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소송 승소에도…서울 숭문고, 일반고 전환 이유는?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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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자율형사립고인 숭문고가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숭문고는 2019년 교육당국으로부터 지정 취소된 뒤 1심에서 승소한 서울 지역 8개 학교 중 하나다. 이들 학교 중 승소 뒤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한 것은 숭문고가 처음이다. 올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발표한 동성고와 한가람고의 경우는 2019년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했던 학교였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청이 항소한 상황에서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계속 소송에 휘말리는 건 재학생과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에게 미안한 일”이라며 “재학생에게 남은 기간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로 사죄하고 (자사고로서) 마무리를 잘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숭문고는 이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 폐지 정책 등으로 일반전형이 매년 미달이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도 거의 충원이 되지 않아 재단에서 재정 결손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고등학교에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일 등교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싼 학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상황도 감안했다. 숭문고는 내년부터 교육청의 일반고 전환 지원금과 법인 장학금을 재학생들에게 지원해 현재 연 600만 원 수준의 학비를 절반으로 낮춰줄 예정이다.
자사고들 사이에서는 내년 일반고 전환을 발표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신입생이 미달되고 기존 재학생도 자꾸 이탈해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며 “교육청에서 일반고 전환 시 지원금을 재학생들의 학비 감면에 일부 쓸 수 있도록 완화해줘 움직이려는 학교들이 있다”고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소송 중인 다른 자사고들도 2025년 이전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통해 개방과 공존의 수평적 고교체제 속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