분적·선택적이기는 하지만 실행에 옮겨 왔다”며 “기존 합의의 주요 내용을 발전적으로 담은 신(新)기본합의서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현승일 전 국민대 총장, 김민하 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기성 서울시의회 의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마크 지멕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채병건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남북 소통 급선무…특사 보내거나 총리회담을 | |||||||||
문정인 교수 "민간부문 대화채널 먼저 열어야" 이상만 교수 "개성공단 안전보장 장치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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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책포럼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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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파견으로 남북 소통의 물꼬를 터라` `민간 부문의 남북경협을 우선 진전시켜라` `개성ㆍ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한이 얻을 경제적 이익을 남북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라`.
북한정책포럼 출범을 기념해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북ㆍ미, 남북관계 전망과 당국간 대화 재개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토론회에선 남북간 경색 해소 등 거시적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 최대 현안인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억류와 북한의 개성공단 임금 인상 요구 협상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1994년 미군 중위 보비 홀 억류 사건과 1996년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 억류 사건의 경우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이 특사로 방북해 피억류자를 데려온 사례가 있다"며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을 추진하면 그 과정에서 남북한 정보당국간에 끊어졌던 채널도 새롭게 복원돼 향후 남북 당국간 소통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대북 특사 파견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게 된다면 남북 총리회담을 재개해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후 장관급 회담을 정례화해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하는 단계적인 대화 복원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의지는 개성 접촉과 별도로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데 있다고 본다"며 "2차 개성 접촉에서 유씨 문제를 거론할 경우 협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우리측이 먼저 중단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유씨 문제와 연계해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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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남북관계 전망을 바람직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당국간 대화가 급선무"라면서 "남북간 대화채널 존재가 정치적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남북관계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남북대화의 시급성은 북한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북관계 단절이 계속될 경우 대중 무역의존도가 심화되는 동시에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급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협력 복원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정부는 실질적 남북관계가 이뤄지도록 대선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상생공영` 정책을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야 할 것"이라면서 "당국간 채널을 먼저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10ㆍ4 공동선언에 기반해 민간 부문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창을 다시 열고 민간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국장은 대북 특사 문제에 대해 "특사를 보내는 것은 여러가지 여건과 환경이 갖춰져야 이뤄지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고, 정부로서는 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방문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김 국장은 "북한도 대화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가 언젠가는 열릴 것"이라면서 "(미ㆍ북 관계 진전에 있어) 남북대화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미국이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북ㆍ미대화에 비해) 마냥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사인 산업은행의 민유성 행장은 통일비용이 독일과 비교할 때 세간의 예측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 행장은 "실제 북한의 항만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해외자본을 들여올 수 있다면 큰 부담없이 이른 시일 내 북한의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을 통한 이익을 북한 주민들에게 분배할 경우 가구당 1억원씩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유동욱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개성공단 분위기는 차분하고 밖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잘 운영되고 있다"며 "초미의 관심사인 인건비 문제와 토지사용료 문제는 저희 나름대로 통일부와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게 우리의 자세"라고 밝혔다. 장대환 매일경제신문ㆍmbn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미 북한은 우리의 경제권 안에 들어와 있다"며 "북한 경제를 어떻게 먹여살릴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정책포럼은 앞으로 북한 핵문제와 주변국 관계, 남북 경제협력, 우리 기업의 대북 진출 등 시급한 북한 관련 현안을 하나 하나씩 진단할 예정이다. [조시영 기자 /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
[매경시평] 한국정치의 데자뷰? | |||||||||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답답한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제기되었던 물음이다.
역사의 법칙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반복이 반가울 수도 있겠고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자각에서 오히려 심오한 철학을 이끌어낸 현자도 있긴 하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유사한 잘못이 되풀이되는 현실 앞에서 안타까움과 분노, 좌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요즈음 그런 착잡한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검찰로 소환됐다. 법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청렴과 명분을 제일의 자산으로 삼았던 그로서는 직계가족과 핵심측근들 사이의 불투명한 돈거래만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면목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봉하 마을을 떠나던 그를 보면서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피할 길 없다. 권력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인가, 그가 강조했던 도덕성이 겉치장에 불과했던 것인가, 비공식적 유착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정치의 구조 탓인가 등 따라오는 생각거리도 끝이 없다.
