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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2010-02-02 13:00
'출퇴근길 200km' 두산 신고선수 전준홍(101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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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200km' 두산 신고선수 전준홍(101회)의 꿈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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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오후 6시 잠실종합운동장. 2009-2010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치르고 2시간 정도 지난 뒤라 줄줄이 주차돼 있던 자동차도 거의 빠져나가 야구장 근처는 한산했다.

이 때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운동을 마친 두산 베어스 2군 선수들을 실은 버스가 정문 앞에 섰고 차에 타고 있던 선수들은 서둘러 내려 귀가를 재촉했다.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8명과 선수 48명으로 구성된 1군 선수단은 일본 미야자키로 43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떠난 가운데 남은 선수들은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합숙을 하거나 혹은 출퇴근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스케줄로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은 월요일이 휴식일이라 이날 버스에 몸을 싣고 잠실야구장에 도착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

선수들 사이에는 187cm, 86kg의 이상적인 체격을 갖고 있는 중앙고 졸업예정자 전준홍(19.외야수)도 끼어 있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신고선수로 프로에 뛰어든 그는 합숙대신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전준홍은 입단 이후 잠시 집을 나와 자취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집에서 다닌다. '엄마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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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힘든 게 아니라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큰 일이에요. 빨리 차 사고 싶어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승용차 구입을 운운하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 그의 집은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아파트. 잠실구장에서 오전 8시 40분 이천으로 출발하는 구단버스를 타기 위해선 새벽 별보기 운동을 하듯 6시 정도에 집을 나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3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잠실구장에서 다시 이천으로 향하는 거리는 64km. 한 시간 정도 걸려 훈련장에 도착해 오전 오후 훈련을 소화한다.

하루 이동거리는 총 200km. 매일 그 정도의 거리를 통학하거나 출퇴근 하는 이들도 허다하지만 몸을 재산으로 하는 프로선수로서는 체력 소모가 크다.

"합숙은 지방선수를 우선 순위로 배정하신 거 같아요. 운동 끝나고 바로 숙소로 향하는 동료나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전 매일 훈련 외적인 것에 힘을 쏟는 거 같아 속상해요."

장거리 통학의 운명은 중학교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민락초등학교 졸업 이후 야구명문중학교를 찾아 나섰고 자양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이내 통학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야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중앙고에 진학했고 역시 종로구에 위치한 학교와 집의 거리는 30km. 그나마 합숙생활이 대부분이라 견딜만했다.

중앙고에서 좌익수로 뛰었던 전준홍은 팀 성적이 신통치 않아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2009시즌 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3게임에 출전 13타석 12타수 5안타 타율 4할1푼7리로 타격 2위에 올랐고 출루율 부문 4위에 오르는 등 시즌 초반엔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팀 성적이 나쁘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안일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아예 청룡기 이후부터는 안타 한 개 못치고 시즌을 접었죠."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으면서 프로진출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결국 지명되지 못했다.

프로입단 이후 전준홍은 먼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진리를 깨달으며 스스로의 과거를 더듬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 속에서도 유일한 위안거리는 코칭스태프가 건네는 짧게 건네는 한마디의 칭찬과 관심이다.

"좋아졌다고 하시면 며칠 동안 힘든 걸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부담도 커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두산의 외야는 1군뿐만 아니라 2군도 쟁쟁하다. 그 속에서 정식 선수가 돼 한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은 필수. 전준홍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만원 관중 앞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외야에 서는 그날을 그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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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기엔 저의 운동하는 모습이 설렁설렁하는 거 같이 보이나 봐요. 손바닥에 굳은살도 잘 배지 않고(웃음) 아무리 빨리 뛰고 열심히 해도 대강하는 것 같대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전준홍은 '남들에게 비쳐지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 대해 언급했다. 남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해도 뭔가 충분치 않다는 시선이 마음에 걸린다며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근 그는 운동 외적인 것에 시간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미니홈피를 닫았다. 힘든 하루를 보낸 뒤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고 또 동기나 친구들과의 소통의 공간이지만 자신은 그것조차 누릴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꾸 누가 왔다갔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그러다 보면 답글도 쓰죠. 두산 팬들도 많이 방문하시고.(웃음) 그런데 의외로 인터넷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요. 그래서 결단을 내렸죠. 그 시간에 부족한 잠을 더 자는 게 낫다 싶어서요."

고교시절 길거리 캐스팅이 되기도 했던 전준홍은 호남형의 준수한 외모를 갖췄지만 성격상 그런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신 야구를 통해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겠노라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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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두산의 신고선수고 또 좌투좌타 외야수라 김현수 선배님과 비교를 하시거든요. 정말 부담스럽죠. 제발 그런 이야기는 꺼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2의 김현수'가 아닌 '제1의 전준홍'이 되라는 덕담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내일의 태양이 자신을 비출 것'이라고 믿고 사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초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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