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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하면 생각나는 홍성흔 (86회)
'오버'하면 생각나는 홍성흔 (86회)
프로야구에서 '오버'하면 생각나는 선수는 단연 홍성흔이다.
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안타 하나만 쳐도 얼굴은 마치 홈런을 친 것 같은 비장함이 묻어나고 수비를 마칠 때마다 덕아웃 앞으로 나가 돌아오는 동료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떤 이들은 과한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LG 박용택과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는 롯데 홍성흔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라고 했더니 절반 가까이가 오버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만큼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홍성흔의 오버는 각인이 돼 있다는 뜻. 홍성흔은 그 '오버'가 바로 열정이라고 했다. 12일 삼성과의 경기전 만난 홍성흔은 "중요한 경기를 해야 하니 짧게 하시죠"라고 제법 진지하게 말하더니 막상 동료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재미난 표정으로 응했다.
<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홍성흔
―몸을 뒤고 당겨놓고 치는 것 같은데 어떤 기술적 변화가 있었나.(SK 박재홍)
▶우선 타격의 달인이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여기 와서 공을 뒤에 붙여놓고 인에서 아웃으로 밀어치는데요. 센터 방향 우측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치니 타구방향이 골고루 나오는 것같아요. 포인트를 뒤로 놓고 치는 게 밀어치는데 유리합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는데 치기 전에 왼쪽 어깨를 닫아놓기 위해 1루수를 본 뒤 투수와 눈을 맞추는데 그때 1루 코치가 사인을 가르쳐 준다는 소문이 나돌더군요. 그건 사실이 아니고, 그렇게 야구 안해봤습니다.
―작년에는 우연으로 한해 반짝인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는 더 잘한다. 대체 뭔 일이 있었던거냐. (히어로즈 황두성ㆍ동기)
▶(크게 웃으며) 나도 작년에 반짝인줄 알았다. 올해는 잘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어. 집중도 많이 했고, 아무래도 여긴 많은 팬들이 호응을 해주시니까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또 김무관 코치님이 내가 모르던 타격에 대해 알려주셨다. 두산때 김광림 코치님에게도 많이 배웠는데 거기에 더해서 타격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
―타격할 때 손바닥 앞으로 내미는 건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인가. 혹시 와이프가 그렇게 시켰나.(삼성 박진만) 그거 왜 하시는 건가요.(히어로즈 강정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와이프가 시키긴요. 당연히 제가 한거죠. (강정호에게) 그건 나만의 암시라고 할 수 있어. 손의 방향대로 센터와 라이트 사이로 치겠다는 뜻이지. 사실 캠프 때부터 했는데 시즌 때 하려니까 좀 창피하더라구. 또 오버한다고 뭐라고 할까봐 안했는데 먹고살려다 보니 하게 됐다.
―포수할 때 투수의 빠른 공에 밀리지 않는 미트질이 최고였는데 비법을 좀 알려주십시요.(LG 김태군)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이제 포수 떠난지 오래됐는데…. 미트질은 반복 연습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센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이 오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니까. 빠른 공이 올 때는 준비동작을 빠르게 하고 손목의 힘을 빼고 오는 타이밍에 딱 끊어준다고 생각하고 잡는게 요령이다. 근데 그런 미트질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박용택 선배와 타격왕 경쟁하느라 힘도 드실텐데 솔직히 그대로 경기 안 나가고 쉬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두산 김현수)
▶작년엔 네가 괴롭히더니. 올해는 박용택이 괴롭힌다.(홍성흔은 지난해 김현수와 타격왕 경쟁을 하다 2위가 됐다) 놀리냐. 힘들어 죽겠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는데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런데 지금 팀 사정상 타격왕은 말도 못꺼낸다. 수비를 하면 힘들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지명타자라서 무조건 나가서 해야 해. 변명이 필요없어. 또 순위가 결정난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출루해서 득점, 타점을 올려야 해. 타격왕은 접어두고. 어떻게든 이기는게 큰 목표야. 아직 롯데가 희망이 없는게 아니잖아. 난 그 기적을 이루고 싶다.
―지금 타격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요즘 왜 잘 안맞냐.(롯데 최기문)
▶지금 안맞을 타이밍이 왔고, 또 맞기 시작하면 잘 되거라고 생각해요. 배팅 칠 때 감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성흔은 인터뷰 뒤 삼성과의 2경기서 8타수 5안타를 터뜨렸다)
―제스처가 큰데 팀 사기를 위해 그러는건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기분을 업하기 위해서인가요.(KIA 이용규)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할까. 많이 자제하고, 보기 싫게 안하려고 노력하는데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부분도 있어. 용규 말대로 내 감정에 못이겨서 오버를 할때도 있는데 팀을 위해서 하는 오버도 있어. 오버했을 땐 상대에 미안한 감도 있고, 후회한 적도 있고, 머리로 올까 걱정도 가끔해.(웃음)
―결승타도 아니고 중요한 순간도 아닌데 꼭 오버하면서 나가야 하냐.(히어로즈 송신영ㆍ동기)
▶(안타쳤을 때의 기분을 연상하는 듯 감격적인 표정으로) 네 볼을 너무 못쳤기 때문에 치면 너무 기뻐. 그래서 그런거야.