총체적으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되풀이되는 한국정치의 현실 앞에 참담한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힘겹게나마 진전되어 오던 북한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오늘의 현실 역시 피하고 싶은 되풀이로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북한의 거친 반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형국에 처해 있다.
무언가 달라지려니 하고 기대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또?`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행태나 교착된 현실에 대한 분개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개입수단이 없는 답답함 역시 낯익은 모습이다. 불신, 압박, 반발, 제재, 위기, 협상을 반복하는 이 답답한 악순환을 다시 보는 심정은 전직 대통령의 소환 이상으로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분명 새로운 현상인데 마치 이전에 본 듯한 느낌을 데자뷰, 또는 기시감이라 한다. 엄밀히 보면 잠재된 무의식의 반영이거나 주관적 느낌에 불과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동일한 데자뷰를 경험할 때는 무시할 수 없는 객관적 근거가 있는 법이다.
실제로 전직 대통령의 검찰소환이나 북한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보면서 언젠가 보았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을 가질 사람들이 적지 않을 터이다.
이런 집합적 데자뷰는 단순한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북한문제의 비정상성에서 기인하는 실체적 이미지이고 그런 만큼 진지한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만 집합적 데자뷰의 느낌이 아무리 강하고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당연한 법칙마냥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역사의 반복`처럼 보이는 현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반복일 수가 없다.
사실 복잡한 현실을 어떤 패턴의 반복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는 주관적인 느낌이나 자기중심적 이해관계를 무비판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지적 나태함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논란이 따르는 사안이 이전에도 일어났던 현상의 단순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면 굳이 진지하게 대응할 이유가 없고 `될 대로 돼라`는 무관심이나 `우리는 별 수 없다`는 자기부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비슷해 보이는 일상, 반복되는 듯한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창의성의 핵심이다. 같은 도전이라 해도 상이한 응전이 주어질 때는 단순한 반복에서 벗어난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와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보면서 데자뷰의 감정을 넘어서는 무엇, 단순한 반복이 아닌 더 나은 변화로의 이행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된다.
데자뷰는 어디까지나 `감`일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는 열려 있으며 더 나은 가능성은 항상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
[매경시평] 北 인권개선 위한 종합 플랜 세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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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 개선 촉구 강화 우리가 풀어야할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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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런 움직임을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의 산물이자 인권을 정치화하려는 국제적 음모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는 유사한 움직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주민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북한 주민의 각종 권리가 거의 보장되지 못하거나 자주 침해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종교나 거주이전, 언론과 사상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고문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북한 인권 논의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대체로 인권은 진보세력이 중시하는 관심사인데 북한 인권만은 보수세력 의제가 되는 사례가 많다. 진보적이었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인권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는 소극적이어서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 대부분 기권했다. 반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했던 부시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북한 인권을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동안 국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시민단체들도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이 대다수다. 이명박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인권 논의에는 단순히 정권의 보수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인 계기들이 내포되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래 지속되어온 북한 경제 위기, 탈북자 증가, 남북 간 비대칭성 심화, 북한 핵실험과 비판적 북한 인식 증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 인권을 국가권력도 제한할 수 없는 인류보편적 가치로 간주하는 세계적 조류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듯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북한 내 공개처형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실용적 판단도 내포되어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가 자칫 낡은 진보ㆍ보수 이념 논쟁으로 퇴행하기 쉽다는 점에 늘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권의 보편성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인권은 북한 문제이기 이전에 보편적 인권 문제이며 따라서 북한 인권과 우리 사회의 인권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내부에 훈훈한 휴머니즘의 두터운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 북한 인권 논의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첩경이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 인권상황을 증진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구상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일상적 삶을 억압하는 구조가 무엇이며 왜 존속하고 있는지, 그 개선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실천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곤궁함과 질병에서부터 북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작금의 논의를 계기로 북한 사회의 변화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도 더 높은 수준의 인간성과 정의감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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