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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일 "떠나는 허 감독이 축구협회 수뇌부 관계자에게 '정해성 코치가 대표팀을 맡아서 이끄는 게 좋은 대안일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재충전의 필요성과 협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첫 원정 16강을 이룬 현 대표팀의 자연스런 정권교체와 연착륙을 위한 적임자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정 코치를 천거한 것이다.
허 감독과 정 코치는 90년대 중후반부터 10년 이상 올림픽대표팀과 K-리그(전남 등)에서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또 2000년 히딩크 감독이 A대표팀 감독에 부임할 때도 허 감독은 정 코치와 김현태 GK 코치에게 대표팀에 남아서 일하라는 당부를 했었다.
A대표팀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허 감독은 정 코치에게도 이번에는 '네가 한 번 해보라'는 당부와 추천을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이미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회택)가 고려하고 있는 차기 감독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위원회는 오는 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모여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사령탑 후보군으로 정 코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학범 전 성남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후보로 외국인 감독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홍명보 감독은 "A대표팀 감독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하지만 올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제의를 받기도 전에 서둘러 대표팀 감독 자리와 거리를 뒀다.
축구협회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차기 사령탑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매달 A매치가 잡혀 있고, 내년 1월에는 아시아 최고 팀을 가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이 있다. 따라서 A대표팀 사령탑을 오래 비워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 선임 작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성공한 지도자 허 감독이 떠난 자리이기 때문에 후임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한국적 정서상 앞으로 있을 A매치와 내년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대표팀이 부진할 경우 감독 자리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홍 감독이 서둘러 A대표팀과 거리를 두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력 후보인 정 코치는 2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아직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 허 감독님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고 깔끔하게 물러나는 게 좋은 그림인 것 같다"면서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고민부터 하는 것도 모양새가 그렇다. 제의를 받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겠지만 현재로선 제의를 받더라도 정중하게 사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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