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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760회 작성일 200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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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소나무 지고 참나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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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민/서울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산림의 41%가 소나무 숲이다. 이렇게 소나무가 우세하게 된 건 사람의 간섭 탓이다.

우리나라는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나라들 중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한반도가 대륙의 동쪽에 위치해 있어서 맹렬한 북서풍이 몰아치는데다가 태평양의 따스한 해류는 일본 열도에 가로막혀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혹독한 겨울 기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 가옥 구조는 매우 허술했다. 바깥의 한기(寒氣)가 방안까지 그대로 스며든다. 따라서 난방을 제대로 해야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온돌은 열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난방법이다. 땔감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겨울에는 쌀값보다 땔감 값이 더 들었다. 부자라면 몇 해분의 땔나무와 숯을 쌓아놓고 살 수 있지만 서민들은 산에서 초목을 긁어모아 겨울을 났다.

소나무는 화력이 강해서 땔감으로 알맞은 나무다. 그러나 한번 밑동을 자르면 새 줄기가 돋아나지 않는다. 반면 활엽수는 땔감으로 베더라도 그 밑동에서 다시 줄기가 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나무는 그대로 두고 다른 잡목들을 잘라서 땔나무로 썼다. 그런 일이 오랜 세월 반복되면서 산에는 소나무만 남게 되었다.

고려시대부터 소나무는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소나무는 상목(上木), 즉 좋은 나무로 일컬어졌고 다른 나무들은 모두 잡목(雜木)이라고 불렸을까.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르름을 숭상했다. 조선 초 충신 성삼문은 자신의 절개를 소나무에 빗대기도 하였다. 소나무에 대한 숭상은 곧 보호정책으로 이어져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실이 직접 소나무를 보호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소나무 숲의 절경은 그런 왕실의 보호 덕분이다.

소나무는 다양한 효용가치를 가진 나무다. 땔감, 건축재, 토목재, 조선(造船)재,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닫는 관을 만드는 관재, 흉년에 식량을 대용하는 구황식물 등 갖가지 용도로 쓰였다. 고려 때에 몽골의 쿠빌라이는 일본을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는 고려왕에게 전함 900척을 건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 정부는 변산, 천관산의 소나무를 베어서 배를 만드는 재료로 썼다. 이 때문에 소나무가 남벌되면서 숲이 황폐해지자 조선 왕조 때엔 소나무 벌채를 금하는 금송(禁松) 범령을 발표했던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선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그때 희생된 나무의 대부분이 참나무였다. 그런데 연탄과 석유 등으로 연료가 바뀌자 참나무가 급속히 번식하게 됐다. 사실 소나무는 성장이 느리고 모래땅이나 지력이 좋지 못한 건조한 곳에서나 자라는 나무다. 토양 상태가 좋은 지역에는 참나무와 단풍나무,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참나무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와 위도, 기후가 비슷한 미국 북동부에는 자연림이 거의 참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유럽도 비슷한 기후 하에서는 참나무 숲이 우세하다. 최근 우리나라 산림은 나날이 무성해지고 있다. 해방 이후 60년 동안 임목 축적량이 무려 9배나 증가했다. 이렇게 산이 푸르게 된 데는 참나무의 역할이 적지 않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 산은 조만간 참나무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김준민·서울대명예교수·학술원회원

입력 : 2006.11.10 22:33 08' / 수정 : 2006.11.10 23:11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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