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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78회 작성일 2017-01-09 09:23
[이진영 기자의 필담]“우리에게 북한 정권 붕괴 후 관리 능력이 있는가”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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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의 필담]“우리에게 북한 정권 붕괴 후 관리 능력이 있는가”

이진영기자

입력 2017-01-09 03:00:00 수정 2017-01-09 09: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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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석좌교수·전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라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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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장성택의 길’(2016년)에 앞서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범을 조명한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2013년)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지금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볼셰비즘 마오이즘 민주화운동 이런 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사람이 사는 방식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이지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82236714.1.jpg이진영 기자

 북한 전문가로서 그의 혜안이 새삼 주목받은 계기는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이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 27세의 젊은 지도자 옆에 후견인으로 우뚝 선 장성택의 앞길은 훤해 보였다. 하지만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77)는 해외의 북한 문제 관계자들에게 그의 몰락을, 그것도 “2년 후”라는 것까지 정확히 예견했다. 이 얘기는 장성택의 등장에서 처형까지를 다룬 책 ‘장성택의 길’(2016년)에도 나온다. 라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와 영문판 ‘장성택의 길’ 출간 계약을 맺고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은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자 라 교수의 ‘신통력’을 믿는 해외 관계자들이 다시 바쁘게 그를 찾아 새해 전망을 물었다. 기자도 비슷한 궁금증을 안고 3일 라 교수를 만나고 6일 전화로 추가 질문을 했다.

“참수작전? 그럴 능력이 있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 ‘인민의 충실한 심부름꾼’이라고 언급해 화제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고 강성 대국을 약속했지만 빈부격차만 커졌다. 뭔가 한마디는 해야 했을 것이다. 진짜 인민을 위한다면 신년사 외우기부터 안 했으면 좋겠다. 북한 주민들은 매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외워야 한다. 학교와 직장 단위로 대회도 연다.”

 ―핵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한국보다는 미국과 먼저 협상하려고 할 것이다. 더 쉽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3년 3차 북핵 실험 후 북한과 의미 있는 고위급 접촉이 없었던 2기)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트랙 투(비공식적인) 채널 10여 개로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미국에선 전직 관료와 학자들, 북한에선 최선희(외무성 미국국장) 같은 관료들이 나온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도록 내부 봉기를 일으키는 것이 100% 가능하다’고 했는데…. 

 “북한 정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대규모 항쟁이나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도 사고까지 막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김정일 생전에도 암살 위기가 두 번 있었다고 어느 책에 나온다. 술에 취한 호위병이 김정일이 갑자기 나타나니 당황해 권총을 뽑다가 사살됐다. 또 한 번은 경호원이 총을 빼들려다 제압됐다. 당시 고영희(김정은 생모)가 김정일을 감싸 안았다고 한다. 김정일을 진짜 쏘려고 했는지는 모른다. 고의적 암살 시도와 달리 우발적 사고는 막기 어렵다.” 

 ―김정은 유고 시엔 어떻게 되나.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관리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가이다. 김정은이 통치를 못 하게 되면 세 가지 위기가 닥친다. 첫째, 인도주의적인 위기다. 북한 주민 2400만 명의 안전을 보장하고 민생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 둘째, 군사적 위기다. 독일은 동독 군대가 6만 명이었다. 북한은 상비군만 120만 명, 비정규군이 600만∼800만 명이다. 대량살상무기까지 있다. 셋째, 국제적 위기다. 북한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부터 관리하려 들 것이다. 중국은 미군이 개입하는 걸 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일본도 재일교포 북송과 납치 등으로 북에 있는 교포가 많게는 1만 명이다. 러시아는 접경국이다. 4강이 북한 붕괴 후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주는 영향이 엄청나다. 그래서 안 한다. 아무 준비 없이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국방부가 4일 김정은 참수부대를 올해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런 특별부대 창설을 공개했어야 하나. 목을 쳐야 할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 역량을 가지고 있나. 정확한 타격 능력은 있는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김일성 김정일, 세습 안 원해” 

 ―장성택이 조카에게 숙청될 것을 어떻게 알았나. 

 “장성택 사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 ‘데릴사위’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데릴사위’가 뭐냐고 물어서 설명해줬더니 ‘삼성의 임우재(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사위) 같은 사람이군요’라고 하더라. 부잣집에 장가간 친구가 있는데 장인과는 사이가 좋지만 처남과는 그렇지 않다. 장인이 죽고 나면 끝이 안 좋더라. 둘째, ‘권력서열 2인자’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앤서니 이든 총리를 평생 후계자로 키워놓고도 서로 암투가 심했다. 셋째, ‘권력 승계의 어려움’이다. 근대사회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가 권력 승계를 규칙에 따라 하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내가 이회창 후보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 득표수가 같으면 내가 된다. 선거법에 그럴 경우 연장자가 된다고 나온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김대중 1924년생, 이회창 1935년생). 북한의 큰 실패 중 하나가 권력을 강화할 생각만 했지 넘겨주는 절차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장성택이 숙청됐다고? 

