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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55회 작성일 2008-04-24 09:28
콘서트홀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 -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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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
양로원ㆍ보육원ㆍ장애인 시설ㆍ갯벌ㆍ논밭…
"무대 위에 음악을 가두지 말고 세상과 나눠야 진짜 노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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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사람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성악가 이진원과 유헌국, 허양, 우주호(왼쪽부터) 등과 이들의 후원자인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가운데)가 한옥마을에 모였다. <이승환기자>
최근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서 '이상한' 음악회가 열렸다.

치매 노인들이 둘러앉은 큰 방에 연미복을 입고 양말을 신은 남자 12명이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다. 하지만 노인들은 무표정했다. 노래 한 곡이 끝나도 박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성악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자 그제야 활짝 웃는다. 서로 마음이 통하자 까닭 모를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번듯한 무대에서 내려와 장애인 시설, 양로원, 보육원, 논밭, 갯벌 등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무료 연주회를 여는 이들 그룹 이름은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WMF-우주호와 음악 친구들)'. 바리톤 우주호 박영욱 이진원, 테너 허양 유헌국 정종순 송승민 김준홍 구형진, 베이스 이병기 손철호 김성범 등 이탈리아 유학파 성악가들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잘나가는' 음악가들로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으며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연간 70~80회 무료 연주를 열고 있는 이들은 보수적인 음악계에서 '바보' 소리를 듣는다. 봉사도 좋지만 한창 전문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아무데서나'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보 음악가들'이 미련한 일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음악은 관객과 소통해야 진정한 의미를 갖기 때문.

음악감독인 허양 씨는 "음악을 무대 위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며 "원래 노래는 사람들 속에서 불리면서 생명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상과 나누기 위해 부르는 이들의 노래는 2004년 시작됐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가 경기도 문화의전당 재직 시절 우주호 씨에게 '모세혈관 문화운동'을 제안하면서다. 실핏줄이 산소를 인체 구석구석 실어 나르듯 음악의 향기를 시골 면사무소 마당까지 실어 나르겠다는 예술운동이었다.

당시 홍 대표가 "외국에서 배운 좋은 노래를 소외된 사람들에게 골고루 들려 달라"고 부탁하자 우씨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선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우주호와 음악 친구들'을 결성하고 그해 연주회를 11회 열었다. 이후 그들의 아름다운 중창을 원하는 곳이 늘면서 4년간 자선 음악회를 200여 회 개최했다. 보육원 '성모의집', 중증장애인요양원 '혜성원' 등과는 자매결연을 해 정기적으로 찾아간다.

이제 이들은 공연할 때마다 우는 '바보'가 됐다. 특히 뇌성마비에 걸려 박수를 칠 수 없는 아이가 "어어" 소리를 내며 호응할 때는 '울음바다'가 된다.

지난해부터 바보 음악가 그룹에 합류한 정종순 씨는 "처음에는 누워 있는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차츰 부드럽게 변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뻐근해진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화음을 보태온 박영욱 씨는 "장애아를 보면서 내 아이를 생각하고 치매 노인을 보며 부모님을 떠올린다"며 "바로 코앞에서 숨소리까지 들려주며 노래를 하니까 음악에 흥미를 보이더라"고 말했다.

노래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바보 음악가들은 어떤 성악가보다 무대 영역이 넓다.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배밭, 복구작업이 한창인 태안 앞바다 등 시름을 달래줄 선율이 필요한 곳이면 바로 '화려한 무대'로 바꿔 놓는다. 좋은 음악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행복의 그릇을 키워 나가는 이들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유헌국 씨는 "사람들이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자주 묻는다"며 "우리가 바보스럽게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양 씨도 "그동안 객석과 무대가 너무 멀어 관객들과 감정 교류가 없었다"며 "하지만 우리 음악회에서는 청중 공감이 불길처럼 번지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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