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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84회 작성일 2011-06-22 12:02
인물탐구 -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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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입력: 2011-06-21 17:22 / 수정: 2011-06-22 01:38 
몸에 밴 근검절약

영어테이프 하나 사려고 해도…부친 "왜 필요한지 설명해봐라"

스쿠버다이빙 狂
고려대 교수 시절 최연장자로 UDT 제치고 강사시험 수석

"형님 말씀은 다 옳다"
부대끼며 돈독해진 형제 우애…'늦깎이 CEO' 앞장서서 지지

"나를 믿어달라"
첫 임금협상때 신뢰로 설득…노조 "대표에 모든 것 맡기겠다"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교수CEO로…스마트그리드 영토확장
스쿠버 할 때 처럼 직원 눈 맞추는 신뢰경영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느라 수심 5m 밑 바다에서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다하던 김봉규 LS산전 대리는 일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검은빛의 커다란 물체가 갑자기 곁을 스쳐 지나갔던 것.흡사 상어처럼 보였던 검은 물체는 수 분 동안 물속을 돌다 수면 위로 올라가길 반복했다. 그는 물 밖으로 나온 뒤 다시금 깜짝 놀랐다.

'상어'인줄 알았던 물체가 바로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54)이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던 직원들을 향해 "이 과장은 겁을 너무 많이 내더라.김 대리는 호흡 연습을 더 해야겠어"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김 대리는 "공기통도 없이 자유자재로 물밑을 다니는 것도 놀랍지만,잠수복에 물안경까지 갖춰 물속에서 누가 누군지 알기 힘든데도 직원들을 정확히 알아봤다"며 구 부회장의 눈썰미에 혀를 내둘렀다.

◆스쿠버다이빙에 푹빠진 CEO

구 부회장은 어릴 적부터 물을 좋아했다. 초등학생 시절 제주도에 놀러 가면 월출봉 아래 바다로 뛰어들어 잠수를 즐겼다. 워낙 잠수를 좋아해 아버지 구평회 E1 명예회장(85)도 나무라지 못할 정도였다. 구 부회장은 귓전에 들리는 '사각거리는' 물소리가 좋아 다이빙을 시작했다고 했다. 큰형 구자열 LS전선 회장(58)이나 둘째 형 구자용 E1 회장(56)이 모두 운동에 능했지만 유독 그만이 물을 사랑했다.

1999년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엔 스쿠버강사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해군특전요원(UDT) 출신을 포함해 30여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는데 그가 최연장자였다. 무호흡 잠수로 5m 깊이 풀장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손발 끝이 저릴 정도로 했다. 수영장 소독제로 사용되는 락스 때문에 머리가 빠질 정도였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만에 그는 수석으로 강사 자격을 손에 넣었다.

3분40초의 무호흡 잠수기록을 갖고 있는 구 부회장은 서울시 수중협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스쿠버의 매력을 묻자 "물은 두려움의 대상이면서도 엄마 뱃속 같은 차분함을 안겨준다"고 했다. "수중호흡 때 나오는 물방울만 봐도 누가 겁을 먹었는지 알 수 있는 게 스쿠버다이빙"이라며 스쿠버다이빙 경영론을 꺼내 들었다.

"깊은 물속을 탐험하는 일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늘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짝을 이뤄야 한다. 한 사람의 산소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숨을 나눠가며 '짝호흡'으로 수면까지 올라와야 하는 신뢰의 스포츠가 스쿠버다이빙이다. "

구 부회장에게 서로 믿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건 운동뿐만이 아니었다. 2005년 강단을 떠나 경영 일선으로 나왔을 때,스쿠버다이빙에서 얻은 지혜를 떠올렸다. '신뢰가 있어야 경영도 있다. '

3년 후 LS산전 대표이사로 첫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다. 노사간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졌다. 구 부회장은 "믿어달라.회사를 키워내겠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진심은 통했다. 노조는 "모든 것을 맡겨보겠다"며 구 부회장을 믿어줬고 LS산전은 2010년 기준 매출 약 1조4100억원,영업이익 1460억원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LS 형제경영의 비밀

