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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65회 작성일 2009-03-01 10:22
커버스토리]정몽준-박근혜 ‘외나무다리’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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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정몽준-박근혜 ‘외나무다리’ 만날까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두 라이벌 사실상 대권행보…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

정몽준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과연 맞붙게 될까? 정 최고위원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보임에 따라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전 대표는 본인의 의사 표명과 관계없이 이미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정 최고위원이 친이 쪽에서 대표주자로 나선다면 두 사람의 대결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 최고위원이 2007년 12월 초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을 때 언론에서는 ‘박근혜·정몽준 차기 경쟁’ ‘정몽준은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최근에도 한 중진의원은 비공식석 상에서 친이쪽 흐름과 관련해 ‘정몽준은 박근혜 견제용’이라고 해석했다.

정 최고위원의 움직임에는 늘 ‘박근혜’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두 사람은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정 최고위원은 두 사람이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어 초등학교 시절 서로 몰랐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1학년 때부터 장충초등학교를 다녔으나 박 전 대표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공관이 동국대 앞에 위치하면서 전학왔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은 1951년 11월생이고 박 전 대표는 1952년 2월생이다. 불과 3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1964년 장충초등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대선과정 앙금 남아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정 최고위원은 중앙고를 졸업한 선후배 관계다. 정 최고위원이 7년 선배다. 지난해 중앙고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딸, 대그룹 회장의 아들인 두 정치적 라이벌은 어릴 때부터 글로벌 시대를 앞둔 훈련을 받았다. 두 사람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외국의 유명인사와도 폭넓은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정 최고위원은 현대그룹 계열 회사의 경영자로서, 박 전 대표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로서 리더십을 닦았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보다 먼저 국회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기반은 박 전 대표가 앞서 마련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두 사람은 정치적 교차점에서 마주쳤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무소속 의원인 정 최고위원에게 손을 먼저 내밀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의 연합을 점쳤으나 월드컵 4강으로 정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정 최고위원은 독자 출마로 돌아섰다. 정 최고위원이 국민통합21을 만든 후 상황은 역전됐다. 정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박 전 대표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으로 복당해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의 앙금은 두 사람 사이에 고스란히 남았다.

특히 당시 박 전 대표 측은 국민통합21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강신옥 전 의원의 문제를 들어 두 사람 사이에는 감정적인 문제까지 얽혔다. 강 전 의원은 1979년 박정희 시해 사건의 주동자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다. 이후 그가 재판 자료로 보관하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 자료가 여성잡지에 보도되자 박 전 대표와 강 전 의원의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2년 11월 정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의 단일화가 끝내 성사되지 못하자 강 전 의원은 국민통합21의 창단기획단장직에서 사퇴했다.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홍윤오 실장은 강 전 의원의 사위다. 당시 국민통합21에서 공보특보직을 맡고 있던 홍 실장은 강 전 의원과 함께 사퇴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복당한 후 대표로서 자신의 굳건한 지지 기반을 다졌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2002년 월드컵 이후의 반짝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정치적 겨울’을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같은 현대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2007년 12월 초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서울 동작 을에 출마하는 모험수를 강행, 6선 의원이 됐다. 곧이어 전당대회에서는 박희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4월 재보궐선거 관계설정 주목
박 전 대표는 비록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세를 과시했다. 차기 대권 고지 경쟁에서도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변함없이 확고한 지지율을 보였다. 영남지역에서 박 전 대표는 고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그의 세력은 탄탄하다. 그 중심에 박 전 대표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 최고위원은 확실한 지지층은 물론, 뚜렷한 지역 기반이 없다. 그를 받쳐줄 당내 인맥도 거의 없다.

