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8개월만의 감격' 엄정욱(91),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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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8개월만의 감격' 엄정욱(91), "담담하다"
[OSEN=목동, 강필주 기자]"아무렇지 않은데요".
5년 8개월. SK 와이번스 엄정욱(29)이 다시 승리를 만끽하기까지 걸린 날이다.
엄정욱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으로 1실점, 시즌 첫 승(1패)을 거뒀다.
지난 2005년 8월 21일 수원 현대전에서 구원승을 거둔 이후 1694일만의 첫 승리였다. 4년 7개월여만이다. 선발승으로 치면 2004년 8월 10일 문학 현대전 이후 2070일만의 감격이었다. 무려 5년 8개월이 걸렸다.
때문에 모두들 단순한 승리 이상이라 여겼다. 엄정욱의 눈물까지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엄정욱의 첫 소감은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아무렇지 않다. 담담할 뿐이다"는 그는 "포수 박경완 선배가 요구하는 대로 내 볼만 던진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어깨, 팔꿈치 등 세 번의 수술로 인한 재활로 굴곡의 나날을 보냈던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나는 소감이었다.
말수가 적고 말주변이 없다는 이유로 이날 방송 인터뷰까지 사양했던 엄정욱이라는 점에서 걸맞은 소감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초반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제구가 되지 않았지만 박정권과 최정의 수비가 좋았고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 부담이 없었다"고 조근조근 설명에 나섰다.
이날 엄정욱은 총 86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가 47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 151km에 달한 직구를 전면에 내세운 엄정욱은 108km까지 떨어진 커브를 비롯해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넥센 타선을 요리했다. 4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다가 5회 클락에 맞은 이날 유일한 안타가 적시타로 연결돼 아쉬움으로 남았을 정도였다.
엄정욱은 "작년에는 포볼이라도 주면 눈치가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엄정욱의 이날 승리는 SK이 선발 로테이션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승리라 할 수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