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큰별 홍명기씨 별세…'한상 대부' 기부 실천으로 큰 족적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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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이사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대학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앞서 홍 이사장은 지난 15일 뇌출혈로 로마린다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미주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홍 이사장은 최근 여러 한인타운 현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고 특히 미주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를 새롭게 변모시켜 의욕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며 "범동포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장으로 고인을 보내드릴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인은 미주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총회장이다.
홍 이사장은 1954년 미국에 정착해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한상(韓商)이다. 미주 한인 동포들의 '롤모델'로 사업뿐 아니라 기부 등을 통해 동포사회에 기여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 화학과를 졸업한 후 합성수지 관련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51세 늦은 나이에 특수도료회사 듀라코트를 창업했다. 저축한 돈 2만달러를 털어 만든 듀라코트는 미국 내 특수페인트 분야 1위, 연매출 3억달러가 넘는 업체로 성장했다. 홍 이사장은 가업승계 대신 2016년 듀라코트를 매각했다.
고인은 사업 성공 비결에 대해 "도산 안창호 선생은 미국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오렌지 한 개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는 것이 애국·애족하는 길'이라고 말했다"면서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약속은 꼭 지키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더니 사업이 절로 번창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기부왕'으로도 불렸다.
1992년 LA 흑인 폭동을 겪은 뒤 사재 1000만달러를 털어 밝은미래재단(현 M&L홍재단)을 설립했다. 미주 한인 독립운동의 산실 대한민국 국민회의 복원과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건립 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재미동포 전쟁 영웅 고 김영옥 대령 이름을 따 명명한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에 37만달러를 기탁한 바 있다. 이 밖에 한미박물관 건립 기금(256만달러)과 UCLA(200만달러), LA 라시에라대학(100만달러) 등에도 기부했다.
그의 기부는 한국에서도 계속됐다. 홍 이사장은 글로벌한상드림에 28만달러를 기부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2016년 한상들이 대한민국과 차세대 한민족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고인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한상드림 이사장을 지냈다. 또 서울 저소득 가정 아동 교육비를 위해 2만달러를, 삼육대학교에는 100만달러를 쾌척했다.
이 같은 기부는 대학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마지막 학기 등록금 200달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담당교수가 본인 적금을 해약해 200달러를 줬다. 홍 이사장은 아무 조건 없이 등록금을 내준 교수를 보며 앞으로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고인은 "기부문화는 선진국을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성공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나눔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한 보람을 몇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이사장은 미주사회를 넘어 모국을 위한 나눔에도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홍 이사장은 세계한상대회와 인연이 깊다. 그는 세계한상대회 창립 멤버였으며 2013년 제12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과 올해 4월까지 한상대회 리딩CEO 공동의장을 맡았다. 리딩CEO는 자본금 300만달러 이상, 연매출 3000만달러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상 네트워크다.
정영수 글로벌한상드림 이사장 겸 리딩CEO 공동의장은 "홍 이사장은 열심히 벌어서 뜻있는 곳에 쓰는 것이 한상 리딩CEO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부와 나눔을 몸소 실천했다"면서 "조국을 떠나 늘 청년의 마음으로 꿈을 꾸고 민족을 사랑한 그분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