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70회) 교우 <가요사회사5> <통기타 세대와 포크송, 70-80의신화> > 교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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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09회 작성일 2021-06-22 10:36
김영철(70회) 교우 <가요사회사5> <통기타 세대와 포크송, 70-80의신화>

본문

5. 민주화 운동과 민중가요          


 1) 반전가수 밥딜런의 등장


 1960년대 서구의 팝 뮤직은 아메리칸록(American rock)과 브리티시록(British rock)으로 대별된다.


 아메리칸록은 다양한 가수들로 채워졌지만, 브리티시록은 단연 비틀즈가 중심이 되었다. 


비틀즈의 출현은 음악사에 획시기적인 것이었고, 음악을 너머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역사적 충격으로 작용했다. 

그들이 남긴 수 많은 밀리온 셀러(million seller)가 그들의 음악적 위상을 말해준다.


이에 대응되는 아메리칸록은 헤비메탈, 이지리스닝, 록앤롤, 컨트리, 리듬앤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다양한 가수들이 활동했다. 

사이몬앤가펀클, 비지스, 엘비스플레스리, 탐죤스, 비치보이스 등등 쟁쟁한 멤버들이 포진돼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주목되는 뮤지션은 밥딜런이다.


1960년대는 변혁의 주역으로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소위 'student power'가 풍미하던 시대였다. 

한국의 경우 4.19 혁명의 주체가 대학생이었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구나 1960년대는 월남전이 극심했던 때라 미국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고조되던 때였다. 


흑인 인권운동도 이 무렵에 고조되었다.

 이때 음악의 사회참여를 내세우며 앙가쥬망(engagement, 현실참여) 운동에 앞장 선 뮤지션이 바로 밥딜런(Bob Dylan)이다.


시인이자 화가였고, 싱어송 라이터였던 다면적 마스크의 밥딜런은 1960년대 공민권 운동에 앞장 서서 저항음악의 기수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 다녀야 금지시킬건가요. 바람만이 알지요" 라고 열창하던 <Blowing in the Wind>는 반전(反戰) 음악의 상징이 되었고, 공민권 운동의 주제가가 되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이 바다 위를 날아 봐야

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 올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밥딜런, <바람에 날리며>


밥딜런이 부른 <바람에 날리며>(Blowing in the Wind, 1963)다. 

이 노래가 나오던 1963년 이후 미국이 월남전에 참여하여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전쟁의 당사국인 미국에서 이러한 젊은이들의 죽음을 추도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마침내 반전(反戰)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선두에 밥딜런이 있었던 것이다.

 평화와 자유의 명분은 좋지만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전쟁은 무엇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노래는 평화, 자유에 앞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반전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음으로 의당 그의 노래는 리듬보다는 내용이 중시되는 소위 '가사음악'이 되었다.

 비틀즈 음악은 '리듬'으로 듣고, 밥 딜런 음악은 '가사'로 듣는 것이었다.


 그의 음악은 케루악, 긴즈버그 등 비트니크(beatnik) 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민중들의 일상적 삶을 조명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리하여 밥딜런은 민중가요의 아이돌(idol)인 되었다. 그러한 공적으로 2016년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였다.  


2) 민중가수의 기수, 한대수


1970년대 한국가요 역시 이러한 서구 팝문화의 자장권(磁場圈) 속에서 뿌리를 내렸다. 

1970년대를 풍미한 통기타 가수들 한대수, 양희은, 김민기,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이장희, 이연실, 박인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체로 그들은 포크송의 테두리 내에서 활동했으나 밥딜런처럼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드러 낸 가수들이었다. 

선봉에 한대수가 서고 뒤를 이어 김민기, 양희은, 양병집, 안치환이 뒤따랐다.

 이들의 노래는 현실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앙가쥬망의 노래로 구분된다. 

소위 민중가요가 되는 것이다.


한대수는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하면서 미국문화에 육화(肉化)된 사람이다. 

1968년 귀국하여 1969년 포크송의 메카 세시봉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그가 1974년에 낸 첫 앨범『멀고 먼 길』은 한국에 포크 록(folk rock)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그의 입신작 <행복의 나라로>, <물 좀 주소>, <바람과 나>가 들어 있다.

 그를 포크록의 선구자로 평가받게 한 것이 바로 이 앨범이다. 

1975년 2집『고무신』이 나왔으나 체제전복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되어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가 1989년 다시 귀국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보낸 젊은 시절은 한대수에게 미국음악에 심취하는 기회를 주었다.

 그가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낸 1960년대는 바로 밥딜런이 주도한 앙가쥬망이 풍미하던 시대였다. 

