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7>_< 전쟁독려와 친일가요> > 교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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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26회 작성일 2021-11-18 14:16
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7>_< 전쟁독려와 친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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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독려와 친일가요>


전면적인 친체제 노래는 전쟁을 독려하는 승전가 및 지원병가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전쟁지원을 독려하는 지원병가가 주류를 이룬다.


 일제는 중일전쟁을 치루고 대륙침략 전쟁이 본격화 되자 부족한 군인을 조선 지원병으로 채웠다. 

1938-1945년까지 지원병제를 실시하여 1만 8천여 명의 지원병을 군에 투입하였다. 

지원병은 대부분 소학교 이하의 저학력자가 대상이었는데 제대 후 취업을 보장하고 유가족에 우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제로 징용하였다.


그도 모자라 전문대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학도병 지원제’라는 명목으로 4500여 명이 동원되었다. 

전쟁이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자 급기야 1943년 8월부터 아예 강제 징용제로 바꾸어 20만 명을 전쟁터로 내몰아 2만 2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강제동원을 고무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일제는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영화, 연극, 대중가요에 투입하였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전시체제, 전쟁독려에 동원됐던 것이다. 

1940년대 접어들어 군사가요, 군가에 가까운 전쟁노래가 급증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군국가요 제정은 1937년 중일전쟁시부터 조선총독부 학무국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총후의 기원>(정찬주, 1937), <승전의 쾌보>(정찬주, 1938) 같은 노래가 그런 목적에서 나왔다.

 노래 제목부터 ‘총후, 승전’ 등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먼저 천황 찬가부터 보자.


"이 몸이 죽고 죽어 백번을 죽은 들

임 향한 일편단심 잊으리오까

봄밭에 피는 꽃도 임의 은혜요

새벽에 드는 별도 임의 은혤세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사랑일세"

-백년설, <이 몸이 죽고 죽어>


백년설이 부른 <이 몸이 죽고 죽어>(1942)다.

 이 노래는 마치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를 연상케 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라는 단심가를 번안한 것이다.

 정몽주의 임은 고려요, 고려의 군주였지만 백년설이 노래한 임은 바로 천황이었던 것이다.


천황은 거의 신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봄에 피는 꽃도, 새벽하늘에 뜬 별도 모두 천황의 은혜로 창조된 것이다. 

그야말로 천황은 천지창조의 신이다. ‘새살림’과 ‘웃으며 사는 것’도 다 천황의 복이니 그를 위해서 만번 죽어도 여한이 없고, 죽어서 사는 길도 임의 길인 것이다.(생략 부분)

하여 이천오백만이 성수를 받들어 충성의 길에 나가야 한다.


"역사 깊은 반도산천 충성이 맺혀

영광의 날이 왔다 광명이 왔다

나라님 부르심을 함께 받들어

힘차게 나가자 이천 오백만

아 감격의 피 끓는 이천 오백만"

-남인수, 이난영, <이천 오백만 감격>


남인수와 이난영이 함께 부른 <이천 오백만 감격>(1943)이다.


 천황의 부르심을 받들어 전쟁에 뛰어 드는 것이 은혜를 갚는 길이고 영광의 길이다. 

우리 모두 ‘동쪽 하늘 우러러서 성수를 빌고/ 한목숨 한마음을 임께 바쳐/ 미영 무궁원수 격멸의 마당에 정의로 나가야’ 한다.(생략 부분) 

결국 천지창조의 신인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미영(美英) 타도의 길에 나가는 길이다.


전쟁독려가는 부모자식, 남편 등 가족애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도 불려졌다. 

가족애 만큼 절실하고 끈끈한 정이 없기 때문에 그 만큼 호소력이 큰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네 얼굴보다

죽어서 돌아오는 너를 반기며

용감한 내 아들의 충의충성을

지원병의 어머니는 자랑해주마"

-장세정, <지원병의 어머니>


장세정이 부른 <지원병의 어머니>(1941)다. 

아들을 낳아 키운 것은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였다.

 그러니 싸움터로 내보낼 때는 눈물을 감추고 자랑스럽게 웃으며 보내야 한다.


 ‘사나이 그 목숨이 꽃이라면, 피를 흘리고 기운차게 떨어지는 붉은 사쿠라, 이것이 반도남아 본분’(생략 부분)일 것이라고 아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며 꽃처럼 지라고 호소한다.

 물론 그 꽃은 일본의 국화인 ‘사쿠라’다.


이어서 ‘살아서 돌아오는 네 얼굴보다 죽어서 돌아오는 너를 반기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죽기를 바랄소마는 이 노래는 오히려 자식의 죽음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자식보다 나라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극단적 애국심의 발로다.

