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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91회 작성일 2017-02-15 10:25
[朝鮮칼럼 The Column] 트럼프에게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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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트럼프에게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

  •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입력 : 2017.02.15 03:17 | 수정 : 2017.02.15 03:26

우리가 어떤 몽니 부려도 보호할 수밖에 없던 미국, 냉전 시기의 행운이었을 뿐
미·중 사이 균형 외교 추구 나무랄 일 아니지만 우리에게 그럴 능력 있는가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한·미 동맹이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을 말할지 예측 불능, 한국을 향한 감정 섞인 듯한 발언, 거기다 오만하고 강압적이기까지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경을 넘어 불어오는 트럼프 선풍으로 한·미 동맹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서울에서 있었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 국가전략연구원이 주최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의 미래' 회의장. 미국 측의 한 참석자가 말했다. "지금 한·미 동맹이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을 '넘어서는(beyond)'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포스트 박근혜 정치의 예측 불능성이 서로 상승작용하여 이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을 결정한 이래 동맹의 이익을 공유해 온 한국과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나라의 운명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우리로서는 늘 방기(放棄)의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50년 1월 미국의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했던 애치슨의 악몽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기의 두려움에서 늘 우리를 안심시켜 준 것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미국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한·미 동맹을 신뢰의 관계가 아닌 거래의 관계로 변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동맹도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다. 미국 비확산연구소 제프리 루이스의 지적처럼 정말 일정 구역을 보호해 준다는 명분으로 돈을 뜯어가는 조폭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행히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상원 인준 청문회 답변을 통해 이런 불신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정부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불신은 남는다. 연일 보도되는 트럼프 '정권 내의 의견 불일치' 현상을 보라. 매티스 장관이나 틸러슨 장관의 견해가 정권 내에서 어느 정도나 공유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대통령의 성격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트럼프 정권이다. 오만하고 강압적인 그의 자세에서 외교적 예의나 상식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충격과 공포'를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그에게 당한 멕시코 대통령과 호주 총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그래서 미국 측 회의 참석자에게 자문해봤다.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고 했다.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익을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부시 대통령 때 고이즈미 총리가 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미국과의 관계만 잘되면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도 잘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중국과 함께 경제·통일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다. 그래서 균형 외교에 대한 유혹은 우리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의 뜻과 다른 정치적 움직임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균형 외교의 외침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우리에게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트럼프식으로 하면 우리 정치권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과거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했던 균형 외교의 유령이 다시 한·미 상공을 배회할지 모른다.

균형 외교의 추구는 그 자체로서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노선을 추구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알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우리다. 냉전 시기에는 우리가 몽니를 부려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을 수 없었던 '역설적인 행운'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그래서 균형 외교로는 잘못하면 한·미·일 공조 체제는 물론 미·중 관계에서 우리가 고아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트럼프가 아베와 골프 하고 시진핑과 통화하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우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권에 인맥도 부족한 우리가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트럼프 식 강압 외교에 반발하는 여론과 합리적 국익 사이에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대선 주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외교·안보 전략의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디자인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동맹은 후퇴하거나, 아니 해체될지도 모른다. 대선판의 중도화 흐름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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