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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81회 작성일 2008-03-04 09:35
[한국경제] 차 값보다 고객 마음 사로잡은 것이 성공 비결 - 정우영(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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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값보다 고객 마음 사로잡은 것이 성공 비결
정우영(59회)
 

난해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는 BMW,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의 3각 구도가 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일본 대중 차의 대명사 혼다. 국내 진출 3년 만에 혼다는 7109대를 팔아 BMW(7618대), 렉서스(752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위로 처진 메르세데스벤츠(5533대)와는 차이가 크다. 시장점유율도 2006년 9.65%에서 지난해 13.32%로 대폭 신장됐다. CR-V는 지난 한 해 3861대나 판매돼 단일 모델로는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혼다코리아 본사는 요즘 더 많은 차를 배정해 달라는 딜러들의 전화로 분주하다. 지난 1월 선보인 2008년형 뉴 어코드가 폭발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 어코드는 출시 3주 만에 계약 대수 1000대를 기록해 단일 모델로는 최단 기간 내 1000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시장에서 혼다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수요층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딜러망·애프터서비스망을 획기적으로 정비했으며 △가격 거품을 완전히 빼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혼다의 마케팅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회사 정우영 대표는 “우리는 프리미엄이 아니라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에 가깝다. 한국에 진출할 때부터 프리미엄 수요층은 쳐다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확한 판매 타깃 수립이 성공 진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혼다 차에 열광한 이유는 가격을 국산차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는데 있다. 최다 판매를 기록한 CR-V는 배기량이 2353cc임에도 불구하고 값이 부가세를 포함해 3090만 원에 불과하다. 시빅 1.8은 2590만 원으로 국내 자동차와 비교해 볼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이 같은 가격 정책에는 국내 시장을 내다보는 정 사장의 혜안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CR-V 수입을 결정할 때만 해도 그렇다. 당시 혼다코리아 내부에서는 도심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정 사장은 역발상의 전략을 폈다.

“주 5일제 시행으로 야외 활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 타사들이 오프로드용 SUV를 내놓을 때 전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가족과 주말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5일은 도심에서 몰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도심형 세단과 야외형 SUV를 결합한 상품이 더 괜찮을 것 같았죠. 국내 도로 사정과 주차 문제를 등을 고려한다면 소형일수록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 사장의 판단은 100% 맞아떨어졌다. CR-V가 놀라운 판매 실적을 기록하자 최근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앞 다퉈 도심형 SUV를 출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1976년 합작법인인 기아기연공업주식회사에 입사하면서 혼다와 인연을 맺은 정 사장은 이후 지난 2001년 대림자동차공업 대표이사를 끝으로 퇴사할 때까지 20여 년간을 같은 분야에서 근무한 덕분에 국내 자동차 시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수입차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함께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공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뉴 어코드의 성공에는 운도 따랐다. 당초 혼다코리아는 뉴 어코드를 12월 말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시 행사를 열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결국 1월 말로 해를 넘겼는데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된 것이다. 그 사이 르노 삼성 QM5, 기아 모하비, 현대 제네시스 등이 출시되면서 정 사장은 뉴 어코드 판매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이번에 출시된 뉴 어코드는 각종 편의장치를 대폭 늘리면서도 가격은 기존 모델과 똑같다. 3.5리터 모델이 부가세를 포함해 3940만 원, 2.4 모델은 3490만 원이다. “원래 혼다의 자동차 철학이 그렇습니다. 철저한 원가 절감 시스템으로 가격 상승률이 이전 모델의 평균 2~3%죠. 매번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본사에 국내 수요층을 생각해 옵션을 대폭 높여달라고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를 공급해야 한다’는 본사 경영진의 생각에 항상 밀립니다.”

‘CS(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넘버 원’은 혼다코리아가 지향하는 목표점이다. 마케팅 전략, 딜러 선정, 고객 관리 모두가 CS 넘버원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LLC(생애고객관리) 프로그램은 혼다자동차만의 독특한 고객 관리 프로그램으로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면 구입할 당시 담당했던 딜러점의 영업팀 사원과 서비스팀 사원이 한 팀을 이뤄 나중 고객이 차를 바꿀 때까지 일대일로 관리해 준다는 것이 골자다.

판매망을 구축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한국 내 혼다 딜러숍은 장을 오픈할 때 전시 공간과 서비스센터를 동시에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인터뷰를 가진 회현동 KCC매장은 전시공간은 1층, 서비스센터는 2층에 마련돼 있다. 흔히 자동차 정비센터를 생각하면 기름때에 여기저기 뒹구는 공구를 연상하기 쉬우나 혼다의 자동차 정비센터에 가보면 깔끔한 흰색 정비복을 입은 정비사들이 말끔하게 정리된 장소에서 차를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혼다의 정비사들은 일명 ‘오토닥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혼다의 성공에 힘입어 인피니티만을 수입하던 한국 닛산이 일본 닛산을 본격적으로 수입할 계획을 밝혔고 미쓰비시도 대우자동차판매와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 올 하반기부터 차를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렉서스로 재미를 본 도요타가 일본 도요타를 국내로 갖고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중소형 세그먼트 시장에서 나 홀로 독주하던 혼다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닛산, 미쓰비시, 도요타 모두 하나같이 ‘혼다 타도’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것보다 고객을 보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수입차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함께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공생할 수 있습니다. ‘혼다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가 성공한 이유는 값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죠.”

정 사장은 “올해 수입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환되는 시기”라며 “수입차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선이 깨지면서 중가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 기아, 쌍용, GM대우, 르노삼성 등 국산 자동차와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놓고 국산차와 경쟁하기보다는 높은 기술력, 고객 서비스를 무기로 올해는 9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상반기 중 대구, 광주에 딜러 숍을 새롭게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연내 출시될 후속 모델에 대해 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도심형 다목적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문이 무성한 오딧세이 출시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Acura)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연 10만 대 규모로 늘어나야 프리미엄 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그는 “가솔린엔진 차량과 비교해 볼 때 가격 차이가 상당해 문턱이 아직은 높다”며 “기존 세단과 가격 차이를 1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하이브리드’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아닌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급선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중앙고
성균관대 금속공학과
성균관대 무역대학원 경영학 석사
대림자동차공업 대표이사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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