 “그런 절차가 있었으면 장성택이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장성택은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알파 메일(male)’이었다.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최태복(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는 다르다. 김영남은 자기 운전기사도 자기가 안 고르고 당에 부탁한다. 측근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지 않으려고. 그래서 장수하는 것이다.”

 ―북한 권력 승계의 규칙은 세습 아닌가. 

 “김일성이 세습을 생각했다면 후계자 교육 시키고 사진도 찍어 두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김정은이 그 사진 잘 써먹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김정일도 세습을 원했다면 자식을 스위스로 유학 보내지 않고 당이나 군대에 넣어 후계자 훈련을 시켰을 것이다. 영국 왕실도 후손들을 영국에서 공부시킨다.” 

 ―김정일은 북한에서 공부했고 김일성 생전에 후계자로 낙점받은 것 아닌가.

 “김정일은 자기 능력으로 정권을 획득한 것이다. 그러려고 등장시킨 것이 ‘기쁨조’다. 기쁨조를 통해 계모 김성애를 아버지에게서 떼놓고, 아버지가 기쁨조에 빠져 있는 동안 실권을 장악해 나갔다.” 

 ―김정은도 세습을 할까.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일 것이다. 하겠다고 하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후계를 일찍 정하면 후계자로 권력이 이동한다. 김일성도 말기엔 허수아비였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엇갈리는 지시를 내리면 밑에서는 김정일 지시를 따랐다.”

 ―개혁 개방을 주장하는 제2의 장성택이 나올 수 있을까.

 “장성택 같은 무게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함부로 죽이니까 그런 얘기를 꺼내기 힘들다.” 

 ―북핵 문제는 양자제재 다자제재 모두 별 효과가 없었다. ‘변칙 복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문을 닫아 걸지 않으면 보전이 안 되는 그런 정권을 외부 사람이 어떻게 보장해주나. 굉장한 난제다. 그리고 미국으로선 (석유가 나는) 중동에 비해 북한은 중요한 나라도 아니다.”

“광복 후 모든 위기는 기회였다” 

 ―최순실 게이트를 역대급 위기라고 한다.
 

 “지난해 말 독일과 러시아에서 한국의 발전과 쇠락을 주제로 강연해달라고 초청을 했다. 가서 이렇게 얘기했다. 당신들은 위기와 발전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지만 한국의 현대사 경험에서 위기와 발전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경제는 피폐했고 민주정치는 해본 경험이 없으며 공산주의의 위협이 컸다. 이 위기를 빠른 농지개혁으로 돌파했다. 위기가 아니었다면 농지개혁을 이렇게 빨리 못 하고 산업화의 기반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6·25전쟁도 발전의 계기였다. 농촌 청년들이 군대에 가서 글을 깨치고 통신 운전 무기 기술을 배우며 조직적으로 작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근대 국가를 경영하는 인재들이 됐다. 1970년대 닉슨 독트린(1969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국제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주한미군 대폭 철수 발표) 위기 때는 과감히 중화학공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정권의 정통성 위기는 민주화로, 1990년대 외환위기는 정보기술(IT)로 극복해 IT 강국이 됐다.”

 ―이번 위기를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대통령이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같은 국가 기관들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정권’정보원이다. 진보 정권 10년 동안에도 국정원장이 7명이었다(이종찬 천용택 임동원 신건 고영구 김승규 김만복).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10년간 수장이 일곱 번 바뀌면서 정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할 수 있겠나. 천민 공직 윤리도 문제다. 대통령이 ‘그 사람 아직도 있습니까’라고만 물어도 ‘그 사람’을 인사 조치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대통령도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박정희 모델’을 끝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제는 국가 주도로 할 수 없다. ‘창조경제’, 이런 건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라 교수는 마키아벨리 전문가로서 장성택의 실패는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비르투(Virtu·권력 의지와 역량)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나. 

 “마키아벨리스트는 예술가처럼 만드는 사람(maker),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자기가 활동할 무대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이다.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다.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스트가 김정일이다. 한국에선 이승만이 이에 가깝다. 지금처럼 안정된 사회에서는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라 절차에 따라 올바로 행동하는 사람(doer)이 필요하다. 이제는 이승만 박정희처럼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의욕을 줄이고 5년간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 나라 전체를 바꾸자, 그런 건 이제 대통령도 못 한다.”  


라종일은  
△서울대 정치학과 학사·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정치학 박사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 해외·북한담당 차장 
△노무현 정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노무현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 대사, 주일 대사
△우석대 총장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109/82236724/1#csidx6dd7a0671702ba2a15c870e95176c17 onebyone.gif?action_id=6dd7a0671702ba2a15c870e95176c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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