정치 비전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비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일화, 2007년 한나라당 입당 등의 갈지(之)자 행보로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표는 이미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검증을 거쳤고 훈련이 돼 있어 리더십이 형성됐다”면서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아직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유 평론가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정 최고위원은 정치적 검증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해프닝을 겪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원칙주의적이고 행보가 무겁다. 정치컨설팅사인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사람들에게 일관성을 주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치가 생물이니만큼 탄력적 대응이라든지 어떤 한 시점에서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정치와 동떨어지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런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정 최고위원의 정치 스타일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의 정치 스타일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후보 단일화, 대선 전날의 지지 철회 등으로 일관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기업 오너 출신이라는 사실은 순간적인 이해관계와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중도 노선을 언급하다 최근 아스팔트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발언을 한 것도 친이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오락가락하는 행보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4월 29일 재·보궐선거에서 두 정치적 라이벌이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가 벌써부터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선거에 출마하면 재·보궐 선거는 정 최고위원의 진두 지휘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이 친박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선 경쟁에서 박 전 대표가 선점하고 있는 만큼 정 최고위원은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또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준의 인물 비평]정몽준의 대붕도남과 망양다기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재벌 정치인’ 이미지 털어낼 수 있을까

정몽준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용산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사재를 털어 세운 ‘아산정책연구원’을 대폭 확충키로 결정한 데 이어 ‘해밀을 찾는 소망’이라는 별도의 정책연구소를 열었다. 주류 측 의원들과 식사 및 골프 회동을 부쩍 늘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2시간가량 독대한 것도 심상치 않다.

원래 ‘독대’는 조선조 500년을 통틀어 불과 수십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이 나라의 흥망과 직결된 사안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이뤄졌다. 군왕의 모든 언행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사관(史官)을 배제한 채 군신이 밀담을 나누는 것은 <예기> 예운편에서 강조하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공의(公議) 정신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통상 당사자가 함구로 일관하게 마련인 청와대 독대가 이뤄질 때마다 여러 해석이 난무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의 독대를 두고 대권행보의 조기 가동으로 해석하는 게 중론이다. 정책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축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어찌 저 같은 연작(燕雀)이 대붕(大鵬)의 꿈을 알겠습니까. 아마도 나라를 살리는 꿈, 겨레를 구하는 꿈일 것입니다. 그의 꿈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소망합니다.”

제비와 참새를 뜻하는 ‘연작’은 소인, 상상의 길조인 ‘대붕’은 대인을 상징한다. ‘연작’ 운운은 과거 2인자 리더십의 전범을 보여준 김종필 전 총리가 수시로 써 먹은 바 있는 천고의 절구(絶句)이기도 하다.

<장자> 소요유편에 따르면, 대붕은 북해에 사는 전설상의 물고기인 곤(鯤)이 변한 것으로 때가 되면 구만리 창공 위로 올라가 남명(南冥·남쪽바다, 대업을 상징)으로 날아간다. 하루는 조선(매미)이 학구(메까치)와 함께 남명으로 날아가는 대붕을 비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내가 결심하고 한 번 날면 이 나무에서 저 나무까지 갈 수 있다. 어쩌다 가끔 땅에 곤두박질할 때가 있기는 하나 대붕은 왜 굳이 구만리 창공을 날아 남쪽으로 가려는 것일까.”

이를 두고 장자는 “조학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라고 물었다. 여기서 천하를 거머쥐려는 대장부의 웅대한 포부를 뜻하는 ‘붕정만리(鵬程萬里)’, ‘대붕도남(大鵬圖南)’, ‘붕도(鵬圖)’ 등의 성어가 나왔다. 대업(大業)의 웅지를 비유한 것이다.

