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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975회 작성일 2008-07-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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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언은 누구인가]

DJ정권의 ‘얼굴없는 실세’?
한나라, ‘골프장 헐값매각’ 의혹에 이름 또 들먹…DJ 일산 집도 매입, 외부 접촉 꺼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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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가에 느닷없이 ‘조풍언 공방’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재미사업가 조풍언씨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의 이름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물론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는 무책임한 폭로주의라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박에 부닥쳤고, 뚜렷한 증거없이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도 한발 물러선 상태지만 조씨를 둘러싼 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풍언씨가 여야간 정치공방의 한 가운데에 등장한 것은 2월10일. 이날 한나라당 이신범의원은 김대중대통령의 막내 아들 홍걸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화주택에 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씨 이름을 거론했다. 그러다가 다시 2월말,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 홍사덕의원이 대우그룹의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면서 매입자를 조씨의 부인이라고 지목, 조씨의 이름이 또 거명됐다.

홍걸씨의 미국 주택 문제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도 이신범의원을 로스앤젤레스 현지에까지 ‘파견’, 조사활동까지 벌였으나 결국은 “증거가 없다”며 발을 뺀 상태. 아도니스 골프장 헐값 매각 의혹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주간동아’는 이미 지난해 10월 206호(10월28일자)에서 아도니스 골프장 매각건을 추적, 헐값 매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었다.

주간동아는 당시 골프장 소유주인 김우중회장 부인 정희자씨가 아도니스 골프장에 정성을 들이면서 규모가 비슷한 다른 골프장보다 건설비가 500억원 정도 많은 1500억원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나 업계에서는 이미 800명에게 회원권을 팔아버렸기 때문에 당시 매각대금 114억원은 결코 싼 값이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었다.

아도니스 골프장은 이후 정희자씨가 매각을 극력 반대, 거래 자체가 무산됐다. 김우중전회장 주도로 계약이 이뤄졌으나 정씨가 나중에 이를 알고 김전회장이 사인했던 계약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조씨는 이와 관련, 3월2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우측이 ‘매각 사실이 언론에 나는 게 중요하다’며 빨리 계약하자고 서둘러 먼저 40억원 정도를 달러로 송금해 주었다가 나중에 되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목포 출신… DJ와 이웃에 살아

조씨는 골프장 외에도 대우통신이 TDX 사업부를 분사, 이를 매각함으로써 외자를 유치 하는 과정에 참여했으나 역시 계약이 무산돼 출자금을 되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현재 대우정보통신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조씨와 그를 둘러싼 의혹을 계속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홍사덕위원장은 아도니스 골프장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씨에 대해 “어느 모로 보더라도 권력 핵심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조씨는 과연 어떤 사람이기에 한나라당이 그를 주목하는가.

아직까지 조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적다. 목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 경기고를 졸업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일궈 현재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가든스위트 호텔을 경영하는 등 상당한 재력의 소유자라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김대중대통령과는 목포에서 김대통령 이웃집에 살았고 오래 전부터 왕래가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매우 가깝게 지내왔다고 한다.

조씨는 김대통령 측근 인사들 사이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미국 인맥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핵심 인사는 “김대통령이 미국 망명시절 설립한 인권문제연구소에서도 활동하지 않아 조씨를 잘 모른다”면서 “김대통령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또 “조씨가 김대통령의 일산 집을 산 것으로 보면 상당히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씨가 이처럼 김대통령 측근 인사들 사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조씨 스스로 웬만한 자리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 극도로 행동 반경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권력 주변 인사들 가운데는 “얼굴은 모르지만 조씨 이름을 들어보았다. 대단한 실세로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관급 인사들도 조씨에게 줄을 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특히 모 공기업 사장을 조씨가 비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나라당 이신범의원도 “로스앤젤레스 교민들 사이에서 ‘영사관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조씨를 통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조씨를 가리켜 ‘얼굴 없는 김대중정권 막후 실세’로 표현하기도 한다.

조씨는 그러나 이런 의혹에 대해 일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그의 로스앤젤레스 자택으로 전화해도 일체 응답이 없다. 그의 부인 이덕희씨는 “남편은 한나라당의 근거없는 폭로로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통화하기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국내에서 조씨와 가까운 인사로는 그의 경기고 54회 동기생들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도 조씨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조씨는 55년 입학한 경기고 54회 중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고 54회는 이태섭 김영구 이상배 유흥수의원, 박찬종 정남 남재두전의원 등 전현직의원 9명에 장관(급)도 오명 전 건설교통, 한승주 전 외무, 황영하 전 총무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등 8명을 배출할 정도로 쟁쟁한 인물이 많았기 때문.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을 배출한 52회가 재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면 54회는 정`-`관계쪽에 많이 진출한 셈이다.

 

70년대 초 무기중개로 사업 발판

조씨는 동기생 가운데 드물게 중앙중을 졸업하고 경기고에 진학했다. 한 동기생에 따르면 “당시 중앙중 졸업생 가운데 2, 3명 정도가 경기고에 진학할 정도”였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 조씨의 성적은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경기고 졸업 후 고려대에 진학했다.

그의 경기고 생활 가운데 특이한 점은 밴드부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점. 지금도 그때 밴드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기들과는 비교적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또다른 동기생은 “조씨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학창생활을 했지만 구김살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그의 동기들은 기억한다. 그러다 70년대 초 우연한 기회에 무기중개사업에 뛰어들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는 것. 현재 조씨 소유로 돼 있는 무기중개업체 기흥물산도 이때 설립했다. 조씨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한국을 드나들며 무기중개사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조씨가 부인 이덕희씨(전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를 만난 것도 미국에서였다.

조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작년 7월 김대통령의 일산 집을 구입하면서부터였다. 조씨는 ‘대통령을 배출한 집’이라는 이유로 무형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이 집을 6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조씨는 이 집을 구입한 뒤 작년 8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김대통령이 일산 자택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가족회의에서였다. 이 집은 계단이 많아 김대통령이 퇴임후 지내기에 마땅치 않은 데다 오랫동안 살았던 동교동 자택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퇴임후 거처를 동교동 집으로 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짐으로써 일산 집은 팔기로 결정했던 것.

이때 매각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구설수를 없애기 위해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조씨를 매입 대상자로 떠올렸고, 조씨도 흔쾌히 이에 응했다는 것. 조씨는 그러나 일산 집을 둘러보고 지하에 배수시설이 제대로 안됐다는 점을 들어 시가 7억원보다 낮은 6억5000만원을 제시해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어쨌든 정치권에서 조씨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데는 뚜렷한 근거없이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책임이 크다. 그러나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공개 검증’을 거부하고 있는 조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는 김대통령의 자택을 구입했고 김대통령과 친분관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소문은 음지에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씨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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