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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말도 안 먹혔다…진보의 집요한 수능 무력화, 그 수상한 목적
문재인 정부 대입정책의 첫 단추는 김상곤 장관이 들고나온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다. 김상곤식 절대평가는 수능점수체계를 과목별 9점 체제로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모든 점수대에서 평균 1만5000명의 동점자가 발생하게 된다. 김 장관의 의도는 이를 통해 대입에서 수능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수능 절대평가 방침은 즉각적으로 사회적인 비판과 반발에 직면했다. 이것은 부모 찬스,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국민적 불신이 높은 학종(수시)을 오히려 확대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요구하는 열망에 대해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초 김 장관이 2017년 8월 10일로 예고했던 수능 개편 발표는 결국 1년 뒤로 연기되었고, 문 대통령은 “대입제도의 단순화와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정시 확대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김 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여론이나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이념적 지향성이었다. 그는 학종 중심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위한 조직을 만들고 학종 확대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청와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8년 3월 교육부 차관이 김 장관 의지와 정반대로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청했는데, 이게 청와대 의중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결국 김 장관은 대입제도 개편을 '대입제도 공론화'로 넘기고 퇴진했다.
공론화의 결과 '정시 45% 이상 확대' 방안이 1순위로 채택됐다. 그러나 학종파가 주도하는 국가교육회의는 "1, 2위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논리로 공론화 결과를 없던 일로 만들고, 대신 일부 대학에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하는 미봉적 수준의 물타기로 반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이 터졌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모 찬스로 만든 특권적 스펙과 불법 서류 조작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는 보도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다시 대입 공정성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교육부는 13개 대학에 대한 학종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대통령이 통제 못 하는 대통령 사람들
하지만 교육부는 감사결과 전체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종의 비교과 항목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폐지하되 여전히 학종을 유지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다만 16개 대학에 대해서 정시 40% 확대를 권고한다는 물타기 전략을 또 구사했다. 결국 교육부는 학종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될 때마다 마지못해 정시모집의 비율을 찔끔찔금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봉적 대처를 한 셈인데, 이것이 여전히 대입 공정성 관련 국민적 불신이 지속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 중 하나는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의 사람들에 대해서 청와대와 대통령이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김상곤 장관이나 국가교육회의 인사들은 모두 대통령의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방향보다 그들 자신의 ‘이념적 방향성’이나 ‘이해관계’가 더 우선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단순성과 공정성”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거나 물타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어떤 정책이든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그럴듯해 보이면, 시뮬레이션도 해 보지 않고 그것을 곧바로 정부 정책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김상곤식 절대평가에서는 동점자가 평균 1만5000명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동점자들을 두고 최종적으로 누굴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상식적인 질문에 대해서조차 체계적인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나중에 일부 인사들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를 팔아먹으면서 제비뽑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무능한 청와대 참모들
대통령이나 장관은 대입 제도의 세부 사항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이 심각하다면 정책 입안자,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모아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만 충실하게 진행해도 허술한 정책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비판 여론이 높다는 걸 확인한 후에도 이를 시정하려는 실제적 노력은 하지 않았고, 비판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관료들이 여론을 호도하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려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학종파가 대부분인 교육부 관료들은 조작되거나 일부의 진실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통해 장관 머리 꼭대기 위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 예를 들면, 이들은 ‘학종(수시)이 수능(정시)보다 읍면 출신이나 저소득층, 또는 일반고 합격자가 더 많다’는 식의 왜곡된 데이터를 장관에게 제공해왔다. 이것은 농어촌특별전형 합격자와 저소득층 합격자를 학종합격자에 포함시켜서 만든 엉터리 자료다. 디테일을 잘 모르는 청와대 참모나 장관이 왜곡을 가려내는 건 매우 어렵다.
삐뚤어진 진영논리
국민 뜻을 거스르며 대입정책이 표류하게 된 배경엔 잘못된 진영논리도 한몫했다. 김상곤 전 장관은 교육계 진보진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여기에 더해 14개 시도 진보교육감, 그리고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 관련 시민단체 대부분이 수능절대평가와 학종(수시)을 지지한다. 문 정부 입장에서 이들 '우군'과 정면 대립하는 건 정치적으로 피해야 할 선택이었다. 그 결과 문제를 키우지 않는 방향에서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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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대학 감사를 거치면서 학종(수시)파들이 그토록 “교육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요소”라고 주장해왔던 거의 모든 비교과 활동이 폐지됐거나 곧 폐지된다. 이제 정성평가 항목 가운데 남은 건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 뿐이다. 교과 담당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걸 말한다. 학종(수시)파는 세특을 대입에 반영해야 학교는 정상화하고, 학생은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사의 주관적 서술 평가가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교사들에게 학생을 통제하는 강력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학종(수시)파가 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고교학점제다. 이들은 "고교학점제는 필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와 연계할 수밖에 없고,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거 없는 선동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핀란드 등 일부 국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핀란드에도 우리 수능과 같은 국가 수준 대입자격고사 시험이 있으며, 성적은 상대평가로 산출하고, 이 성적만으로 대학정원의 50% 이상을 선발한다. 나머지 정원은 대학 본고사로 선발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이제 대입제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내용, 그에 대한 성취수준만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취수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잣대는 수능과 학교 내신이다. 수능은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공부한 내용을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신성적은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일정한 학업능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성실한 학교생활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뒷받침한다. 특히 일정 비율을 내신으로 선발하는 것은 지역균형에도 크게 기여한다. 전국 어디에나 우수한 내신성적을 성취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객관식 시험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수능 시험이나 학교 내신 시험이 반드시 객관식 시험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험성적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방식의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주장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수험생이 온갖 서류 작성에 힘을 쏟거나 교사들의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학부모들이 여기저기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입시제도는 중단돼야 한다.
[독자 최윤균의 반박불가]생기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