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도운 일본금융의 부활, <font color=blue>전병준(70회)</font> - 매경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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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23회 작성일 2008-09-25 10:23
한국정부가 도운 일본금융의 부활, <font color=blue>전병준(70회)</font> -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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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 한국정부가 도운 일본금융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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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어떤 젊은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왔다. 가족도 연락을 받아 급히 달려왔고 응급실 담당 의사도 따라 붙었다. 피를 많이 흘린 환자는 이미 의식을 잃고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 환자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의사는 급히 수술을 해야 한다며 가족의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자 가족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어차피 죽을 사람 편하게 보내자는 측은 살아봤자 가족에게 부담만 될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반면 수술을 통해 의식만 회복되면 재활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가족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환자는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지켜보던 의사는 또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갔고 가족들은 허탈해 했다. 이때 옆에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장기(臟器)매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망자의 장기 중 손상되지 않아 바로 이식이 가능한 부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필요한 부분만 골라 급히 사라졌다.

다소 엉뚱한 예일지 모르지만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 속에 쓰러져간 투자은행(IB)들의 사후처리를 지켜보면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기자가 지난 8월 29일 '리먼 인수 해볼만하다' 제하의 본지 데스크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투자은행 인수는 한국금융의 도약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대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리먼 인수를 잘 포기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상황에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미 투자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리먼브러더스의 아ㆍ태법인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과 중동법인도 사들였다. 미쓰비시UFJ는 모건스탠리 지분 20%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고, 미쓰이스미토모그룹 역시 골드만삭스에 출자를 최종 결정했다. 금융강국인 영국 역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마지막까지 리먼 인수에 열을 올렸던 바클레이스는 리먼이 기업회생 신청을 하자 본사를 포함한 핵심자산을 13억5000만달러에 전격 사들였다.

진정 아쉬운 점은 바클레이스나 노무라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 방향이 산업은행이 적극 검토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리먼의 우량자산인 인력, 금융 노하우 및 IT시스템만 인수했고 불량자산이나 부채는 손도 대지 않았다. 장기로 치자면 손상되지 않고 바로 이식할 수 있는 부분만 골라간 셈이다. 사실 IB의 핵심은 인력과 브랜드 네임이다. 이들은 리먼브러더스의 인력과 노하우를 얻었기 때문에 파산관재인이 자산을 매각할 때도 좋은 가격에 인수하는 한편 단기간 내 투자금액 회수 가능성도 크게 높였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IB의 핵심을 싸게 인수한 데다 향후 벌어질 리먼브러더스의 자산매각에서도 대박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는 계약 후 6개월 동안 불량자산을 분사하고 우량자산에만 투자하는 구조였다. 이 거래에 깊이 관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또 다른 미국 투자은행이 산업은행과의 공동투자를 구체화했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지원도 가능하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는 불발로 끝났다. 정부와 정치권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수준이 그런'딜'을 이끌어내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점에서 금융위원회의 상황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위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민간에서 뽑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른바 '변양호 후유증'에 걸린 내부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여야 모두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시도 및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투자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하고 있다. 입만 열면 동북아 금융허브,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을 외쳐대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뒷다리를 잡는 식이다. 이러다가 금융글로벌화는 요원한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만일 몇 년 뒤 노무라가 국제 IB시장의 강자로 떠오른다면 이번 산업은행의 딜을 막은 세력들은 또 무어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금융부 = 전병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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