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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인 학생 아니다, 文정부가 만든 '교주공화국' 때문에"
입력 2022.05.02 00:01
업데이트 2022.05.02 00:11
대한민국 공교육은 ‘깜깜이 교육’이고 ‘뻥 교육’이다. 학생의 객관적인 학업성취(학력)는 아무도 모르지만, 학생부 기록은 사실과 다르게 찬란하다. 평가와 기록은 점점 부풀려진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범죄 유발 교육’이다. 학생 평가와 기록을 그럴듯하게 과장하는 서류조작 교사들이 제자를 위해 노력하는 교사로 인정받는다. 학부모와 학생들마저 서류조작 범죄의 유혹에 빠뜨린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무책임 교육’이자 ‘사교육 강요 교육’이다. 학생들의 학력 추락과 학력 격차가 심각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학부모가 공교육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강요한다.
이런 현실에 절규하는 건 학부모뿐이다. 문제는 이런 절망과 고통이 교육정책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을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원 집단이 갑인 탓이다. 정당들도 교원 집단에만 쩔쩔맨다.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도, 기구도, 정부에는 없다.
교사·교수가 주인인 교주(敎主)공화국
교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민주(民主)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학교(공교육)에서 학생‧학부모‧국민은 주인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교사‧교수 등 교육자가 장악해버린 교주(敎主)공화국 영토다. 각종 법률과 규정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커다란, 지독한 대못을 박았다. '교육자 중심 교육 지배 체제'라는 대못 말이다. 교육에서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죽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수립 권한을 교육자 집단에 넘기면서부터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구성원을 교사‧교수‧관료 등 교육자 집단으로 채웠다. 당연한 결과로, 국가교육회의는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방향의 교육정책을 결정하거나 추진하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소위 교육 진보진영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 정치권이 교육정책에 개입하는 걸 원천 차단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 요구가 교육정책에 반영되는 민주주의 작동 절차가 붕괴했다.
교육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교육자 집단이 정치권 개입을 차단한 의도는 그들이 내세운 것처럼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교육자 집단에 부담이 되는(학생·학부모에게는 유리한) 교육정책이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걸 막기 위해서일 뿐이다. 정책이 학생에게 필요한지, 학부모‧국민이 원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매우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끝내 그 목적을 관철한다.
교육 실세는 진보 교육감 주도 12인 협의회
문재인 정부는 교육부 장관의 교육정책 권한마저 진보 교육감 집단에 헌납했다. 2017년 10월 교육부 훈령으로 교육자치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고, 이 기구를 사실상 교육정책 심의·의결 기구로 운영했다. 협의회 구성원 12인을 보면, 교육부 측 위원은 3명에 불과하고, 교육감이 총 6명, 외부 위촉 위원이 3명이다. 결국 교육감들의 동의가 없다면 어떤 정책도 의결될 수 없는 구조다. 3인의 위촉 위원 역시 진보 교육단체 측 교사, 진보진영에 속하는 교수, 그리고 민변 변호사다. 진보 교육감 집단이 이 협의회를 통해 국가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셈이다.
협의회의 이런 구성과 운영은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대통령과 교육부의 교육정책 결정 권한을 사실상 진보 교육감들에게 넘기는 결과를 낳았다.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중앙정부의 권한을 고작 훈령(상급 행정기관이 하급 행정기관을 지휘하기 위해 발하는 명령)으로 제약했다. 훈령으로 만든 이 협의회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법률안, 그리고 국무회의가 심의해 대통령이 결정할 교육 관련 각종 명령(시행령 포함)까지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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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말하는 학교자치는 교사자치
큰 정책만 진보 교육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다. 개별 학교에서는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의 주도 아래 학교자치를 명분으로, 사실상 교사(중심)자치를 실행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학교에서 교무회의(또는 교직원회의)를 주요 심의기구로 위상을 높인 교사(중심)자치를 추진했다. 상당수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교 운영 방침(예를 들어, 코로나 19로 인한 개학 연기나 대면 수업 여부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면서 기존에 가장 큰 영향력을 쥐고 있던 학부모회와 학생회 심지어 학교운영위원회마저 사실상 들러리 역할을 하는 형식상 기구가 됐다. 학교 민주화(民主化)가 아닌 학교 교주화(敎主化)가 핵심인 교사(중심)자치를 해왔다는 얘기다.
이렇게 중앙정부(교육부), 시‧도 교육청, 그리고 학교에서 각각 교육자 중심 교육지배 체제가 구축된다. 다수 학부모가 중심인 국민(주인)이 국가에 위탁한 교육을 국가로부터 다시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리인(교육자)들이 주인 노릇을 하면서, 진정한 주인인 학생·학부모·국민의 위에 군림한다.
당선인, '대못'을 알고는 있나
윤석열 정부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는 대입제도 개선과 함께 이러한 교육정책 결정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교육자 중심 교육 지배 체제를 타파하고 민주적인 교육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학부모‧국민이 주체가 되어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행사할 수 있는 교육정책 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기대는 하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 등의 악성 대못이 굳게 박혀 있는데, 그 못을 빼내는 방법을 강구하기는커녕 그 의미를 아는 사람조차 윤 당선인 주변에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도 학부모·국민의 간절한 마음으로 윤석열 정부가 교육자 집단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 민주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다음달 1일에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이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각 시·도의 교육감을 뽑는 것이지만 동시에 교육정책 결정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의 한 표가 잘못된 교육현실을 바로잡는 힘이 될 수 있다. 집단이익이 아니라 학생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양심적이고 헌신적인 교사들이 존경 받는 세상을 위해서도 유권자의 선택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