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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005-11-17 00:00
<font color=blue>박동훈(62회)</font>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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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BMW·렉서스 넘어설 자신 있습니다’
취재=권오준 기자/사진=김기남 기자

519_005_025201_01.jpg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폭스바겐의 최고급 세단 페이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판매대수 200대를 훌쩍 뛰어넘었을뿐더러 지금도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 본사로부터 한 대라도 더 들여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보지만,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민하는 박사장의 얼굴엔 여유가 넘친다. 논리정연한 말투에는 자신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는 지난 1월 폭스바겐코리아 초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수입차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취임 이후 행보는 ‘공격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1억원이 넘는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들여온 데 이어 최근에는 2,000㏄급 중형세단 6세대 파사트까지 런칭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딜러수를 늘리고 애프터서비스(AS)센터도 보강하는 등 유통 인프라 구축에도 만전을 기했다.

그는 국내 수입차업계 1세대다. 1989년 한진건설 볼보사업부에서 사업부장을 거쳐 기획실장을 지내면서 볼보를 수입차시장 1위까지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 2001년부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공식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에서 부사장을 역임하며 해마다 100% 이상의 성장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미 국내시장을 선점한 BMW, 도요타 렉서스 등 기라성 같은 수입차 브랜드를 제치고 폭스바겐을 넘버원 브랜드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4월 출시한 럭셔리 세단 페이톤은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페이톤이 빠르게 국내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기존 럭셔리 세단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를 한 번 타보고 사겠다는 고객은 30~40% 수준이지만 페이톤을 한 번 타본 사람은 80%가 그 자리에서 사겠다고 나섭니다. 페이톤은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전용 생산기지인 ‘투명유리공장’(Transparent Factory)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정의 대부분이 정교하고 섬세한 수공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30대를 넘지 않는 명차입니다. 7,300여평에 이르는 투명유리공장의 작업장은 콘크리트 대신 고급 단풍나무 원목마루가 깔려 있고, 작업시간 내내 클래식이 흐릅니다. BMW 7시리즈나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 등의 동급모델과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동급차량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편입니다. 올 초부터 진행한 문화마케팅 또한 주요 성공요인입니다. 지휘자 금난새, 작가 최인호씨 같은 국내 예술계와 지식인층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차 하면 흔히 BMW나 벤츠 등을 연상하는 한국시장에서 폭스바겐은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략으로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인지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폭스바겐이 1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국내에서 BMW, 벤츠, 렉서스 등이 1위를 다투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폭스바겐이 수입차시장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입차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편입니다. 이는 수입차가 돈 많은 사람들, 즉 부자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으로 대형차시장은 커진 반면, 소형차시장은 아주 작습니다.

일종의 항아리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피라미드 구조로 바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 비중이 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5~6%
(5만~6만대)까지는 충분히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대형차 위주로는 어렵습니다. 대형차로는 연간 3만대까지만 가더라도 한계를 맞을 겁니다. 결국 나머지 2만대는 중저가의 수입차가 개척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중저가 모델을 갖고 있는 폭스바겐의 역할이 커질 겁니다. 페이톤과 투아렉으로 대표되는 럭셔리 모델 라인과 뉴비틀과 골프 등의 중소형 모델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신규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폭스바겐의 중소형차가 벽에 부딪히고 대형차에서도 판매가 줄어들 경우 고전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수입차시장은 지나치게 억눌려 있는 곳입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생산량 6위, 규모로는 10위권입니다. 이 정도면 자동차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국산차가 97% 이상을 점유한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다른 나라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겁니다.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부장, 임원들은 그랜저나 SM7 등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랜저를 구입할 능력이 된다면 파사트를 사는 데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왜 일률적으로 그랜저나 SM7을 타야 합니까. 이제는 운전자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차를 타야 할 때가 됐습니다.

폭스바겐은 소형차 비틀이 세계시장에서 크게 성공함으로써 ‘소형차’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아직도 ‘폭스바겐’ 하면 비틀을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까지 제대로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올 초 폭스바겐코리아 설립 이후 발표한 첫 번째 신차로 최고급 럭셔리 세단 페이톤을 선보인 것도 소비자들의 기존 이미지를 확 바꾸기 위한 겁니다. 기존의 럭셔리 SUV 투아렉과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폭스바겐 이미지를 보다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또 고객들과의 접점인 전시장에도 페이톤 고객 전용공간인 ‘페이톤 커미셔닝룸’을 만들었습니다. 페이톤과 투아렉의 판매를 위해 엄격하게 선발된 ‘럭셔리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도입, 프리미엄급 모델의 고객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폭스바겐은 다양한 라인업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 차량의 특성에 따른 타깃층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수입차업계가 시장확대에 고전한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부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입차’ 하면 몇 억원 하는 최고급차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능이 뛰어난데다 풀옵션까지 갖춘 파사트가 4,000만원이 채 안됩니다. 골프디럭스 모델의 경우 1,000만원 선수금을 내면 36개월간 매달 60여만원을 내면 됩니다. 수입차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수입차 개방 초기인 90년대 초는 어땠습니까.

한국은 88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수입차시장이 개방됐습니다. 급하게 문을 연 셈이지요. 수입차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살 수가 없었어요. 더군다나 수입차를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소문까지 떠돌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언론에 워낙 부정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기자를 만나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한국차와 일본차, 유럽차 등을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차의 핵심인 엔진과 차체에 충실한 것이 유럽차입니다. 자동차 자체보다는 부속으로 따라붙는 옵션 기능에 강한 것이 한국과 일본차의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브랜드가 마음에 듭니까.

유럽에 거주할 때(박사장은 78~86년까지 한진건설 유럽주재원으로 근무했다) 가장 먼저 산 승용차가 폭스바겐의 비틀입니다. 세 귀퉁이가 찌그러진 차를 400달러를 주고 구입했습니다. 폭스바겐의 ‘골프’를 사고 싶었지만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폭스바겐은 예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브랜드입니다.

2006년 목표 판매대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올해는 1,500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3,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현재 전체적으로 모델이 바뀌고 있는 시기입니다. 올해 프리미엄 세단 파사트 출시를 시작으로 뉴제타 등으로 내년까지 모델 라인업을 완성해나가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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