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융상품 거래 관련법 제정하자 - 조선닷컴 > 자유게시판

▲ 최완진(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발달과 함께 금융산업의 겸업화와 글로벌화가 가시화되면서 금융상품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상품 판매실적이 금융기관 직원들의 보상과 연계되면서 판매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소비자는 상품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에 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금융상품 거래시 수동적으로 자필서명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판매자 자신이 상품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을 파는 소위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교섭력에 있어 불균형성과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야기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주권을 침해하게 된다. 실제적으로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금융거래관련 소비자피해현황을 살펴보면 보험 1만9940건, 은행 1만6258건, 증권 1만992건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민원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금융상품 거래시에는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자기결정권이란 소비자가 수익의 가능성과 위험의 존재내용 정도를 충분히 이해한 후 금융상품 거래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권리이다.

이와 관련해 관계당국은 금융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돕고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요컨대 공시수준과 거래약관제도, 광고규제제도, 끼워팔기규제제도, 담합규제, 불완전판매방지제도 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소비자 자신이 입은 피해를 직접 해결하도록 하는 사법적(私法的) 규제와, 사업자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거나 소비생활의 안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행정기관이 사업자를 직접 감독하는 공법적(公法的) 규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사법적규제와 공법적규제를 적정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전환됨에 따라 소비자는 보호해야 할 대상에서 자립의 대상으로 전환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는 행정적 규제를 통해 실현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중심 규제로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정책과,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주권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두 가지 정책이 병존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사업자가 불완전판매를 했을 경우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민사적 보상시스템을 정비하거나, 판매업자가 부당권유 등의 금지행위를 했을 경우 과태료나 과징금을 철저히 부과하는 불완전판매 억제책을 실시해야 한다.

한 마디로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은 행정규제나 공시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자지향적 민사 원칙을 제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보다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소비자계약법, 금융상품판매법과 같은 순수한 소비자 사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소비자특별법의 제정을 검토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단체소송이나 징벌적 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를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당국의 심도있는 고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