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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51회 작성일 2014-12-05 09:06
야구선수 학부모 ‘쩐의 전쟁’[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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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아웃사이드 파크 [21] 야구선수 학부모 ‘쩐의 전쟁’[일요신문]
“초중고 졸업시키는데 ‘억소리’ 납니다요”

[제1177호] 2014년12월01일 10시29분


[일요신문] 재능이 있다고 누구나 꿈을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더 이상 야구는 글러브와 공, 배트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얌전히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어느 날 “나 야구 선수 될래”라고 선언하는 그 순간부터, 부모는 엄청난 유·무형적 투자를 각오하고 또 감수해야 한다. 돈과 시간을 모두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들이 성인이 되고 프로 구단에 입단해야 비로소 부모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챙겨야 하는 고된 뒷바라지에서 벗어난다.

물론 그 후에도 매일같이 아들의 성적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하는 ‘감정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프로에서 성공해 억대 연봉을 받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2군을 전전하다 방출이라도 당하면 그간의 투자들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간다.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켜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을 하려면, 최소한 1억원은 넘는 돈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과 학교, 선수마다 상황이 다르긴 해도 꼭 필요한 ‘투자’ 금액의 기준은 있기 마련이다.

#야구부 회비만 6년 7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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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자식을 야구선수로 키우려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고교야구 대회에서 선수들이 관중석에 큰절을 하는 모습. 일요신문 DB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야구부 회비다. 학교별로 매달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까지 꼬박꼬박 내야 한다. 평균을 100만 원으로 잡아도 중·고등학교 6년간 7200만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돈이다. 실제로 야구부 회비 때문에 학창시절 아픔을 겪어야 했던 선수들이 많다. 야구를 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집에 돈이 없어 야구부 회비를 내지 못했을 때’를 꼽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부모가 지방에서 수산업을 하던 A 선수는 현 소속팀에 2차 지명 1순위로 지명 받을 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고교 때 회비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잠시 야구부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다. 그는 “어린 마음에 왜 갑자기 운동을 쉬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 진짜 이유를 알고 나서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버지가 외환 위기 때 직장을 잃었던 B 선수 역시 학창시절 어머니가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며 겨우 뒷바라지했지만, 끝내 회비를 채우지 못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B 선수의 어머니는 “우리 대신 고모가 회비를 내줘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고모가 아들을 함께 키운 셈”이라며 고마워했다. 다행히 A와 B는 프로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처럼 성공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이 회비는 고스란히 부모의 빚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회비 말고도 들어갈 돈은 많다

학교는 야구부를 위해 최소한의 지원만 한다. 딱 팀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다. 감독과 코치들의 월급, 기본적인 야구 장비, 운동장 제공 등이 해당된다. 나머지는 다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선수가 경기하다 부상을 당하면 당연히 선수 부모의 돈으로 수술하고 치료한다. 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거나 4강에 들면 학부모들이 수십만 원씩 돈을 모아 코칭스태프 보너스를 준다. 해외로 전지훈련이라도 가게 되면 항공료와 숙박비를 포함해 한 번에 최소한 300만 원은 든다. 대회 출전경비는 물론 따로 내야 한다. 전국대회에 참가할 때면 버스를 대절해 이동하고 서울에서 숙박하느라 또 추가로 돈이 든다. “우승한 뒤 기뻐하는 아들을 보고 벅찬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우울했다”는 어느 학부모의 고백이 괜한 말은 아니다. 특히 예전에는 고교 때 부상으로 한참을 쉬었거나 더 유리한 시기에 신인드래프트에 나서기 위해 1년 더 학교를 다닌 뒤 졸업하는 선수들이 간혹 나왔다. 그렇게 되면 부모의 부담은 1년 더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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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초등학교와 본리초등학교가 3월 1일 삼성기 초중등 야구대회 초등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점점 늘어나는 야구 ‘과외’ 비용

그 유명한 사교육, 이른바 과외 수업에 대한 부담은 예체능 계열에서 오히려 더 심하다. 부모는 아이 교육을 위해 모든 돈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 요즘에는 은퇴한 프로 선수들에게 개별 레슨을 받는 리틀 야구 선수들이 많아졌다. ‘선생님’이 프로에서 제법 준수한 경력을 갖고 있다면, 시간당 레슨비가 10만 원 안팎으로 치솟는다. 그래도 부모는 아들이 야구를 못해 늘 벤치만 지키는 게 더 가슴 아프다.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C 선수의 어머니는 “남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한 야구를 우리 아들은 늦게 시작했으니 따로 개인지도를 받아서라도 따라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악용하는 인물들도 있다. 은퇴한 한 프로야구인은 투수 과외를 해주겠다면서 1년에 수천만 원의 레슨비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학교에서 지원하는 장비 외에 개별적으로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일도 많다. 가끔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모교에 야구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 후배들은 그저 고마울 따름. 그러나 자주 잡을 수 있는 행운은 아니다.

#몸이 재산, 잘 먹이는 데도 돈이 든다

프로야구 선수는 ‘몸’이 가장 큰 재산이다. 어릴 때는 제법 체격조건이 좋아 운동을 시작했는데, 성장하면서 키가 안 크고 살이 안 찌면 부모의 속은 타들어간다. 요즘에는 한화의 정근우나 이용규처럼 체격이 작은 선수들에게도 틈새시장이 열려 있지만, 예전에는 선수를 뽑을 때 신체조건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투수들은 무조건 키가 커야 유리하다. 데뷔 이후 팀에서 붙박이 선발로 뛰어온 D 투수는 “집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학창시절 너무 마른 몸 때문에 부모님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몸에 좋은 음식을 늘 사다 먹이시는 건 기본이고 전국의 용하다는 한약과 양약은 웬만하면 다 먹어봤다”고 했다. 뱀 같은 희귀 보양식품도 포함된다. D 투수는 “뱀값으로만 한 달 생활비 이상을 쓰셨던 적도 있는 것 같다. 야구부 회비도 돈이 만만치 않았지만, 운동은 몸으로 하는 거라 몸을 위한 보약이나 음식값으로도 지출이 많으셨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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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전국을 떠돌고 형제들은 운다


이렇게 쏟아 붓는 돈은 뒷바라지의 지극히 일부분이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들이 더 많다. 야구부 합숙소에서 생활하다시피 해야 하는 건 기본. 야구부 숙소 청소부터 빨래, 저녁식사 담당까지 모두 부모들이 한다. 경기를 치를 때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같은 야구부원들의 식사와 잠자리까지 일일이 챙겨야 한다. 야구부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일이라 혼자 빠지기도 어렵다. 부모들 전체가 아이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사실 학부모들 사이에도 아들의 학년과 실력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긴다. 갓 입학한 1학년 학생이 3학년들을 제치고 게임에 나서기라도 하면 곧바로 시기와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한다. 야구를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고달픈 일상의 연속이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순간은 다른 자녀들의 원망을 들어야 할 때다. 부모가 한 명의 아들을 위해 시간을 쓰는 동안, 또 다른 아들이나 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마련. 늘 위축돼 있거나, 반항심에 엇나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 프로야구 선수들 대부분이 부모 외에도 형과 누나, 동생의 희생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FA로 성공을 거둔 E 선수는 남몰래 극진한 동생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생의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부담한 것은 물론, FA 계약 직후 새 소속팀 연고지로 이사하면서 원래 자신이 살던 30평대 아파트를 동생에게 돈 한 푼 안 받고 양도했다. E 선수는 “동생이 나 때문에 사춘기 시절 부모님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했다. 다행히 형을 원망하지 않고 잘 자라준 게 고마웠다. 당연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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