<사기> 진섭세가에 그 실례가 나온다. 진시황 사후 최초로 반기를 들어 보위에 오른 진섭(陳涉)은 젊었을 때 남의 집 머슴이 되어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하루는 그가 일손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던 중 주위 사람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만일 부귀하게 되면 서로 잊지 말도록 합시다.”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대는 머슴으로 있는 주제에 어찌 부귀를 이룬다는 것인가.”
진섭이 크게 탄식했다.
“차호(嗟乎·아), 연작안지홍혹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연작이 어찌 홍혹의 뜻을 알겠는가).”
대개 ‘홍혹(鴻鵠)’을 ‘홍곡’으로 읽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혹’을 ‘곡’으로 읽으면 ‘적(的·과녁)’의 뜻이 된다. ‘정곡(正鵠·과녁의 한가운데)을 찌른다’는 구절이 실례다. ‘홍혹’을 단순히 홍안(鴻雁·기러기)과 황혹(黃鵠·고니) 등의 큰 새로 새기는 것도 잘못이다. 이는 봉황(鳳凰) 및 대붕과 마찬가지로 상상의 길조를 뜻한다. <시자(尸子)>에 다음 구절이 그 증거다.
“홍혹은 날개가 합쳐지지 않는다. 사해지심(四海之心·사해를 품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 요금도 모른다” 구설수
박 대표가 ‘연작’을 ‘홍혹’이 아닌 ‘대붕’에 대비한 것은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과연 그의 주장대로 정 의원의 행보를 대붕의 행보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일까. 원래 대붕의 ‘도남’에는 전제가 있다. <장자>의 해당 구절이다.

“수적(水積·물의 층)이 두텁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웅덩이에 배를 띄우면 이내 바닥에 닿고 말듯이 대붕도 풍적(風積·바람의 층)이 두텁지 않으면 큰 날개를 띄울 수 없다. 구만리 창공으로 올라가야만 능히 남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

여기의 ‘풍적’은 바로 공자가 <논어> 안연편에서 역설한 득민심(得民心)에 해당한다. 박 대표는 비록 축사에서 “이름에 ‘몽(夢)’자가 들어간 그는 ‘꿈의 사나이’에 해당한다”고 칭송했으나 국민들의 신망을 받지 못하면 ‘도남’이 한낱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도몽(圖夢)’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그는 30년 전의 버스 요금을 현재의 요금으로 대답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현재 그의 ‘도남’에 대한 당내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중적인 흡인력과 광범위한 인맥, 합리적인 성품 등을 근거로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소위 ‘무이(無二) 대항마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소위 ‘일회용 대타설’이 그것이다.

“그를 인간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은 별로 없다. 주류 측에서 박 전 대표 측을 견제키 위해 잠시 활용하는 카드에 불과할 뿐이다.”

그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소수의 소장파 정치인과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 캠프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만 우익(羽翼)으로 두고 있는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그의 이미지가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CEO 출신 정치인’으로 깊이 각인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 회생에 실패할 경우 이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CEO’와 격이 다른 ‘오너CEO’를 내걸고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재벌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시킬 공산이 크다. 그의 ‘도남’ 행보에 유보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문제는 그의 ‘도남’ 행보가 과연 정확히 남쪽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케 만드는 어정쩡한 모습에 있다. 최근 한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해 대권과 FIFA 회장 자리를 저울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그 증거다.

“2011년의 FIFA 선거와 2012년의 대선을 둘 다 치를 수는 없는 상황에서 FIFA 회장에 당선한다면 국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대권과 FIFA 회장 자리 저울질
‘도남’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최고통치권자 자리는 정확히 남쪽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계인의 축제를 주관하는 FIFA의 회장 자리는 일신의 영예와 관련한 까닭에 정반대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만일 그가 오랜 기간의 축구협회장 경력 등을 토대로 ‘도남’ 대신 ‘도북(圖北)’을 선택할 경우 성패와 상관없이 그것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도북’과 ‘도남’을 저울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큰 실책이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자세로 시종 우국(憂國)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지리멸렬(支離滅裂)한 행보로 보일 수밖에 없다.

원래 용봉(龍鳳)의 인물은 세심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뛰어난 자질과 강한 자부심이 지리멸렬의 덫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열자> 설부편에 이를 경계하는 우화가 나온다.

