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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자사고·외고 종말…재판 져도 법령 바꿔 강행에 '반발'
입력 2021.09.15 05:00
교육부가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일괄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민족사관고 등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던 자사고는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학교에 대해서는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한 고교체제 개편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무더기로 재지정 취소된 자사고 10곳이 서울·부산·경기교육청을 상대로 낸 무효 소송에서 법원이 모두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한 교육부의 첫 입장이었다.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자사고 폐지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소송 완패에도 교육부 "자사고 일괄 폐지"
잇따른 승소에도 자사고 폐지는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자사고 존립 근거인 시행령을 바꿨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 상관없이 2025년이면 전국 모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로 바뀐다.
자사고 폐지를 앞둔 일부 학교는 폐교를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국 선발 자사고인 민사고는 일반고 전환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단위 학생 선발뿐 아니라 자유로운 교과 편성이나 교사 선발도 불가능해져서다. 강원 횡성군 산골에 있는 민사고가 일반고로 바뀌면 사실상 학생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잃은 지역 자사고, 자발적 일반고 전환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해 일반고를 황폐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자사고가 학생 모집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교육부는 서울 동성고와 한가람고, 숭문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을 승인했다. 이들 학교는 모두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했다.
이들이 일반고 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학생 모집난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 데다 자사고에서 높은 내신 성적을 받기 어려워 입학 경쟁률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시행된 고교 무상교육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고 학생은 모든 학비가 면제되지만, 자사고 학생은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우후죽순 생긴 자사고는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분위기"라며 "난립한 학교가 정리되고, 경쟁력 있는 곳만 정원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에 맡겨야…일괄 폐지는 횡포"
교육계에서는 자사고의 존폐를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지금도 학부모와 학생이 자유롭게 자사고를 선택하고 있고,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며 "학교 간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자사고의 문을 닫게 하는 건 횡포"라고 말했다.
이어 신 본부장은 "수천억 원의 들여 만든 민사고나 상산고가 문을 닫으면 누가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짓겠냐"며 "장기적으로 좋은 학교는 없어지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