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 교정에 채정석(67) 중앙교우회 회장(법무법인 웅빈 대표변호사)과 중앙중·고 보이스카우트 출신들로 이뤄진 관산회(冠山會) 회원들이 모였다. 이달 5일 열리는 '조선소년군' 창설 100주년 기념식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새 스카우트 단복을 입어 본 채 회장은 "한국스카우트운동이 시작된 곳에서 관산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관산 조철호(1890∼1941) 선생은 1922년 10월 5일 체육교사로 재직하던 중앙고등보통학교(현 중앙고) 솔밭에서 학생 단원 8명과 함께 '조선소년군 경성제1호대'를 창설한 독립운동가다. 그는 단원들에게 "너희들은 민족의 화랑이다. 민족을 구하는 선봉이 되라"고 가르쳤다. 이날 1호대로 시작한 조선소년군은 곧 전국 80호대 1만여 명으로 커졌다.
조선소년군 창설은 청소년들에게 독립정신을 고취하고 야외 활동을 통한 강한 정신과 육체, 올바른 인성을 배양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스카우트의 효시로 인정받는다. 이를 기념해 2008년 3월 중앙고에는 '한국스카우트발상지비'가 세워졌다.
중앙교우회원으로 조선소년군 창설 100주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은 김종학(57) 법무법인 이데아 변호사는 "올해 어린이날(5월 5일)도 100주년인데 소파 방정환 선생과 조철호 선생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래의 주역이라는 데 뜻을 같이해 어린이날과 조선소년군을 같은 해에 시작했다"며 "일제강점기 청소년에게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마도 스카우트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조선소년군 발대식이 재현되고 세계 스카우트 단복 퍼레이드 등이 진행된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기념식을 공동 주최한다. 내년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 잼버리 대회'를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 4년마다 회원국을 돌며 열리는 잼버리는 170여 국가, 5만여 명의 청소년 및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 스카우트 국제행사다.
한국스카우트는 5,000여 단위대에서 약 20만 명이 활동 중이다. 여전히 가장 큰 청소년 운동 단체이지만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과거에 비해 학생 수가 감소했고 가장 중요한 게 입시라 학부모들의 관심도 줄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는 채 회장은 "100년 전 이 나라의 청소년들이 독립정신 고취와 민족 단결을 위해 일어섰다"며 "그 정신을 후대에도 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