하루는 양주(楊朱·장자와 쌍벽을 이루는 도가)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었다. 그가 무리를 이끌고 양을 찾아 나서자 양주가 물었다.
“겨우 양 한 마리를 잃고서 어찌하여 찾아나서는 자가 이토록 많은 것인가.”
“기로(갈림길)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웃 사람이 빈 손으로 돌아오자 양주가 물었다.
“양을 찾았소.”
“끝내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찌 그리 된 것이오.”
“기로 속에 또 기로가 있어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양주가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며칠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자 제자인 심도자(心都子)가 안으로 들어가 물었다.
“같은 스승 밑에서 인의(仁義)를 터득한 3형제가 있었습니다. 부친이 그 요체를 묻자 큰아들은 애신이명(愛身而名·몸을 아낀 뒤 명성을 추구함), 둘째아들은 살신성명(殺身成名·몸을 내던져 명성을 이룸), 막내아들은 신명병전(身名竝全·몸과 명성을 두루 보전함)을 들었습니다. 외견상 상반되나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듯한데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입니까.”
양주가 되물었다.

“옛날 해변에 사는 어떤 사람이 물과 수영에 익숙해지자 배를 젓는 일로 100명의 식구를 먹여 살렸다. 그러자 양식을 가지고 이를 배우러 오는 자가 무리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 중 익사하는 자가 거의 절반에 달했다. 본래 이들은 배 젓는 일을 배우러 온 것이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배우러 온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가.”
심도자가 밖으로 나와 동학(同學)들에게 말했다.

“대도(大道·큰 길, 대붕의 행로를 지칭)는 ‘다기망양(多岐亡羊)’에 빠지기 쉽다. 귀동반일(歸同反一·근본으로 돌아감)해야 ‘다기망양’의 잘못을 범하지 않게 된다.”

양주와 심도자 모두 대붕이 ‘붕정만리(鵬程萬里)’의 여정에서 ‘다기망양’의 덫에 걸리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고우면하지 말고 구만리 창공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이는 적성(赤誠)을 다하여 득민심(得民心)에 성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최근 일본의 독도영유권 명기 방침과 관련해 한일어업협정의 종료를 일본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독도 문제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민심의 흐름에 부합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최근 전남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두고 학생들이 지난 총선 때 그가 내세운 뉴타운 공약을 ‘용산 참사’와 연계시키며 결사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도남’의 급선무가 ‘재벌 정치인’ 이미지의 불식에 있음을 웅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신동준<21세기정경연구소장> xhindj@hanmail.net

 

 

[커버스토리]정몽준, ‘CEO형 리더십’ 내세울까?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운’따르는 대주주… 경영 능력은 판단 엇갈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에 대한 그의 경영 능력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전북 군산 군장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기공식 장면. 같은 현대그룹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현대중공업 제공>

