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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조회 2,304회 작성일 2013-10-16 09:48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축구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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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보다 패스… 나보다 팀, 축구장서 인생을 배웠다

이진석 기자

  •  

입력 : 2013.10.16 03:02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축구

내가 청춘을 보낸 재무부는 일도 축구도 지독했다
局대항체육대회 위해 理財局은 3개월 전부터 밤낮없이 맹훈련
왼쪽 윙 맡아 임종룡·김익주와 무적함대 이뤄 3년 연속 우승
젊은 시절 축구 통해 배운 건 살아가는 데 길잡이가 돼줘

내가 청춘을 보낸 옛 재무부는 일도 지독하게 했지만, 축구도 지독했다. 광적이라고 할 만큼 열심이었다. 매년 5월에 열리는 국(局) 대항 체육대회는 축구, 배구, 릴레이, 줄다리기 등 여러 종목이 있었지만 축구가 단연 최고 인기 종목이었다.

대회를 서너 달 앞두면 재무부 전체가 술렁였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뽑힌 선수들은 족히 2~3개월은 밤낮없이 맹연습을 했다. 나는 1년치 운동을 그때 다 했던 것 같다. 축구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일약 수퍼스타가 됐고,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선수는 몇 달이나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만큼 재무부의 축구 열기는 유별났다.

1990년대 초반 이재국(理財局)에 근무하면서 3년 연속 우승을 한 것은 아직도 가슴이 뛰는 기억이다. 나는 당시 왼쪽 윙을 맡았다. 키는 작았지만, 돌파력은 최고라고 자부했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회장인 임종룡 사무관이 오른쪽 윙을 맡았고, 센터포워드는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하고 있는 김익주 사무관이었다. 이종구 전 한나라당 의원도 당시 멤버였다. 지금이야 머리에 서리가 내렸지만, 당시에는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우리는 무적함대였다.

내 얼굴에는 축구를 하다 생긴 흉터도 하나 남아 있다. 1997년 세제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금융정책실과 축구 경기를 했는데, 그날은 영 이상했다. 초반에는 우리 팀이 경기를 주도했는데, 덜컥 선제골을 내준 뒤로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다. 실력 면에서 열세가 아니었는데도 형편없이 밀렸다.

윤용로 행장이 지난 6월 외환은행 신갈 연수원에서 열린 직원들의 동호회 축구 대회에서 시축하고 있다.
윤용로 행장이 지난 6월 외환은행 신갈 연수원에서 열린 직원들의 동호회 축구 대회에서 시축하고 있다. 윤 행장은“녹이 좀 슬었다. 왕년의 폼보다 못하다”고 했다. 그는“재무부 시절 축구할 때는 사무관 시절이라 내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외환은행 제공
나는 이럴 때일수록 파이팅을 하자고 동료들을 독려하면서 모범을 보인답시고 앞장서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열심히 뛰어다니다 그만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 정면에 맞고 말았다. 쓰러진 채 눈을 떠보니 안경은 날아갔고 피가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안경에 콧등이 찢겨서 제법 큰 상처가 난 것이다. 곧장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서 일곱 바늘 정도를 꿰맸다. 얼굴에 붕대를 두른 채 병원을 나섰는데 경기 결과가 궁금했다. 결국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축구장으로 돌아갔다. 우리 선수들이 헹가래를 치고 있었다. 역전승이었다. 내 얼굴을 본 동료들이 달려오고 우리는 한 덩어리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는 체육대회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축구에 열광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합리적이고 조용하던 동료나 선후배들이 그라운드에만 서면 하나같이 축구광으로 변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 시절 재무부의 축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됐다. 축구는 재무부의 강한 팀워크를 만들어낸 마술이었다.

지난 30년 공직 생활과, 어느새 6년째로 접어드는 은행 생활에서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도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한 조직은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었다. 미국 GM의 부회장을 지낸 밥 루츠(Bob Lutz)는 그의 책에서 '조직을 망치는 것은 MBA 출신 등 재무 전문가들'이라면서, GM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같은 비전을 갖고 협동하고 노력하는 현장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와 청년들의 사고방식을 지켜보면, 지난 시절 끈끈한 동료애에 바탕을 둔 팀워크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 개성, 나만의 특징을 강조하면서 협동심이 약해지고, 서로가 각자 맡은 일을 충실히 해서 우리의 목표에 한발 다가서려는 노력보다 "나만 지름길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 같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하고 다양성을 키워주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칸막이처럼 소통을 가로막고, 서로 힘을 합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게다가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 같다. 혼자만의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팀워크에 녹아드는 인재가 아니라, 나만 유별나고, 나만의 특징만 내세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젊은 시절 축구를 통해 배웠던 많은 것이 이후 인생에서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다. 축구장에서는 내 발재간을 자랑하는 단독 드리블보다 패스를 통해 빠르게 상대편 수비를 뚫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패스를 잘하려면 멀리 보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눈앞의 공만 쫓아서는 실패하기 일쑤였다. 내가 무리하게 슛을 하는 것보다, 나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기회를 넘겨야 팀이 승리했다. 팀워크는 그런 양보와 희생, 협력이 가능하도록 서로 마음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힘이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77년 行試 수석… 성공한 재무관료 출신 은행장

윤용로(58) 외환은행장은 성공한 재무 관료로 꼽히지만 공무원 시절 오래 변방을 돌았다.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수석 합격해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른바 ‘KS 라인(경기고-서울대)’이 아니어서 10년 만에야 핵심 부서인 이재국 은행과에 진입했다.

그는 서울 중앙고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재무부에선 국고국과 경제협력국, 이재국 등에서 근무했고,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을 지냈다.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직 생활을 마쳤고, 그해 12월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냈다. 재임 중 기업은행 자산을 124조원에서 170조원으로 늘렸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작년 2월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는 “마흔에 혼자가 된 어머니는 아들 둘 뒷바라지를 위해 중국집, 당구장 등 안 해본 일이 없으셨다”고 했다. 외국어대 영어과 출신이라 처음에는 외무고시를 준비하려다 “장남인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행정고시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공무원은 항상 대안을 갖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본보기’로 여긴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50)

댓글목록

no_profile 石溪진광준(高065) 개인프로필 프로필 차단하기게시글 차단하기 작성일
Good!!! 같은 생각입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나와 같은 느낌이 들어
가슴이 뭉클해짐도 느끼고..(약간의 눈기룽?).
작은거인 화이팅이네그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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