 <어머니의 기원>(차홍련, 1943)도 전쟁터에 보낸 아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노래다. 

이처럼 모성애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군국주의를 찬양했던 것이다.

<지원병의 어머니>가 어머니가 부른 노래라면 <아들의 혈서>(백년설, 1943)는 이에 대한 아들의 답가다.


"어머님 전에 이 글월을 쓰옵나니

병정이 되는 것도 어머님 은혜

나라에 바친 목숨 환고향 하올 적에

쏟아지는 적탄 아래 죽어서 가오리다"

-백년설, <아들의 혈서>


아예 죽어서 돌아갈 것이니 어머니는 ‘이 얼굴을 다시 보리라 생각을 마옵소서’ 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모자가 모두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는 애국자가 되고 있다. 

생명보다 죽음, 아들보다 나라를 더 생각하는 순국가요, 애국가다. 

그런데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나라와 임은 바로 일제였고, 천황인 것이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밀한 모자간의 애정을 동원하여 죽음을 각오한 승전가를 부르게 했던 것이다.


<결사대의 아내>(이화자, 1943)는 결사대에 투입되어 철조망을 뚫고 한 목숨을 바친 남편의 죽음을 찬양하고 있다.


"한 목숨 넘어져서 천병만마 길이 되면

그 목숨을 아끼리오 용감한 임이시여

이 아내는 웁니다 이 아내는 웁니다

감개무량 웁니다"

-이화자, <결사대의 아내>


‘한 목숨 넘어져서 천병만마 길이 되면 그 목숨을 애끼리오 용감한 임이시여’ 라고 남편의 죽음을 찬미하고 있다. 

‘나랏님께 바친 사랑 별 같고 해 같애, 이 안해는 웁니다, 감개무량 웁니다’(생략 부분)라고 끝맺음하고 있다. 


이제는 자식도 버리고 남편까지 전쟁터에 잃게 된 아내가 감개무량 울고 있는 것이다. 

나랏님은 달 같고 해 같은 존재니 나라를 위해서 바친 목숨은 영광인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죽음 앞에 부인은 감개무량의 기쁨에 차 우는 것이다.


<혈서지원>(백년설, 남인수, 박향림, 1943)은 1943년에 실시된 해군 지원병에 응모한 지원자의 포부와 각오를 다지는 노래다.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 놓고 성수만세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랏님의 병정되기 소원입니다"

-백년설, <혈서지원>


1943년 8월 ‘육군 특별 지원병’ 모집에 이어 ‘해군 특별 지원령’이 시행됐다.

 이 노래는 이를 찬양하기 위해 제작된 곡이다.

 부제로 아예 ‘조선징병제 실시기념’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노래처럼 ‘무명지를 깨물어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며’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으로 ‘나라님 허락하신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생략 부분)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감격에 못 이기어 무명지(약손가락)를 깨물어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를 부르며 혈서지원하는 지원병의 의지를 찬양하고 있다.


일제는 지원병가, 승전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당시 대중들에게 인기있던 조명암, 박시춘, 백년설, 남인수, 이화자, 장세정 등 유명 음악인들을 총동원했던 것이다.

종군 간호부를 찬양한 노래도 있어 이채롭다.


"흰 옷 입은 이 몸은 붉은 십자의

자애의 피가 뛰는 간호부로다

야전병원 천막에 해가 넘으면

삭북천리 낯선 곳 벌레가 우네"

-김안나, <종군 간호부의 노래>


김억 작사의 <종군 간호부의 노래>(1937)다. 이면상 곡, 김안나 노래로 및 콜럼비아사 여성 합창단으로 되어 있다. 

김안나는 <눈물 젖은 두만강>의 김정구의 누이로서 도쿄 음악학교까지 나온 전문 음악인이다. 

<동무의 추억>(1936)을 불러 사랑을 받았는데 친일가요 대열에 동원된 것이다.


흰 옷과 붉은 십자의 캡을 걸친 간호부가 부상당한 병사를 간호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병원도 아닌 천막을 둘러친 야전병원인 것을 보면 전선 한 가운데임을 알 수 있다. 

간호부는 ‘자애의 피가 뛰는’ 헌신의 자세로 부상병들을 간호하고 있다. 전선의 간호부지만 여성을 소재로 한 노래라 서정적인 분위기도 감돌고 있다.


이처럼 기먹, 이하윤, 이광수 등수많은 유명문인들까지 동원하여 전쟁을 독려하고 군국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제작에 참여시켰다. 

문인들의 참여는 일반대중에게 전쟁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들이 나라와 역사를 이끌어가는 지성인들, 지도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중 홍보효과를 위하여 일제는 문인들을 대거 친일가요 제작에 동원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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