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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2008-12-20 17:20
"가셔브룸 1봉 원정보고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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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9일(금) 저녁.

장충동 소피텔 엠베서더 호텔 그랜드룸에서 열린 중앙교우의 밤 송년회에 다녀 왔습니다.

금년에는 중앙 야사모(야구사랑모임)의 소개 및 인사가 식 순서에 들어 있어 오랜만에 송년회에

참석을 하게 되었고, 그런데로 뜻있는 이벤트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송년회가 다 끝나고 대회장을 빠져 나오는데 누군가가 출입구에서 얇은 보라색 책자를 한권씩

배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봉투에 담아서 집에 가져 왔는데, 나중에 보니 "2008 가셔브룸 1봉 원정보고서"

였습니다.

 

오늘 아침, 식사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한두장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책속에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었고 나중에는 흐릿한 흑백사진들을 보면서 점점 수천미터 상공의 눈보라 휘날리는 원정대 속에

저 자신이 함께 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내용의 대부분은 원정대장이신 60회 윤 정원 선배님(수원대 생명공학과 교수)께서 쓰신 것 같고,

책 말미에 틈틈이 정상 등정에 성공한 97회 김 종철군(서울산업대 경영학과 재학)의 회고가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산악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읽어도 현장의 고충과 긴박함이 어느정도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자상한 설명과

부드러운 필체로 당시의 상황들을 잘 설명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2시간여에 걸쳐 책자를 꼼꼼이 읽고 난 후에야 다시한번 원정등반이 얼마나 큰 계획과 모험을 동반하는

프로젝트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구들을 3~4개 발췌해 보자면...

7월 18일 - 내 아이젠이 배낭에서 크레바스 밑으로 굴러 떨어져 들어갔다. 3주전에 떨어져 시신도 수습

                   못했다던 프랑스의 한 여자 등산가를 위해 "아이젠이라도 끼고 놀라"하고 도망가듯 그곳을

                   빠져 나왔다.

7월 29일 - 무릎통증으로 내일 출정은 포기하고 싶다던 김 종철 대원에게 돌아온 말.

                   "지금 이게 애들 장난으로 온 건 줄 알아? 중앙교우들과 계우산악회 식구들의 돈으로 온거야!

                     지금 100주년 원정이라고! 내일 안 올라가면 포기나 다름없어!"

7월 31일 - C1으로 올라가 보니 그렇게 많던 텐트들이 다 철수해서 썰렁하고 Gasherbrum2 공격을 위한

                   2팀의 텐트만 남아 있었다....'난  내 인생에서 이렇게 큰 일은 실패한 적이 없어'라고 말했지만

                   내가 부상 당해서 지원조에 있으니 속으론 자신이 없었다.

8월 2일 - (김 종철의 정상 정복 후)

                  내려와서 열주 형님(73회)이 "종철아, 수고 많았다"라고 하시며 안아 주시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창피했다.

 

마지막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창피했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제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번 계우회보에 소개된 등정 성공의 기사를 볼 때는 '어떻게 저 어린 선수만 혼자 모험을 강행하게

됐을까?' 하고 좀 썡뚱맞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원정보고서를 찬찬히 읽다보니 그런 의문들이

깨끗이 씻기는 것 같습니다.

원정대원들의 마음은 모두가 하나이고, 결국은 그 중에 컨디션과 가능성이 정상에 가장 가까운 대원이

마지막 깃발을 꽂을 기회에 도전하게 되는...그런게 산악인의 운명이고 보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한번 가셔브룸 1봉 원정에 성공하신 우리 계우산악회 원정팀의 대단한 노고를 축하드리고 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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