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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71회 작성일 2011-09-29 09:42
‘정당 없는 정치’는 해결책 아니다, <font color=blue>장달중(55회)</fo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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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정당 없는 정치’는 해결책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1.09.29 00:01 / 수정 2011.09.29 00:01
htm_2011092823361610001010-001.JPG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헤겔이 어디에선가 한 말이 생각난다. “어느 정당이고 그 ‘진정한 모습’은 분열될 때에 보인다”고. 역설적인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현실주의에서 보면 어느 정치운동이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모순과 갈등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모순과 갈등을 통해 보다 활성화된 정당으로 재생할 수도 있고 몰락할 수도 있다. 바로 우리 정당들이 처한 상황이다.

 내부 진통과 안철수 바람에 거의 소멸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제 모습 찾기에 분주하다. 후보조차 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민주당이나 당 밖에서 후보를 찾으려던 한나라당 모두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장 후보를 선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존 정당의 제 모습 찾기 몸부림은 무소속 후보나 군소 정당 후보와의 경선에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초미의 관전 포인트다.

 박원순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제시한 경선방식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적은 없다. 이런 박 변호사가 야권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은 ‘제3지대 무당파’ 세력의 들러리로 나앉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범보수세력 후보인 이석연 변호사가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저절로 단일화가 이뤄진 한나라당은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당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정권교체 3년 반, 정책 논의는 없고 당내 항쟁만 되풀이해 왔다.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눈이 매섭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더욱 심한 매질을 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제3지대 무당파의 위세에 정당정치가 존폐 위기에 몰리는 형국이다. 50%가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 않는가. 취업난, 물가불안, 양극화 등 사회적 모순 등을 기존 정당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것은 10년간 민주당을 지배해온 좌파적 정책뿐만 아니라, 또한 지난 3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를 지배해온 우파적 정책도 단연히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다. 바로 이에 대한 대안적 바람이 안철수에서 시작해 박원순, 이석연으로 이어지는 제3지대의 무당파 바람이다. 좌우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요구하는 국가적 변화의 열망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당파 세력이 이렇게 위세를 떨쳐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성급한 사람들은 정당의 실패를 거론한다. 이들 무당파 세력이 다음 달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고,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위세를 발휘하게 된다면 우리 정치에서 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정부와 정당들에 대해 실망할 온갖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어떤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대신 제3지대의 리더들, 예컨대 시민사회의 리더나 명망 있는 지식인 혹은 연예인들에게 기대는 심리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정당 없는 정치’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정치 현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당의 실패 속에 책임 있는 대의정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당정치다. 그래서 바람직한 것은 제3세력이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안 보인다. 문제는 정당이 배제되면 시정이나 국정 운영에서 책임질 세력도, 견제하고 비판할 세력도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나 국민투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번성하고 존속하려면 정치 지도자들에 의한 방향설정과 이해조정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정당의 활성화로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몸부림은 아직 기껏해야 반의 반쪽도 못 되는 탈바꿈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다 치열한 분열을 통해 진정한 재생을 이루어 내든가, 아니면 구각(舊殼)을 벗지 못한 채 해체의 길로 들어서든가 10·26 서울시장 선거가 판가름 낼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심판이 될지도 모른다. 제3지대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대체할지 지금 한국 정치가 갈림길에 서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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