해마다 공직자 재산 내역이 공개되면 말머리에 논의되는 인물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지난해 3월 국회공보에 따르면 그의 재산 총액은 3조6043억 원.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등의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1년 새 2조 2조 육천육십 원이 증가한 덕분이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1년 만에 3분의 2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조 원이 넘어 전체 공직자 재산 순위 1위는 물론이고, 재계에서도 3위권에 속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재계 순위는 민영화된 공기업(포스코·KT)을 제외하면 7위. 1982년부터 7년간 현대중공업 대표를 지내다 고문에 이어 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 최고위원의 경영 능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한 ‘CEO형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는 정 최고위원의 경영 능력은 면밀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의 부와 경영 능력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重 세계 1위, 공격 경영? 부친 덕?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조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4위 현대미포조선, 5위 현대삼호중공업 등 세계 10대 조선업체 중 3곳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대형 선박 5척 중 1척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손을 거쳤을 정도다. 선박 건조뿐 아니다.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해상 원유생산설비(FPSO), 이동식 발전설비 등 8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1982년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7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현대중공업은 당시 현대그룹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 조선사였다. 평소 여러 아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울대를 졸업한 정 최고위원에게 정치를 시키려는 마음이 있던 ‘왕회장’이 안정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게 재계의 이야기다. 이후 1988년 13대 총선에서 울산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전까지 7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장과 회장 등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그룹의 최대주주인 정 최고위원은 그룹의 공식 직함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경영도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최고위원이 여전히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서 현대중공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나 대주주 가운데 정 최고위원만큼 지배구조가 탄탄한 경우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 지분 구조에 대한 정보 공개’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 0.3%를 비롯해 이재용 전무를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이 0.84%에 불과하고,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0.27%, 총수 일가 지분이 1.17%에 불과했다.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도 정몽구 회장 개인 지분은 2.62%, 총수 일가 합계는 4.03%에 그쳤다. 이에 비해 정 최고위원은 개인 지분만 4.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14년 무분규’ 등 노사 문제 평가 엇갈려
정 최고위원은 이런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공격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계열사 분리 당시 재계 순위 20위권에 머물던 현대중공업을 일약 9위에 올려놓은 데는 세계경제를 읽는 정 의원의 혜안이 컸다는 평가다. 국가 간 물류량과 석유·가스 등 에너지 운반이 크게 늘 것을 예견했고, 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의 한 인사는 “정 의원만큼 운이 잘 따르는 사람도 없다”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10년 동안 닦아놓은 터에서 현상 유지만 해도 이뤄낼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경제인 정몽준’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수조 원을 호가하는 대형 M&A 참여 결정에 ‘오너’인 그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현대중공업은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대우조선 노조의 거부감으로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여당 최고위원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정치적 특혜 시비도 선정단으로서는 염려거리였다.

노동계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 문제에서 정 최고위원의 경영 능력을 진단한다. 얼마 전 현대미포조선에서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음식물을 올려 보내려는 것을 현대중공업 경비 직원 100여 명이 무자비한 폭력으로 막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대중그룹의 노사 문제는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노동계와 야당은 “정몽준 의원은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라”면서 “사실상의 경영주인 정몽준 의원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코 거물 정치인 정몽준 의원에게 한 줌의 신뢰도 지지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1989년 노조 간부들이 세미나 중이던 산장을 습격한 ‘식칼 테러 사건’을 자행하기도 했다. 1987년 골리앗 투쟁 이후 노동계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반공세가 펼쳐진 시기로, ‘제임스 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전력 탓에 대우조선 인수전에서도 대우조선 노조와 임직원들이 현대중공업을 ‘부적격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14년 무분규’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사가 분규 없이 대화로 임단협을 합의한 것.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용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가 2004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분신 사망 사건 당시 보여준 행태가 문제가 돼 민주노총에서 제명된 것이 단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실리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굳이 파업을 하지 않고도 노동자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 “그러나 수평적이지 않은 회사 우위의 협력적 노사관계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갑자기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화하면서 사회 양극화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부족함 없어 보이는 ‘경제력’은 정 최고위원의 이미지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성공한 경제인으로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을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는 이명박 정부를 통해 충분히 깨져버린 상태.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이면서도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정 최고위원의 ‘경영인으로서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커버스토리]안효대·신영수 의원 ‘정몽준의 사람’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아산정책연구원과 ‘해밀을 찾는 소망’은 정책·입법 활동 지원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6선 의원, 현대중공업 사장,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정계·재계·학계·체육계 등에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또 1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미국 정부의 전·현직 주요 인사들과 친분도 두텁다. 비록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오래 했지만 국방위 위원을 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전격적으로 입당한 정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이른바 친이계(이명박)와 친박계(박근혜)가 광범위하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만 친정계(정몽준)를 자처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그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인 것이다.

친정몽준계라는 계파가 없는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과 여러 가지 인연으로 그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는 정치인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정 최고위원을 가장 따르는 정치인은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이다. 안 의원은 1980년부터 정 최고위원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다. 현대중공업 출신인 안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가 창당한 국민통합21의 총무부 국장과 정 최고위원의 울산지역구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다.

