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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50회 작성일 2008-06-25 09:20
[문화일보] 취임 6개월 윤용로(65회) 기업은행장

본문

<경제인 산책>
“모든 것은 고객으로부터… 답은 현장에 있다” 
취임 6개월 윤용로 기업은행장

 
 
 
 

사진=김연수기자
“제 휴대전화 번호는 000-000-0000입니다. 저희 은행직원들과 말씀하시다 통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직접 제게 전화 주세요. 제가 풀어드리겠습니다.” 지난 19일 경북 구미에 있는 구미상공회의소 회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윤용로(53) 기업은행장이 지역 중소기업 대표 55명과 만나 경영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책을 논의했던 것. 최근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과 내수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졌고, 이들의 경제고통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하며 도움말을 전하는 윤 행장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최근 초고유가 여파로 특히 중소기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중소기업 지원이 주요 정책목표인 국책은행을 이끌고 있는 윤 행장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더욱이 새 정부의 국책은행 민영화 방침에 따라 급변하게 될 환경 속에서 기업은행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할 책무도 그의 몫이다.

지난해 12월26일 취임해 취임 6개월을 앞둔 윤 행장을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그는 29년8개월간의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경험한 지난 6개월간의 은행장 생활의 과거,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솔직히 털어놨다.

#1 ‘오직 고객(Only Customer)’ 정신 무장

이날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장수(?)’하시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윤 행장은 순간 놀라는 듯 싶더니 멋쩍게 웃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고의 관료’로 인정했다는 점이 재신임 과정에서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을 뒤로 하고 국책은행장 중 유일하게 새 정부의 재신임을 받았다.

“중소기업과 은행을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임명권자에게 감사를 드리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강권석 전 행장님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상당기간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했던 기업은행 입장에서 또다시 최고경영자가 바뀐다면 조직이 많이 흔들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기업은행이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갈 수밖에 없거든요.”

윤 행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결론은 십중팔구 기업은행의 주고객인 ‘중소기업’으로 마무리된다.

지난해 12월26일 기업은행장에 취임하자마자 취임 첫날 공식일정으로 구로디지털단지 소재 중소기업을 방문했던 그는 지난 3월부터 소도시를 돌면서 지역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는 타운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광주를 시작으로 충남 아산, 전북 전주, 경기 양주·화성·파주를 순회했던 그는 지난주엔 충북 충주(18일)와 경북 구미(19일)를 방문했다.

그는 “모든 것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직원들에게 ‘오직 고객(Only Customer)’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고객이라는 별’을 보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의 주 고객기반인 중소기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중소기업인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업은행이 무엇을 해야할지, 그 답이 나오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 민영화를 준비한다…수신기반 확대

그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기업은행이 감당해야할 큰 고민 중 하나는 ‘수신기반 확대’”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조달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민영화가 이뤄지면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윤 행장에겐 영업맨이라는 또 하나의 역할이 주어졌다. 실제로 윤 행장은 최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끝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만든 ‘중소기업 희망통장’에 무려 12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상생 협력은 기업은행에 예금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설득이 통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한 ‘중소기업 희망통장’은 윤 행장의 솔선과 독려로 출시 3주 만에 수신 1조원을 돌파하며 금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 개인고객 대상 상품을 내놓은 것은 장기저리의 중소기업지원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금융과 대기업 금융에서도 잘 갖춰진 은행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향후 증권사·보험사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배경과 관련해 윤 행장은 “고객의 다양한 금융수요를 원스톱으로 충족할 수 있는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중소기업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네덜란드 ING그룹도 중소기업 전문은행이 발전한 것”이라며 “자료의 보고인 기업은행이 10년 내 우리나라에서 일등은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삶의 기록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다”

관료에서 은행장으로 변신한 뒤 지난 6개월여 동안 그는 기업은행의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불필요한 회의시간 줄이기, 행내 보고서 파워포인트 사용 자제, 하절기 행내 실내온도 26도로 상향….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온 부분에 대해 극복해야할 측면이 적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윤 행장은 ‘항상 어제와 다르게 일을 하자’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으로 바꾸고 노력하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인지 슬쩍 묻자 주저없이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꼽았다. “선비 같고, 실질을 숭상하고, 모든 일에 진지하고, 항상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윤 행장은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자신의 삶과 경험을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일이 그것이다. 그는 “거창한 회고록을 내겠다기보다는 나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삶의 괘적이 담긴 자료를 집에 잘 보관해놓고 있다”며 “일에서 은퇴하면 그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장으로서 중소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최근 전국의 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갈수록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에 단일화된 지원방안보다는 지역별, 산업별 특색에 맞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은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인 여러분, 힘을 내세요. 저희가 중소기업인들의 든든한 벗이 되겠습니다.”

인터뷰 = 김병직 경제산업부 부장 bjkim@munhwa.com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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