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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6회 작성일 2010-12-02 11:28
[중앙시평] 안보는 부업이 아니다-<font color=blue>장달중(55회)</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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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안보는 부업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0.12.02 00:06 / 수정 2010.12.02 10:09
 
htm_2010120200040510001010-001.JPG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학
 
“전장에서 육감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군복무 시절 베트남전을 다녀온 선배 장교들로부터 자주 듣던 소리다. 육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전쟁영화를 통해서도 수없이 보아왔다. 육감에 의존하여 수레 위의 벼 다발을 칼로 찔러 숨어있던 첩자를 잡아내거나, 장례행렬의 관 속을 뒤져 엄청난 무기를 발견하는 것 등은 전쟁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특정 사람들만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누구도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육감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신문의 한 연구결과 보도에 따르면 육감의 트릭은 어디까지나 경험에서 얻어진 본능적인 직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육감 없이는 전장에서의 초동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을 군 선배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 현장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육감적인 현장 대응의 달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왜 청와대와 우리 군은 그렇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우연적인 실수 때문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청와대와 군의 모습은 무언가 잘못된 우리 전체의 모습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그마에 시달려 온 우리 안보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진보정권 10년간 우리는 평화 도그마에 의해 안보가 부업처럼 취급당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그런데 현 정권은 어떤가. 경제 도그마에 따라 안보를 부업처럼 취급해 오지 않았는가. 성남 서울 비행장 근처에 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진 롯데의 고층빌딩 신축 허가를 보라. 이런 도그마가 대통령의 안보인식을 손상시키고 육감적인 대응을 어렵게 했던 것은 아닐까.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의 눈에 비친 북한은 이제 우리가 무엇을 도와주든 간에 사악한 일만 하는 괴물일 뿐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보복응징의 결의로 이런 북한의 재도발 의지를 꺾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숨어버렸다. 그 때문에 이런 결의는 천안함 때처럼 또다시 자기 선전적인 것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왜 이런 자세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와 군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정치적 병리현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현 정부의 핵심 안보진용에 병역면제자가 너무 많다. 외교·국방장관이 그만두기가 무섭게 미국으로 가는 나라다. 이들에게 한·미 동맹 외에 연평도의 현장감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전략을 논의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초동 대처의 육감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정부의 안보대책에 국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는 응징 결의가 공허하거나 위험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안보는 흔히 산소에 비유된다. 산소가 없어지면 생명이 죽듯이 안보가 날아가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지난달 많은 사람들이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염려했었다. 혹시 북한의 방해가 없을까 하고. 그런데 국정원장이 “보다 큰 틀의 남북관계 시도”를 언급하고 나섰다. G20회의를 위해 남북 간에 모종의 안보협력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G20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우리는 성취감에 들떴다. 자연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뒤따랐다. 그런데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안보 부재 속에 금융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가 몰랐을 리 없지 않은가. 정말 도그마에 빠진 정부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있겠는가.

 물론 대통령이나 군의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기습공격에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군은 아마도 “당신들이 우리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내심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정당한 반문일 수 있다. 그래서 해답이 필요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해답은 안보를 부업으로 전락시킨 지금까지의 도그마에 대한 성찰에서 찾아야 한다. 현명한 참모들을 기용하여 손상된 안보를 회복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정권의 성패는 결과에 달려 있다. 결과 없는 안보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이제 안보가 제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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