미국 정부 전·현직 주요 인사들과 친분
특히 정 최고위원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울산을 떠나 서울 동작 을에 출마하면서 안 의원에 지역구(울산 동구)를 물려줬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국회의원 중 정 최고위원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정 최고위원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왼쪽위부터 _ 안효대 의원, 신영수 의원, 전여옥 의원 <김석구 기자>, 홍정욱 의원 <김세구 기자>, 김장수 의원, 송광호 최고위원.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경시 성남 수정)도 정 최고위원과 친분이 두텁다. 신 의원은 정 최고위원과 서울대 동기로 학과는 달랐지만 교양과목을 함께 듣는 등 친구로 지냈다. 그는 이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서산간척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게 총애를 받았다. 신 의원은 1993년부터 6년 동안 문화일보 기획관리국장을 지내면서 위기에 처한 문화일보 구조조정도 마무리했다. 문화일보를 퇴직한 이후 성남에서 시민활동을 했던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민주당 김태년 의원을 누르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현대 가(家)와 다양한 인연을 갖고 있는 신 의원은 정 최고위원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신 의원은 최근 제2롯데월드 건물 신축 허가와 관련해 성남지역의 고도 제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정 최고위원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KBS 기자 출신인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를 도왔다. 당시 정 후보는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 작성 때 전 의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 방미단으로 정 최고위원과 미국을 방문했던 전 의원은 “정 최고위원은 잘 듣고, 많이 이야기하고 지치는 법 없이 무서운 에너지를 보여줬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서울 노원 병)은 정 최고위원과 친인척 관계다. 홍 의원의 입장에서 정 최고위원은 처이모부다. 홍 의원은 명절 등 집안 행사 때 자연스럽게 정 최고위원을 만난다. 홍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 병에 출마해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은 홍 의원은 공교롭게도 정 최고위원과 함께 국회 외교통상통일 위원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 임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왼쪽위부터 _ 정정길 실장,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이홍구 전 총리 <우철훈 기자>, 조중연 회장 <이석우 기자>, 오규상 회장, 김용호 교수.


이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비례대표인 김장수 의원, 송광호 최고위원도 정 최고위원과 각별히 지내고 있다. 김장수 의원은 국방장관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인 정 최고위원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으며, 이들은 한나라당 한미비전특위 위원으로 지난 연말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ROTC 선배로 정 최고위원이 잘 따르는 편이다. 또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정 최고위원과 각별하다. 정 실장은 울산대 총장 재직 중에 대통령실장으로 발탁됐으며, 정 최고위원은 울산대의 학교법인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이다. 정 최고위원과 정 실장은 1990년대 중반 정 실장의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시절 정 최고위원을 초청 강사로 초빙하면서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 지지 세력 없어 약점
정 최고위원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정책보좌기관인 ‘해밀을 찾는 소망’은 정책과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한승주 전 외무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이사회 이사인 정 최고위원은 평소 현안이나 정책과 관련해 한 이사장에게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원장은 송영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정몽준 사람’으로 분류되는 송 원장은 2002년 월드컵 유치위 사무총장, 외무부 차관보, 호주 대사 등을 역임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진은 이홍구 전 총리,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성한 고려대 교수,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등이다.

최근 개소식을 한 ‘해밀을 찾는 소망’은 정 최고위원의 입법과 정책활동을 보좌하는 연구소다. 현재 자문위원에는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김용호 인하대 교수, 정갑연 연세대 교수(경제학),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한창길 부산대 교수, 함재봉 미 랜드연구소 수석정치학자,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 등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은 인병택·정태용·홍윤오 실장이 실무를 담당한다. 인병택 실장은 2002년 월드컵조직위 홍보국장과 도미니카 대사를 지냈으며, 정 최고위원 보좌관 출신인 정태용 실장은 전 국방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고, 홍윤오 실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공동대변인을 지냈다.

