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야기 <하> 잉크병 던지며 싸운 김일성·박헌영 - 중앙일보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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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009-06-29 11:37
한국전쟁 이야기 <하> 잉크병 던지며 싸운 김일성·박헌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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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한국전쟁 이야기 <하> 잉크병 던지며 싸운 김일성·박헌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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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0월 8일 김일성·박헌영은 평양 모란봉 집무실에서 대판 싸웠다. 미군이 38선을 돌파한 그 다음날, 수상·부수상인 둘은 그만큼 절박했다. “산으로 올라가 유격전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인 첫 설전은 권력투쟁의 포문이었을까? 전황이 한층 다급해진 11월7일 만포진의 소련대사관 임시 연회장에서 ‘띠 동갑’은 다시 붙었다. 볼셰비키혁명 기념일, 마침 술을 마신 김에 “이 자식” “저 자식”욕설까지 주고받았다. 최악의 추태였다.

“당신이 일어난다고 했던 (남한) 빨치산은 다 어디 있나?”(김일성, 당시 38세) “아니, 어째서 낙동강에 군대를 죄다 내려 보냈나?”(박헌영, 50세) 당시 외무성부상 박길룡의 증언에 따르면, 서로를 향해 집어던진 잉크병이 벽에 부닥쳐 박살났다. 이후 박헌영은 간첩죄로 몰려 처형당했지만, 전쟁책임은 엄연히 김일성이다. 3주면 끝난다고 남침했다가 3년을 끌며 국군 42만 명, 미군 3만6000명, 인민·중공군 150만 여명을 희생시킨 전범(戰犯)이다.

그의 자질도 연구대상이다. 『콜디스트 윈터』의 저자 핼버스탬은 항일유격 활동 때 김일성이 300명 이상을 지휘해본 일이 없다고 지적했지만, 전쟁지휘관으로 그는 빵점이었다. 박명림의 『한국 1950 전쟁과 평화』에 따르면 전쟁 당시 북한전투기는 132대. 그러나 개전 초기 미군폭격으로 단 두 대만 남긴 채 궤멸했다. 자기들이 일으킨 전쟁인데, 1개월 만에 수송체계 붕괴로 ‘전쟁의 모든 것’인 군수·병참에서 밀린 것이다. 미군개입과 공중전을 예상치 못했던 김일성은 그만큼 무모했고, 허술했다.

“북한 승리의 기회는 사라졌다.” 7월19일자 전황성명에서 맥아더는 단언했다. 김일성은 당황했다. 8월15일자 명령에서 “전선에서 도망치는 인민군은 총살한다”는 최강도의 엄포를 내려야 했다. 이런 디테일이 확인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수(下手) 김일성은 민족해방이라는 섣부른 ‘희망사항’과, 불 보듯 빤한 국제전 확전이라는 ‘현실’ 사이를 혼동했던 수준미달의 전략가였다. 그의 ‘묻지마 진격’을 걱정해 인천상륙작전을 대비한 훈수를 뒀던 이도 중국 마오쩌둥이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중공군 참전을 자초했고, 이후 북한이 중국 품 안에 완전히 들어간 것도 그의 허튼 불장난 탓이다.

여기서 물어보자. 한국전쟁의 이런 생생한 진실과 디테일은 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의 『길고 긴 여름날 1950년 6월25일』등은 탁월한 기록임에도 왜 대중출판물로 인기없을까. 출판계와 지식사회는 무얼 해온 것일까? 지금의 심각한 ‘인식의 내전’이란 대한민국 주류사회가 문화전쟁에서 진 탓은 아닐까?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차지한다.” 올해 한국전쟁 59년, 작가 조지 오웰의 명언을 새삼 음미해볼 일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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