―대체 그 식상한 파이팅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거냐.(두산 임재철ㆍ동기)
▶난 이거 아니면 할 게 없어. 너처럼 수비에서 허슬플레이나 파인플레이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벤치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오버스럽게 보이면 미안한데 팀과 선수들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 사실 하기 싫을 때도 많아. 그래도 우리 팀에 애착이 많이 가고 어떻게든 성적을 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형, 안타치고 1루 나가면 꼭 박수치던데, 그거 꼭 해야 하는 거에요. 다른걸로 바꾸실 생각은 없으세요. (두산 김선우ㆍ1년 후배)
▶어떤 걸로 바꿔줄까. 그냥 무의식 중에 나오는거야. 자화자찬 하는 거지. '잘했어 성흔아'하고. 하다보니 되더라. (갑자기 욱하더니) 근데 두산에서도 했는데 그땐 괜찮았고 이제 다른 팀 가니 꼴보기 싫은가보지?
―홍성흔 선배한테 '오버'란? 오버할 때 후배들에게 민망하지 않으세요?(히어로즈 강귀태)
▶오버는 나의 밥줄. 강귀태 너도 오버 심하던데. 그리고 오버가 민망하지는 않아. 그걸로 10년 해왔기 때문에 그 매력이 없어지면 나는 야구계를 떠나야지. 난 오버도 열정이라고 생각해. 그 열정이 식으면 은퇴해야지. 너도 오버 많이 해. 근데 유니폼 뒷주머니 안을 밖으로 빼는 거 하지 마(강귀태는 혀를 내밀어 '메롱' 하는 것을 연상해 유니폼 뒷주머니를 밖으로 빼서 입는다) 대신 야구장에서 파이팅 내는 걸 하라구.
―프로야구 1등 오버맨인데 선배를 능가하는 또다른 오버맨이 있나요. (삼성 현재윤)
▶현재윤이지. (황당하다는 듯) 이건 자기 얘기 해달라는 거야 뭐야. 기사에 나오고 싶어서 물은 거야? 난 현재윤이라고 생각해. 강귀태도 오버하고…. 오버하는 애들이 나한테 그런걸 물어보네.
―경기중에 오버를 했는데 팀이 패하면 라커룸에서 분위기는 어떻게 이끌어가시는지.(LG 박경수)
▶똑같아. 지면 조용히 실내 연습장에 연습하러 간다. 이기든 지든 가는데 지는 날엔 반성 배팅을 더 열심히 해야지.
―범타 치고 나서도 표정이 밝은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보통 타자들은 그렇게 안하는데 선배님은 어떻게 그러시나요.(SK 정근우)
▶(생사람 잡지 말라는 표정으로) 안 밝아. 절대 안 밝아. 뭐야 이건. 표정이 밝아서 그런가. 죽을거 같애 짜증나서. 그래도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기분 나쁜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지. 속에선 끓어.
―두산과 롯데의 팀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지요. (두산 김현수)
▶설명하긴 좀 어려운 부분인데…. 두산에서는 후배들이 선배들을 어려워한다고 할까. 눈치보는게 좀 있는데 여긴 없어. 자유스럽고 편안해. 두산은 선배를 많이 어려워 하면서도 자유스러운데 여긴 좀 더 자유스럽지. 미국 스타일이지.
―얼마전에 보니 배팅 장갑에 한자로 王자 새겨놓았던데, 그거 무슨 뜻이에요. 타격왕에 대한 다짐인가요. (두산 김선우)
▶내가 쓴게 아니고 (최)기문이 형이 나더러 타격왕 할 수 있다며 써준 거야. 내가 쓰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문이형이 "아냐 아냐 잘 할 수 있어. 넌 왕이야"라고 말하면서 써줬다.
―타석에서 가끔 저를 흘끔흘끔 쳐다보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저를 좋아하시는거 아녜요. (히어로즈 강귀태)
▶(듣자마자) 미친 X(웃음). 쳐다보긴 내가 왜 쳐다봐. 볼인데 스트라이크라고 막 우기고 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는 거다. 그렇게 선배를 삼진잡고 싶나. 오버맨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나.(웃음)
―혹시 네 별명 '자라'라고 기억나나? 중고등학교 때 네 별명이었잖아. 그때 자라 목처럼 움츠리고 뛰어다녔는데 요새는 왜 그렇게 안 뛰나. (히어로즈 송신영)
▶(씩 미소지으며) 맞아, 자라였지. 목을 집어넣고 뛴다고.. 근데 나이먹어서 그렇게 뛰면 촌스럽잖아. 고등학교 때처럼 못나게 뛰면 되겠냐.
―국가대표로 갔을 때 현진영의 '흐린기억속의 그대'란 춤을 너무 잘추더라. 평소에 얼마나 연습하고 그런거 보여주는 거냐.(한화 김민재)
▶어렸을 때 꿈이 백댄서부터 시작해서 가수되는 거였어요. 따로 연습한 건 아니고 TV에 나오면 잘 따라하는 편이죠. 대학축제때는 댄스그룹을 만들어서 1등하기도 했어요. 나만의 끼인 것 같다요. 그런 걸 좋아하고. 대표팀 가서 분위기 띄우려고 췄죠.
―아마추어 대표팀에 같이 있을 때는 굉장히 친했는데, 제가 메이저리그 갔다와서는 서먹한 느낌이 좀 있습니다. 도대체 저를 왜 이뻐해주지 않나요.(KIA 최희섭)
▶맞아 우리 아마때는 친했는데. 네가 메이저리그라는 큰 물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조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야. 다가가기 힘든 스타가 돼 있었잖아. 너는 그렇게 생각 안했겠지만 조금 다가가기 힘든 모습도 있었어. 근데 네가 그렇게 얘길하니 내가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네. 앞으로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친하게 대해 줄게.
질문자들 = 박재홍 정근우(이상 SK) 황두성 강정호 송신영 강귀태(이상 히어로즈) 박진만 현재윤(이상 삼성) 김태군 박경수(이상 LG) 김현수 임재철 김선우(이상 두산) 이용규 최희섭(이상 KIA) 최기문(롯데) 김민재(한화)
<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