정몽춘 최고위원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장직을 조중연 신임 회장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축구계의 대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중연 회장도 정 최고위원의 최측근이다. 조 회장은 정 최고위원이 1993년 축구협회를 이끌 때부터 보좌해왔다. 조 회장은 축구협회 전무·부회장을 맡으면서 ‘정몽준 후계자’로 낙점돼왔다. 축구계에서는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도 정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축구단장 출신인 오 회장은 축구협회 이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커버스토리]“정치적 비전이 없다” 대권행보 약점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정몽준, 대중적 지명도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장점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춘천시청 앞 유세에서 정몽준 최고위원(당시 고문)이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기자>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시대적 요구 혹은 국민적 어젠더가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한결같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오랜 장기집권을 끝낸 단임 의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수용을 통한 국민주권 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인 정치시대를 끝내는 군정 종식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어젠더로 대권을 잡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발적 정치 참여라는 새로운 국민적 어젠더를 통해 대권을 잡았다. 현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에 없던 CEO 리더십으로 대권을 잡았다.

‘CEO형 리더십’ MB 이미지와 중첩
그렇다면 다음 대권의 시대적 요구는 무엇일까. 정몽준 최고위원이 추구하는 시대적 소명 혹은 국민적 어젠더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은 정 최고위원의 경우 명확한 ‘그 무엇’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설사 있더라도 그것을 명확하게 부각시키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많은 정치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바로 이 점을 문제삼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전 대표처럼 고정적 지지층을 가지지 못했다면 시대정신과 정치적 비전을 명확히 해야 리더십을 발휘하고 대권을 노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조직이나 세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정 최고위원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에는 “한나라당은 중도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2월 18일에는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를 주도했던 ‘아스팔트 우파’인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적극 옹호했다. 유 평론가는 “대선 행보를 시작하려면 국민에게 일관된 철학과 메시지를 보여야 하는데 어떤 노선이나 방향을 지향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정풍(鄭風)’이 한계를 드러낸 것도 구체적인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유 평론가의 지적이다.

‘정치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약점은 뚜렷한 지지층이 없다는 것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말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해 전화 여론조사(전국 20세 이상 유권자 900명을 대상, 신뢰 구간 95% 오차범위 3.1%)를 한 결과, 응답자의 35.2%가 박근혜 전 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1위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는 경북·대구에서 확고한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조사에서 정 최고위원은 4%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보다도 낮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분석실장은 “여론조사에서 4%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 수치만으로 특정 지지층을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지지하는 한나라당 내 인사는 대부분 현대와 관련이 있는 인사다. ‘정 전 최고위원계’와 관련해 홍정욱 의원은 정 최고위원이 극복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정 최고위원이 사실 전과가 있다”면서 “2002년 당시 국민통합21에서 일했던 분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와 비교하면서 “친박계 의원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박 전 대표가 지켜준다는 신뢰감을 갖고 있다”면서 “정 최고위원이 의원들에게 이런 신뢰감을 준다면 앞으로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최고위원의 대권 행보에서 최고 걸림돌은 이명박 대통령과 중첩된 이미지다. 이 대통령이 CEO형 리더십을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했지만 경제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또다시 CEO형 리더십을 갖춘 대권 후보를 선호할 것인가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홍 소장은 “정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면서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다르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재임 기간 드러나면 치명적인 이미지 손실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평론가 역시 “정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성공 여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자금 얽매이지 않는 점도 강점
CEO형 리더십에 대해 홍정욱 의원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홍 의원은 “경영자로 성공한 이 대통령의 CEO형 리더십과 기업의 오너로 자리 잡은 정 최고위원의 CEO형 리더십은 전혀 다르다”면서 “경영자 리더십은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기용하지만 오너형 리더십은 주위에 친위그룹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주변 여건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CEO형 리더십 자체만으로 이 대통령과 정 최고위원을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다만 정 최고위원이 국민의 눈에는 이 대통령처럼 현대그룹 출신이고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비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강점도 적지 않다. 정 최고위원의 강점은 지명도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정 최고위원은 대중적인 지명도가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정 최고위원은 현대그룹 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이자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적 대기업의 오너다. 축구협회장으로 월드컵 4강의 성과를 거뒀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정 최고위원의 지명도는 박 전 대표에 못지않으나 지지도는 낮은 편”이라면서 “마치 유명 탤런트가 지명도가 높음에도 선거에서 지지율이 낮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또 하나의 강점으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글로벌 시대의 글로벌적 인적 네트워크를 꼽았다. 현대중공업의 오너로 세계적인 기업을 소유한 만큼 글로벌 경제에 밝은 정치지도자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FIFA 부회장으로 세계 유명인사와 교류하고 있다. 전 세계에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오너인 정 최고위원은 정치 자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대선을 4년여 앞두고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을 설립하고 아산정책연구원을 확대개편한 일도 정 최고위원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커버스토리]정몽준, 대붕(大鵬)인가 연작(燕雀)인가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이 대통령과 독대, 대권행보 조기가동 추측
박희태 대표도 “대붕의 꿈 어찌 알랴” 발언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2월 6일 정책연구소인 ‘해밀을 찾는 소망’의 개소식을 열었다. 사실상 대권 행보를 선언한 셈이다. 박희태 대표는 축사에서 “이름에까지 꿈이 들어간 정몽준 최고위원은 꿈의 사나이”라면서 “연작이 대붕의 꿈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친이쪽 의원이 많이 참석했다. 정 최고위원은 2월 8일에는 ‘친이’ 성향인 ‘함께 내일로’의 모임에 이상득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또 2월 1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으로 일각에서는 친이그룹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정 최고위원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일었다. 친이의 다른 축인 이상득 의원·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 최고위원과 손을 잡고 친박 세력과 맞설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친박 세력과 맞설 것” 추측 제기
한나라당 지도부는 4월 29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나라당은 6~7곳에 해당하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 여당의 집권 1년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특히 박희태 대표최고위원이 출마를 노리고 있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정 최고위원이 재·보궐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 최고위원 측은 재·보궐 선거를 책임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박 대표가 재·보궐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며 향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경계했다.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박 대표가 출마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당에서 전당대회를 치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잠시 차점자인 정 최고위원에게 물려주는 권한대행 체제로 재·보궐 선거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의 맨 앞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셈이다.