거기에 히피족과 비트니크(beatnik)들이 기성세대에 반기를 들고 전위적인 문화활동을 펼치던 때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trade mark)인 장발은 이러한 미국문화의 표상이다.

 그가 장발과 히피 스타일의 코스티움(costume)으로 무장한 채 기타와 하모니카를 들고 무대에 서는 순간은 곧 미국문화, 미국음악이 한국에 상륙하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였다. 


1969년 남산 ‘드라마 센타’에서의 첫 연주는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1969년을 통기타 음악의 원년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음악은 처음부터 앙가쥬망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장막을 거둬라 너의 작은 눈으로 이 세상을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더 느껴 보자

울고 싶소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 주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끝 없는 바람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 너머 물결같이 춤추던 님

무명무실 무감한 임 나도 임과 같은 인생을 지녀 볼래"

-한대수, <바람과 나>


한대수가 부른 <행복의 나라로>(1971), <바람과 나>(1971)이다. 

<행복의 나라로>는 뒤에 양희은에게 선사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에서 장막과 닫힌 창문은 곧 벽으로 둘러싸인 시대의 벽을 상징한다.

 노래가 나오던 1971년은 유신헌법 공포를 1년 앞 둔 시기였다.

 이 노래가 나온 1년 후인 1972년에 한국 정치의 암흑기로 평가되는 유신시대가 시작됐던 것이다. 


이 노래는 이러한 암울한 시대상황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장막을 걷고 창문을 열어 마음껏 풀밭 위를 걷고 새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다. 

곧 마음대로 웃고 웃는 ‘행복의 나라’, 곧 ‘자유의 나라’로 가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바람과 나>는 그 나라가 ‘자유의 나라’ 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록 ‘험한 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나뭇잎 사이로 자유의 바람이 불어와 사랑하는 임과 같이 춤추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 갈 것을 꿈꾸고 있다.

<물 좀 주소>(1974)는 좀 더 체제반항적인 성격을 구체화한 노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난 가겠소 나는 가겠소 저 언덕 위로 넘어 가겠소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오 물 좀 주소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한대수, <물 좀 주소>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이 노래는 생명의 원천인 물이 없어 목이 타들어 가는 숨막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은 ‘물 좀 주소’라는 구절과 ‘아아아’라는 외침으로 반복되고 있다. 

노래라기보다 절규요, 외침처럼 들린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그저 물 좀 달라, 숨막힌다’는 상황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하는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목이 말라 숨이 막히는 상황은 곧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암시한다. 


이 노래가 나온 1974년은 이미 유신 헌법이 공포되고 긴급조치가 시행되던 소위 ‘긴조시대’였다. 

언론이 통제되고 인권이 유린돼던 암흑기였던 것이다.

 그러한 절망적 상황을 목이 타들어 가는 육체적 상황으로 노래한 것이다.


이 노래는 후에 1987년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사건을 떠 올리는 노래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 여러 가지 잔혹한 고문이 자행됐던 바 그 중에서 물고문이 대표적이다.


 이 노래가 나온 1974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물 좀 주소>는 역설적이게도 ‘물고문’으로 표상되는 반체제 음악으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금지곡으로 규제되었다.


<옥의 슬픔>(1974) 역시 사회의 부조리,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작품이다.


"십칠 년의 지난 인생 추억 없이 넘긴 채

명예와 재산 속에 사는 부모님 아래

아무 말도 없이 아무 반항도 없이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슬픈 옥이여


복잡한 사회 속에 옥이는 들어서

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사랑과 미움 속에 끓는 청년을 보았소

길가에 허덕이는 병든 고아도 보았소"

-한대수, <옥의 슬픔>


노래의 주인공 옥이는 부족할 것 없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17년의 헛된 인생을 보내고 사회 속으로 뛰어 들어 고통에 신음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성의 길에 들어 선다.


 이 노래는 온실 속에 큰 한 소녀가 사회와 현실에 눈 떠 가는 사회인식의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말하자면 당시 운동권에서 회자되던 ‘의식화 과정’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한대수의 노래들은 금지곡으로 묶였다.

 1975년 2집에 실린 <고무신>은 명태잡이 어부의 삶을 진솔하게 묘사한 곡인데 금지곡이 되었다. 

지나치게 밑바닥 인생을 그렸다는 이유였다.


 결국 한대수의 노래는 다 금지곡으로 묶이고 오직 <행복의 나라로>만 남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한대수는 1970년대 반체제 가수, 앙가쥬망 가수의 대부(代父)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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