그에겐 늘 '럭키집 아들'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LG그룹(옛 럭키금성)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이 부친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여느 집 아이들과 비슷했다. 유교문화가 깊게 배어있는 데다 검박한 부친의 성품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는 공부를 위해 영어테이프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냥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에게 '왜 테이프가 필요한지,영어공부는 왜 하고 싶은지'를 한참 설명한 뒤에야 허락이 떨어졌다. 대학에 입학한 뒤 사촌형제들과 스키장을 갈 때도 그랬다. 아버지는 한 사람 몫의 비용만 줬다. "6인실이니 방값을 6분의 1로 나누고,리프트 비용과 식비를 계산하면 이거면 되겠다. " 부친의 교육방식은 늘 그랬다.

형들 덕에 고생도 꽤나 했다. 김기수(한국 최초 프로권투 챔피언)나 김일,장영철(프로레슬러)의 경기가 TV로 방송되는 날엔 어김없이 구 부회장은 형들의 '실험' 대상이 돼야 했다.

그렇게 부대끼며 자란 3형제의 우애는 깊었다. 그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처음 섰을 때 "우리 집안에 박사가 나왔다"며 가장 기뻐한 분들이 형들이었다고 했다. 3형제 중 늦깎이로 경영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형들이 가장 많은 응원을 보냈다. 그는 "형님 말씀은 일단 옳다고 믿고 따라야 한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땐 큰형님이 아버지다. 이것이 LS그룹을 이끌어가는 형제경영의 씨앗"이라고 했다.

◆럭키집 아들의 '궁둥이 승부'

구 부회장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도서관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 때 복학했다. 그를 반긴 것은 허태수 GS홈쇼핑 사장.3개월 먼저 제대한 허 사장이 "너도 이제 복학생이구나"며 놀려댔다. "정신차리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아갔다. 오전 8시에 도서관에 가니 안 좋은 몇 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다음 날엔 7시30분,또 그 다음 날엔 7시.도서관 가는 시간을 앞당겼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도서관 도착 시간이 4시50분으로 당겨졌다.

캄캄한 새벽 시간.학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쇠창살을 비집고 학교 안에 들어섰다. 도서관 문이 잠겨 있어 경비실을 찾았다. 경비아저씨는 졸린 눈을 비비며 도서관 문을 따주고는 사라졌다. 어두운 열람실.등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손을 가져갔다. '딸깍.'

구 부회장은 딸깍하는 그 소리가 좋았다. 그 맛에 도서관을 찾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도서관 불을 켜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통금 전에 귀가하는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공부였다. 1~2학년 시절 손에서 공부를 놓았던 터라 책이 눈에 쉽게 들어오질 않았다. 1주일 동안 똑같은 책장 읽기만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버티고 받아든 성적은 평점 3.8점.

구 부회장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이거밖에 안되나"며 자책했다. 이를 악물었다. "궁둥이 승부를 내보자"는 마음에 방학 시작과 함께 다시 책을 잡았다. 이틀에 책 한 권씩 연습장에 베껴가며 독하게 공부했다. 그렇게 노력한 덕에 다음 학기엔 평점 4.0점에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그때 목표를 달성한 뒤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몰두의 맛을 처음으로 맛봤다"고 했다.

몰두에서 찾은 즐거움은 경영에서도 이어졌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사업과 자동화솔루션 사업에 국한된 LS산전의 사업을 전기에너지와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로 확대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인 EV릴레이를 신사업으로 일궈내고 전력용반도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구 부회장은 "요즘엔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한 꿈은 돈이 아닌 사람이었다. 화석 연료를 태우면 사라지고 말지만 태우면 태울수록 커지는 게 사람의 에너지라고 했다. 구 부회장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스쿠버다이빙에선 짝호흡으로 수면 위를 올라올 땐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박자를 맞춰야 한다"며 "나도 직원들의 눈을 보며 경영을 하겠다.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닦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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