정 최고위원의 인척으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 최고위원을 도운 홍정욱 의원은 최근 상영되고 있는 <적벽대전>을 여당의 대권 후보 구도에 비유했다. 위나라를 친박 진영으로, 오나라를 친이 진영으로 본 것이다. 촉나라를 정 최고위원 진영으로 비유한 홍 의원은 “철옹성인 친박 진영을 보면 앞으로 오와 촉이 함께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면서 “(친이 진영에) 장수가 없는 실정에서 정 최고위원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 최고위원은 오랜 무소속 의원 생활을 버리고 한나라당에 들어온 만큼 지금이 ‘마지막 승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초선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앞장서서 대권 행보를 걷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하기 나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친이 쪽의 한 핵심의원은 “정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박근혜 전 대표에 걸맞게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확보했어야 했다”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정 최고위원이 하기 나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인사는 “정 최고위원이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든 김문수 경기도지사든 대권에 도전한다면 스스로 알아서 각축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친박 쪽의 한 중진의원 역시 “정 최고위원이 하기 나름”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계인 홍정욱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서기 전에는 매우 불리한 형국이었으나 이를 극복했듯이 앞으로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면서 “모든 것은 정 최고위원의 몫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정 최고위원의 행보가 청와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 측은 “지금까지는 친이 대 비이의 대결 구도였다면 이제는 친박 대 비박의 대결 구도로 바뀔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친이 진영에서 정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잠재적 대선주자 군을 3두마차 체제로 형성시켜 경쟁시킨 후 여기에서 승리하는 인사를 낙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세 사람 중에도 박 전 대표와 힘을 겨루기 힘들다면 외부에서 영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청와대 실무진과 자주 접촉했던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청와대 쪽 여러 실무진에서 정 최고위원의 평에 대해 물었다”면서 “최근 정 최고위원이 나서는 상황을 보면 이런 구도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낙점설에 대해 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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