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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6회 작성일 2007-11-23 09:26
[한경비지니스] 채수삼(52회)교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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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창조성을 키우는 과정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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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채수삼(52회)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회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예전 택시 광고에 등장한 서울신문 사장이라고 하면 언뜻 본 듯한 기억이 남아 있다. 2004년 대한매일신문이 제호를 ‘서울신문’으로 바꾸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서울 시내 택시 1000대에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사장이 직접 모델로 나선 것이 이색적인데다 사진 옆에 ‘채수삼 사장’이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어 이름이 낯설지 않다.

채 회장은 현대그룹에 입사, 25년 동안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현대자원개발에서 하드웨어적인 일을 하다 1994년 당시 현대 계열사였던 금강기획의 사장을 맡아 소프트웨어적인 경영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가 지금 이끌고 있는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도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2002년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카피로 화제를 모은 카드회사 광고와 2006년 ‘상상하라, H’ ‘당신의 H는 무엇입니까’라는 건설회사의 광고를 만든 곳이다.

예전 서울신문 사장 때 직접 모델로 나선 택시 광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03년 당시 대한매일신문의 외부 경영인으로는 처음 사장이 되었는데 설문조사를 해보니 대한매일의 인지도가 너무 낮아 제호 변경을 결심했습니다. 엄청난 홍보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도 많았습니다. 제호를 바꾸되 5억 원 이상 쓰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내부 투표를 통과했습니다. 대신 비싼 광고 모델을 쓰지 않고 차별화된 홍보를 위해 제가 직접 나섰죠. ‘사원이 뽑은 CEO’라는 의미로 광고가 나간 것이고 2차로 사주조합 임원들이 모델로 나섰던 것입니다.”

중간 평가를 통과하고 3년 임기를 마치셨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언론인으로서 기자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일반 기업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더군요. 그런 갈등을 설득하면서 나가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은 제호 변경 뒤 2004년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었다.)

건설·중공업 분야에서 금강기획으로 발령받았을 때 어떠셨습니까.

“‘노가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광고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오게 된 것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가장 시급했던 것은 광고에 대한 지식 습득이었습니다. 광고에 관련된 모든 신문, 잡지, 전문서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룹 회장님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들로부터 그동안 제작한 광고에 대한 견해를 들었고, 실무자들과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분임 토의를 하며 업무를 파악해 나갔습니다. 또 다양한 선진국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탐독했습니다.”

취임 후 금강기획의 매출을 늘린 비결은 무엇입니까.

“광고회사라고 해서 광고만 해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로모션, 이벤트, 인테리어, 영상, CD롬 타이틀 제작 등 ‘토털커뮤니케이션’과 ‘멀티미디어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직원들은 ‘너무 사이즈만 키우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일본 ‘덴츠’의 경우 음식점 사업에까지 손을 뻗친 것을 예로 들며 ‘광고회사란 원래 다 하는 곳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96년 금강기획과 영국 CCG그룹 계열사인 베이츠가 합작한 회사가 ‘다이아몬드 베이츠’였습니다. 현대그룹의 지분 60%를 1999년 제가 매입했고 추후 나머지 40%도 베이츠로부터 인수하면서 이름을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로 바꿨습니다. 지난해 서울신문을 떠나면서 다시 제가 경영을 맡게 된 것입니다.”

사명을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로 지은 이유가 있습니까.

“미국에 ‘애플’이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웃음) 성경에 포도와 관련된 구절이 나오는데 포도는 번성과 번영을 뜻합니다. 부지런한 농부와 같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포도를 가꾸면 탐스러운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포도 알 하나하나는 고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광고회사가 단순히 기업과 소비자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주는 역할을 해온 반면, 미래의 광고회사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수, 작가 등 다양한 메시지 창조자들과 소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넓혀주며 문화적 창조자의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로 지었습니다.“

최근 광고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요.

“참 어렵습니다. 전국에 260여 개의 광고회사가 있습니다.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가 대기업 물량을 거의 다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뺀 20% 정도의 물량을 놓고 나머지 회사들이 경쟁하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대기업 계열 회사도 뛰어들어 함께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외국계 회사들의 물량은 역시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경쟁 없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독립 광고회사의 살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광고회사 경영이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광고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경쟁력입니다. 그래서 창조성을 항상 강조합니다.”

창조성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습니까.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숨은 재능을 밖으로 꺼내어 활개치도록 해 주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강기획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직원들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일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상적인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직원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성차별에 대한 문제, 기기 노후화로 업무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 회사 비전에 대한 갈망 등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불만들입니다. 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 있습니다.”

사내에 ‘상상력 발전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입니까.

“올해 초부터 시작한 것인데 직원들끼리 모여 영화·연극을 보기도 하고 목장 견학을 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월미도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제작본부장이 발전소장인데, 이런 모든 활동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일선에서 일하면서 느꼈지만, 일이라는 것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결과물이 생성되는 광고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우리 두뇌 속에서 고갈됐을지도 모르는 새로움이 충전되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일에 파묻혀 있으면 판단력이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자서전(‘포도씨의 꿈은 와인보다 향기롭다’)을 내셨는데, 계기가 있습니까.

“더 늦기 전에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나이 64세로 은퇴할 나이지만, 요즘 들어 더 의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못해 본 일이 너무나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는 사진 찍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영화 클럽, 와인 클럽에도 다니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편지를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매일은 아니고 자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정성스럽게 e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엔 형식을 갖춘 편지를 보기가 참 힘든데, 사람들을 대하는 나만의 차별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 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4시 30분 기상, 6시 헬스클럽에서 운동, 8시 30분 출근이라는 부지런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다. 채 회장은 요즘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젊을 때보다 알통이 더 나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약력: 1943년 충남 조치원 출생. 서울중앙고 졸업. 성균관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박사. 69년 현대그룹 입사. 83년 현대중공업 상무. 91년 현대자원개발 부사장. 94년 금강기획 사장. 2003년 서울신문 사장. 2006년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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