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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54회 작성일 2007-10-23 09:52
[문화연대] 근현대체육의 역사 동대문 운동장을 보존하자 - 윤몽룡(64회) 기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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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체육의 역사인 동대문운동장을 보존하자

 

[기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 환경문제를 좀 더 중시해야

김정명신(문화연대)  / 2007년10월22일 11시46분

내 고향은 서울이지만 서울의 현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이 내게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나의 이 간단한 바램은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밀려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

보존과 개발, 쉽지 않은 과제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역사·문화자원과 자연환경의 획기적인 복원·정비를 통해 서울이 "명품도시"로 발돋움 할 것임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와 같은 계획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은 '규모와 시각적 효과만을 노리는 또 하나의 신개발주의 이벤트이자 파괴만을 불러오는 재개발 밀실야합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이러한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서울의 근현대역사유적은 오히려 파괴될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애환과 근대체육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대문운동장은 이중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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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의 야경

서울이 고향인 내가 처음으로 스포츠와 관련하여 동대문근처를 간 기억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스케이트를 사러갔던 기억이다. 그 당시 겨울철 인기스포츠였던 스케이트로 인해 업자들이 멀리는 도봉동, 수유리에서부터 집 앞 정릉천을 막아 얼려서 동네아이들이 겨울 방학 내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곤 했는데 나도 (일본산 수입 날에 한국 스케이트화를 조립한) 3S 롱스케이트를 사러 오빠 손에 이끌려 동대문운동장 주변 상점을 간 것이다. 그후 10대, 20대 초반에는 봉황기, 청룡기 등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면 날을 잡아 하루 종일 동대문운동장으로 출근하여 고교야구를 응원하곤 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엔 중앙고등학교가 야구명문이어서 윤몽룡(64회) 선수가 활약했었다. 그 이후 박노준 선수 등이 등장했지만 프로야구가 생기고 경기장의 중심이 잠실야구장이 되고부터는 동대문주변은 스포츠성지로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무렵 전후해서 동대문버스터미널도 이전했고 평화시장 등에서 시작된 의류 시장이 고층 쇼핑상가 개발붐에 힘입어 쇼핑명소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대규모 의류도매 상가들이 들어선 이후 동대문지역은 교통 상습정체지역으로 변해 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접근을 피하거나 서둘러 벗어나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동대문운동장은 기억의 한 귀퉁이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졌었는데 지난 8월 고교야구대회를 끝으로 오는 11월 동대문운동장이 철거 된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청계천이 복원되었다고 해서 덩달아 둘러본 동대문운동장은 과거의 영광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초라하고 어수선해보였다. 더구나 동대문 축구경기장의 경우 2003년 3월부터 폐쇄되어 임시 주차장 및 풍물시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니 서울시의 왜곡된 정책에 따라 본래 건립 목적에서 벗어나 동대문 근처 유일한 공터(?)로서 주차장으로 몇 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폐쇄 수순을 밟고 있던 셈이다.

철거 위기에 내몰린 곳은 이외에도 서울시청본청 건물 등도 포함되어 있는데 얼마 전 서울시는 이들 장소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킬 것인가, 유보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했다고 전한다. 초라하고 어수선한 동대문운동장? 아니 동대문 풍물시장? 아니 동대문 공영주차장?... 얼핏 생각하면 동대문운동장의 보존과 개발문제에 대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대문운동장을 둘러싸고 생긴 그 스포츠용품 상점들은 다행히도 수 십년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어린시절 기억이 새삼 되살아났다. 보존되는 것은 기억되는 것이고 그렇게 각자에게 각기 다른 이유로 풍부해지는 것이다.

동대문운동장은 1925년 착공 하여 1926년 3월에 준공한 종합경기장이다. 동대문운동장은 건립이후 야구, 축구, 육상 등 모든 운동경기가 열려서 한국스포츠의 발전의 산 증인역할을 한 곳으로 운동장의 위치는 조선시대 하도감 즉 훈련도감의 분영자리로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군사가 진을 친 곳 이었다고 한다. 그 근처에 공원 명칭도 '훈련원공원'으로 부를 정도로 훈련도감관 연관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나 매년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동대문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층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며 외국인이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쇼핑 명소로 변해서 건물의 보존과 전승은 모든 면에서 가장 어려운 과업이 되고 있다.

얼핏 보면 동대문운동장을 공원화 한다는 것은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시로서는 한번 욕심을 낼만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대문운동장은 쉽게 폐쇄할 건물이 아니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대신 서울의 몇몇 지역에 운동장 건립을 약속했다고 하나 문화재 보존의 문제와 운동장건립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서울시는 야구장 대체구장 7곳 중 구의정수장은 9월 12일 근대문화재로 등록 예고되었고, 신월동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천연기념이 발견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며 신월동주민들의 야구장건립 반대 여론이 높다고 한다. 하나의 문제가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고대와 중세의 유적에 대해서는 열광하며 과잉으로 '떡칠'을 하면서도 근현대유산에 대해서는 경시하며 현재의 눈으로 재단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동대문운동장 철거로 논란이 이는 지금 한쪽에서는 성곽을 새로 조성하는데 수십 억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같은 날 동시에 뜨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현재 지자체들은 자기 지역에 역사와 관련 있는 것이 있으면 하나라도 보존하려고 난리들이다. 물론 이는 일부 상업화와 직결된 것이 많지만 새로운 인식의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동대문지역에 주차장이나 녹지가 필요하면 무분별하게 동대문 운동장을 헐어 조성할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 땅을 매입하여 해결해야할 것이다. 내가 서울 시민으로서 세금부과액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부하는 이유는 먹고살기 바쁘고 개발논리에 경도된 개인으로서 하지 못하는 일 - 공공적인 것, 가치 있는 것 등을 서울시에게 대행하라고 납부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장사꾼처럼 세금으로 무분별하게 개발하라고 납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동대문운동장이 현재 서울시가 기대하는 상업성에 맞지 않더라도 우선은 보존하는 것이 맞다. 지금이라도 11월로 예정된 철거 계획을 되돌리고 경기장으로 유지보수하며 시민들의 경기장으로 재활용하여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면 지금처럼 퇴물처럼 어수선하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의미있게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곳을 헐어 없애고 '이 자리가 동대문운동장 터'라는 팻말과 함께 전광판, 스텐드 일부만 남을 경우 그 자리를 찾은 후손들은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명동국립극장을 비롯해 안국동 여운형선생의 생가 등 수많은 근현대사 유적들이 팻말하나 남기지 못하고 개발논리에 밀려 음식점으로, 고층 건물로 변모시킨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전철을 다시 밟고 싶은가?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의 보존과 개발, 더 나아가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한다. 이는 개발 명분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서울시 막개발 우려가 높으므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 환경문제를 좀 더 중시해야한다.

내 고향은 서울이지만 서울의 현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이 내게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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