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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보다 팀 승리’…어느 고교 선수의 희생정신
중앙고 이상원 사이클링 히트 앞두고
밀어내기 볼넷 골라 팀 승리 기여
감독 “대기록보다 팀 승리 앞장…대견”
한 고교야구 선수가 눈앞에 다가온 대기록을 포기하고 희생정신으로 팀 승리에 기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중앙고 주장이자 포수 겸 4번 타자인 3학년 이상원(18)이다. 그는 5일 서울 신월구장에서 열린 세현고와의 고교야구 주말리그 서울·인천권 경기에서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을 눈앞에 두고 포기했다.
이상원은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쪽 3루타, 3회 두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쪽 2루타, 5회 세번째 타석에서 볼넷에 이어 6회 네번째 타석에서 좌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야구 선수가 평생 한번 하기 힘든 ‘히트 포 더 사이클’에 가장 쉬운 단타 하나만을 남겨뒀다.
경기는 6회까지 11-4로 앞서 세현고가 7회초 점수를 내지 못할 경우 콜드게임으로 끝날 판이었다. 그런데 세현고가 7회초 무려 5점을 뽑아 중앙고는 11-9까지 쫓겼다. 이상원의 타석 기회가 찾아온 것은 다행이었지만 팀은 대역전패의 위기에 몰렸다.
중앙고는 7회말 2사 만루의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이상원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단타를 치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던 상황에서 이상원은 상대 투수와 풀카운트(3볼-2스트라이크)까지 맞섰다. 그리고 6구째 낮은 변화구를 욕심 내지 않고 골라내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었다. 스코어는 12-9로 벌어졌고, 중앙고는 8회말 1점을 더 보태 13-9로 이겼다. 그러나 이상원의 타석 기회는 더는 오지 않았다. 이상원은 이날 2루타와 3루타, 홈런에다 볼넷 2개를 골라 3타수 3안타에 무려 7타점을 작성했다.
경기를 지켜 본 한 야구 관계자는 “이상원 선수가 욕심을 부렸다면 낮은 변화구라도 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이라며 “어린 학생 선수답지 않게 대기록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원은 4일 배재고와의 경기(1-4 패)에서 2안타, 2볼넷의 4연타석 출루를 포함해 9타석 연속 출루에도 성공했다.
중앙고 서효인 감독은 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시 팀으로선 추가 득점이, 1점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상원이도 대기록 욕심이 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상원이가 팀의 주장으로서 욕심부리지 않고 인내하며 대기록보다 팀 승리에 기여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서 감독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쉬운 단타를 앞두고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게 안타깝기도 하다”며 “내면적으로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고,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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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ports/baseball/892765.html#csidxed89f7dc1e9181493dd962d29293c4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