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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71회 작성일 2010-04-07 09:40
식목일 맞는 김동구 백제약품 회장(53회)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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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식목일 맞는 김동구 백제약품 회장

입력 : 2010.04.03 04:14 / 수정 : 2010.04.04 21:54

백합나무 전도사된 '한국 造林王' "30년 지나면 아름드리 나무 되죠"

25살 전남 목포 총각 약사는 무엇을 할까 망설였다. 서울에 땅을 살까, 공장을 할까…. 그가 떠올린 것은 서독(西獨) 얘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바로 그 서독이었다.

서독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치안 유지를 위한 파출소 건설이었다. 다음이 나무 심기였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벌거벗은 민둥산에 곧게 쭉쭉 뻗은 나무, 울창한 숲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약방과 약 도매상으로 성공을 거둔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래서 전남 강진의 650㏊ 넓이의 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때가 1969년 봄이었다. 지금 그 규모는 1000㏊로 커졌다.

그곳에는 그가 심은 테다소나무 등 17종 500만 그루의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SK그룹을 제외하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땅에 나무를 심은 김동구(金東九·66) 백제약품회장의 얘기다.

그는 목포북교국민학교 5학년 때 원예반에 있었다. 화분에 물 주고 꽃 키우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서울로 유학와서 중앙중·고를 다닌 그는 생물반에 가입했다. 우이동에서 나무 사이를 헤치며 식물 채집하는 게 좋았다.

대학은 고향에서 다녔다. 조선대 약대에 진학한 것이다. 해방된 후 '백제약방'을 차린 아버지의 가업을 계승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제약업이 발전하지 않아 재일동포 보따리 약장사가 많던 시절이다.

김동구 백제약품 회장이 전남 강진의 백합나무 숲에서 30년 만에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 나무들을 대견한 듯 살펴보고 있다. /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일본에서 제주도로 약이 오면 서울로 가는데 꼭 거쳐야 할 곳이 목포였다. 이런 약 중개상을 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적지않은 돈을 모았다. 백제약방은 백제약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들이 약사 면허를 땄기 때문이었다. 김동구는 라디오 방송에 광고를 냈다. 그러자 손님이 부쩍 늘었다. 사업 수완을 발휘한 그의 첫 작품이었다. 그런데 약사로 끝내기는 싫었다.

김동구는 서울에 갔다. 미아리·종로를 거쳐 배 타고 한강을 건너 강남에도 갔다. "땅을 사서 부동산 투자를 한다? 공장을 세운다? 그러나 수십년 뒤 무엇이 남을까?" 그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나무는 거짓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동구는 충남 서산에 좋은 산이 있다고 해 갔다. 카메라로 사진을 여기저기 찍었다. 지친 몸을 끌고 온양 온천탕에 담그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쳐 벗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미사일 기지가 있는 산을 왜 찍었냐!" 간첩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동구는 24시간 만에 풀려나면서 나무 심을 팔자가 아닌가 싶었다.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산림청이 발족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김동구는 생각했다. "아냐, 역시 나무야." 그래서 사들인 게 전남 강진 칠량면의 야산이었다. 그가 산 땅은 주민 50여명이 연료림으로 쓰겠다며 불하받은 땅이었다. 나무를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바닷가 인근이란 위치도 좋았다.

"산 경계선이 어딘지 물을 필요도 없었어요. 산에 내 배꼽 보다 큰 나무가 없는 지역이 바로 내가 산 땅이었어요. 주민들이 나무를 마구 베간 바람에 나무다운 나무가 없었지요."

어떤 나무를 심을까. 60년 뒤에 경제성이 높은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산림전문가가 없어요. 어떤 나무가 좋은지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는 산림 관련 책들을 보고 독학했다.

'임업자 필수'란 책을 보니 테다라는 미국산 소나무가 한국 소나무보다 3배나 빨리 자란다고 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일본에서 잘 자라니 우리도 잘될 것 같았다. 그러나 첫해부터 낭패였다.

120만 그루나 심은 테다소나무 절반이 죽었다. 나무 밑동에 비료를 주었더니 말라죽은 것이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산림청에 얘기했다. 역삼투압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부터는 비료를 나무 주변에 뿌려주게 했다. 김동구의 체험이 비료 주는 방법 자체를 바꾼 것이었다.

그는 주변의 산을 더 매입하고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국유지를 빌려 나무를 계속 심었다. 우리나라 산에는 원래 소나무가 많았으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목재는 전체 수요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이런 수입을 대체할 돈 잘 버는 나무는 없을까. 하루는 지리산에 있는 서울대 연습림에 갔다가 귀티나는 나무를 발견했다.

백합나무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 연락해 백합나무 자료를 구했다. 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피는데 튤립(백합)과 비슷했다. 포플러처럼 잘 자란다고 해서 영문 이름은 '노란 포플러(yellow popular)'였다.

그는 테다소나무 대신 백합나무로 바꿨다. "1년에 1.3m씩 쑥쑥 크고 반경 2㎝ 가량 굵어질 정도로 너무 잘 자랐어요. 주변 풀베기나 가지치기도 필요 없었어요." 바로 이 나무가 돈버는 나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백합나무는 우리나라에선 이미 '실패한 나무'로 공인됐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 나무를 좋아해 산림청에선 서둘러 심기에 나섰었다. 그러나 당시엔 묘목 자체가 제대로 크지 않아 실무자들만 문책당했었다.

30여년이 지나자 그의 산에는 높이 30m의 아름드리 백합나무 수십만 그루가 빼곡 찼다. "소나무는 경제성이 있으려면 60~90년, 낙엽송은 80년, 편백나무는 6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해요. 그러나 백합나무는 30년만 크면 돼요."

그의 멋진 성공으로 이 나무는 지금 정부의 권장 수목이 됐다. 그는 백합나무 전도사로 나섰다. 나무가 크는 것만큼 그의 약국도 커져 지금은 약품도매상인'백제약품'과 제약회사인'초당약품'으로 발전했다.

전남 무안에 초당대학까지 세워 그의 아버지(김기운·90)가 이사장이다. "나무는 국민성을 바꾼다고 해요. 하늘을 쳐다보며 꼿꼿하게 크는 나무를 보면 너른 생각, 바른 사고를 가지게 됩니다. 자녀들에게 돈을 남겨 줄 생각 말고 나무를 심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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