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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00회 작성일 2009-12-08 10:58
홍성흔(86회)"내년엔 딸에게 1등 아빠 모습 보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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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86회)"내년엔 딸에게 1등 아빠 모습 보여야죠"
기사입력 2009-12-08 05:42 기사원문보기

노을 지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는 홍성흔. 그는“이젠 롯데도 나도 모두 1위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2년연속 타격왕 놓친 롯데 홍성흔

"또 2등 하면 잠적할 수도 있어요. 하하하."

홍성흔(롯데·32)의 농담에 진한 미련이 배어 있었다. 평소 쾌활하기로 소문난 홍성흔답지 않게 지난주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그는 2년 연속 '타격왕 2위'가 된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흔은 2008년에 타율 0.331로 한참 후배인 김현수(두산·당시 0.357)에게 밀렸다. 올해엔 더 아까웠다. LG 박용택에 불과 1리 뒤진 0.371로 타격왕을 놓치고 말았다. "상금도 만만치 않은데 TV로 개인 타이틀 시상식 보는 동안 속이 좀 쓰렸죠."

홍성흔은 올 시즌 '고난'의 초반기를 딛고 일어섰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4월 타율 0.226, 3타점이란 극심한 부진으로 2군으로 강등됐다. '먹튀' 소리까지 듣는 굴욕도 당했다. 원인은 부담감이었다. '롯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홈런 20개는 쳐야 한다'는 등의 압박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성흔의 압박감을 떨쳐준 것이 '갈매기 타법'이었다. '갈매기 타법'은 타석에서 두 팔을 벌린 채 허리를 몇 번 돌리며 타격 폼을 잡는 것으로 홍성흔이 고안한 자세다.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것을 막아줘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한다. 홍성흔은 "일정한 행동 패턴을 계속하면서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했다.

홍성흔은 타율 0.467을 기록한 5월부터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르더니 8월에 월간 타율 0.431, 시즌 타율을 최고 0.384까지 찍으며 타율 선두권에 올랐다. 이후 홍성흔은 LG 박용택과 타격왕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던 중 홍성흔은 LG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9월 25일)를 가졌다. 1리 앞서던 박용택이 출전하지 않아 홍성흔이 안타 두 개만 치면 역전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LG 투수들은 홍성흔과의 승부를 피했다. 결과는 4연속 볼넷. 승부를 뒤집을 수 없었다. 홍성흔은 "점프해서라도 빠지는 공을 때리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지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 관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성흔은 박용택보다 모자란 것이 많아 2등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야 안타 2개만 더 쳤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죠.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사실 2등도 무지 잘한 것이잖아요. 하하하."

홍성흔은 "인생은 삼세판"이라고 했다. 2등에 2번 머물렀으니 다음엔 꼭 1등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홍성흔은 "5년쯤 선수생활 더 한다면 분명히 기회가 한번은 더 있을 것"이라며 "딸한테 1등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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