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會社法) 개정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조선닷컴(<font color=blue>최완진 61회</font>) > 자유게시판

▲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일본의 상법을 의용해 사용하다가 1962년 우리 고유의 상법을 처음 제정했다.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금융시장 기능이 아닌 정부 지배하의 은행을 통해 자금을 배분하는 관(官) 주도 개발국가 모델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과 주식 소유의 집중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결국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해 재벌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됐다.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 민주화, 세계화 등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으나, 기존의 경제실적 위주의 경제운용을 계속한 결과 회사법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정하지 못하고 1997년의 경제위기를 맞기에 이른다. 이후 회사법은 IMF·IBRD 등 국제금융기관의 요구에 따라 1998년, 1999년, 2001년 잇달아 타율적으로 부분 개정을 해야 했다.

IMF 위기를 벗어나자 법무부는 회사법을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한 작업에 착수, 2006년과 2008년에 걸쳐 개정안을 마련했다. 2006년 개정안은 17대 국회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고, 2008년 개정안도 현재 각종 이익집단의 이해 갈등 또는 무관심으로 국회 심의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사법 개정안은 그동안 각계의 개정 요망사항을 수렴해, 상법 회사편 총 696개 조문 중 274개 조문을 개정하는 건국 이래 가장 방대한 개정사업이다. 그 결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집행임원제, 이사의 자기거래승인범위 확대, 이사의 책임제도 개선 등에 대한 개정안이 마련됐고, 기업재무구조는 주식종류의 다양화, 무액면주식제도의 도입, 사채제도의 개선, 법정준비금제도 개선, 회계규정 정비, 새로운 회사형태의 도입 등에 대한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번 회사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경제의 중대과제다. 우리 회사법은 이미 IMF 위기를 맞고 타율적인 개정을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현재 지구촌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흐름을 보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는 회사법의 개정을 더 미루다가 국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세부적 논쟁에 휩싸여 큰 숲을 보지 못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