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숨쉬게 하는 상법을… <font color=blue>최완진(61회) </font>- 조선닷컴 > 자유게시판

▲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교수 상법학

법무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회사법 개정작업에 착수, 최근 새로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이중대표소송제, 집행임원제도의 도입과 이사의 자기 거래 승인범위 확대,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주주총회의 전자화 및 결의요건 강화 등 새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이중대표소송제의 신설이다. 이 제도는 기존 주주 대표 소송을 모자회사관계로 확장한 것으로 비상장 자회사에서 이사·감사의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모회사의 주주로 하여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 자회사 이사의 부정행위를 억제하고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세계 최초로 입법화하는 국가가 된다. 미국도 판례를 통해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제도를 상법에 규정하게 되면 기업 간 독립경영원칙이 저해되고 회사 신뢰도에도 타격을 주며, 외국 기업과의 합작 등 다양한 경영전략의 선택권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어 소극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만일 소수 주주의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중대표소송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면 소송 남용 방지를 위해 이중대표소송 요건에 형식적 요건과 함께 실질적 요건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집행임원제도도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상 감사위원회 구성의 3분의 2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되어 있어 이사회의 업무감독기능이 이 제도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개별 기업들이 각 기업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것을 굳이 기업들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회사 기회 유용 금지조항’도 악용될 소지가 많다. 이사가 장래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유용해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으로 취득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사업 기회의 개념이 모호해 과잉 규제, 소송 남발 등으로 이어지면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목표에 비해 오히려 기업 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법의 기본 이념이 기업의 유지와 기업활동의 원활화, 확실화라는 점에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 경영의 현실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개정이 이뤄지도록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