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칼럼] 여유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라- 매경 (<font color=blue>김경환 67회</font>)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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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46회 작성일 2010-11-10 10:44
[인사이드 칼럼] 여유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라- 매경 (<font color=blue>김경환 67회</f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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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여유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라
경제규모 커질수록 정부가 할 수 없는것 많아
국민도 기대할 것과 바라지 말아야 할 일 스스로 분간할 수 있어야
기사입력 2010.11.09 17:00:54 | 최종수정 2010.11.09 18:38:2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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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말 역동적인 나라다. 일주일만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그 사이에 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뀌는 게 이상할 게 없고 아무리 큰 사건도 한두 달만 지나면 잊힌다. 그래서 외국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한국의 1년은 외국의 3년은 된다고.

역동적인 건 좋지만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들어 한 신문에 천성산 도롱뇽을 둘러싼 경부고속철도 공사 지연과 최근 상황에 대한 심층취재 기사가 실렸다.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더 큰 파문을 일으켰던 광우병 소동에 관해서도 비슷한 복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건에 비해 아직 기억이 생생한 배추파동과 `전세대란`에 대한 언론 보도와 정부 대응을 되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보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치는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식품이다. 그래서 배추 값 폭등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번 배추 파동의 가장 큰 원인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감소에 있었다. 긴급하게 배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배추를 수입하기로 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이런 단기 대책보다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질책했다.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을 비난하지만 똑같은 유통구조하에서도 풍작으로 배추 값이 폭락해서 농부들이 배추밭을 갈아엎은 적도 있었다.

배추 값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을 찾았고 일각에서는 김장철 배추 값이 너무 떨어질까 걱정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대형 사건ㆍ사고가 터지면 언론은 으레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는가?`라며 정부를 질타한다. 시류에 영합하는 정치권은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신속한 대응에 집착하다 보면 정부 개입의 범위와 방식이 적절한지를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 섣부른 정책 대응의 후유증은 오래갈 수 있다.

`전세대란`도 그렇다. 전세대란은 2006년과 바로 작년에도 있었다. 다만 작년 가을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반면 올해는 매매가격 하향 안정세 속에 전세가격이 상승했다는 차이가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이사철을 넘긴 후 진정되었다. 하지만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이 올해에 비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은 여전하다.

일반 상품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시장 원리가 적용된다. 품질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있어야 좋은 상품이 만들어지듯이 성숙한 여론과 언론이 훌륭한 정책을 가능케 한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주문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지나친 요구는 무리한 대책을 끌어낸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냉탕 온탕을 거듭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규제들을 갖게 된 것은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대책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여론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새로운 문제를 잉태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격 높이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력이 이만큼 신장한 이유 중 하나는 남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몇 년 안에 해 내겠다는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정부도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정책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국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정부에 기대야 할 일과 바라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시위하며 정부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가 좀 더 긴 안목으로 정책을 구상할 여유를 주는 것도 국격을 올리는 길이 아닐까.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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