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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99회 작성일 2010-12-15 15:43
홍성흔(86), 그 이름은 ‘한국형 GG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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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86), 그 이름은 ‘한국형 GG의 정석’

기사입력 2010-12-13 07:35 기사원문보기


신(神)은 다 주지 않는다고 했다.

야구선수도 다 갖기 어렵다. 공이 빠르면 제구가 엉망이고, 힘이 넘치면 스피드가 떨어지곤 한다. 타격이 강하면 수비에서 애를 먹기도 하고, 공수에 걸쳐 기술이 좋아도 체력 탓에 풀타임 출전은 꿈만 같은 선수도 있다.

다방면으로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갖춰도 인터뷰만 할라치면 말이 엉키는 선수도 있다. 반대로 매스컴 앞에서 청산유수지만 그 놈의 플레이가 잘 받쳐주지 않아 인터뷰할 기회가 가뭄에 콩나듯 하는 선수도 있다.

홍성흔(34·롯데)은 참 ‘얄미운’ 존재다. 야구 잘 하고, 말도 참 잘한다. 외모까지 출중하다.

그렇다고 야구장 안팎에서 홍성흔을 얄밉다고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홍성흔은 늘 사랑받는다. 지난 7월 올스타전에서는 팬투표를 통해 역대 올스타 최다 득표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기자·PD·해설위원 등 전문가 그룹이 유권자로 나선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373장의 유효표 중에 344표를 쓸어담아 최다 득표 수상자가 됐다.

더불어 홍성흔을 통해 한국형 골든글러브의 ‘표심’도 드러났다. 근간이 되는 특급 성적에 언론·팬과 소통력 그리고 뜨거운 가슴이 그의 득표력으로 작용했다.

#방망이 끝에 달린 성적표

홍성흔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월등한 성적을 냈다. 타율 2위(0.350) 홈런 4위(26개) 타점 2위(116)에 오르는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7개 부문에서 최상급 성적을 남겼다. 지난 8월 윤석민(KIA)이 던진 공에 손등 골절상을 입고 정규시즌을 조기에 마감하지 않았다면 더욱 더 풍성해질 성적이었다.

홍성흔은 유머가 돋보이는 언행을 즐기지만 야구를 앞에 두고는 너무나 진지하다. 2009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롯데로 이적하기 전, 두산에서 뛸 때부터 포수 미트를 놓고 방망이에 주력했는데 말 그대로 타격에 온힘을 기울이더니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홍성흔은 “올해는 내가 얼마 만큼 할 수 있는 지 내 한계를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상 때문에 차질을 빚었지만 내년 시즌 올해 기록을 놓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한다. “내년에는 30홈런 이상에 올시즌 기록한 116타점을 넘어서겠다”고 했다.

#입을 통한 매스컴과 소통

홍성흔은 매스컴과 대화에 능하다. 굳이 피하지 않는다. 매스컴과 소통을 통해 팬과 소통하려 한다. 매 상황별 자신의 이름 끝에 달려있는 궁금증이라도 생기면 경기에 지장받지 않는 범위에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홍성흔은 “야구만 잘 해도 팬들을 모실 수 있지만 말 한마디 더 센스 있게 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더 많은 팬이 좋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전문가 그룹도 때로는 팬과 똑같다. 직업군상 호불호의 문제는 차단해두지만, 팬과 다름 없이 눈과 입, 귀를 통해 선수를 만나고 그들을 평가한다. 자주 대화하고, 자주 마주치는 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작다.

#가슴에서 피어나는 팬과 교감

홍성흔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가수 비의 ‘레이니즘’ 댄스로 팬 서비스를 했다. 지난 여름 올스타전에서는 ‘최다득표 감사’라고 적힌 유니폼을 새로 제작해 경기에 입고 나왔다. 긴 수염을 달고 나와 홈런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입고나온 제복같은 의상도 아내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적잖이 고민하고 공을 들여야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물론 대상은 팬이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홍성흔은 “팬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팀을 옮겨가면 정상의 사랑을 받는 홍성흔. 이쯤 되면 야구팬 모두가 그의 순수성을 읽는 것 아닐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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