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조병준 동문을 소개합니다.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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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中)
댓글 4건 조회 613회 작성일 2005-11-08 00:00
70회 조병준 동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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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고백부터 해야겠다. 사실 본 리포터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조병준의 팬이었노라고. 우연히 만나게 된 그의 책 한 권에 반해, 인도 여행을 꿈꾸기도 했고 막연하게나마 인생의 방향을 생각하기도 했고 알고보니 그가 까마득한 같은 과 선배라는 말에 흐뭇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조병준이 누구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처럼 조병준으로 인해 무언가 삶을 바꿀 계기를, 삶을 대하는 마음을 새로이 갖게 된 사람들 또한 ‘많다'. 소문도 내지 않은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마다 수십개의 덧글이 달리고, 중년의 의사가 그의 책 때문에 “조병준이라는 사내와 사랑에 빠져”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밤새워 쓰게 할 만큼, 그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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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 쓰는 남자'다. 조병준은 1992년 시인으로 등단한 후, 문화평론서 <나눔 나눔 나눔>, 에세이집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 <길에서 만나다>,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등을 써냈고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다. 초등학교 전에 한글을 깨치고 동네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봤고, 책 속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학교 끝난 후 집에도 가지 않고 골목길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어둑해질 때까지 책을 보던 소년에게 ‘나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중학생이 된 소년은 영화에 푹 빠져 연출가를 꿈꾸기도 했다. 글 쓰는 사람과 연출가는 소년의 꿈이 되었다.


소년은 대학에 갔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에 걸쳐 ‘방황'했다. 조그마한 신문사 생활을 하기도 했고, 공부를 계속 해볼까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고, 방송개발원 연구원, 방송 구성작가, 극단 기획자 등 많은 일들을 시도하고 해보고 그만두기도 했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내가 원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 사람이 모인 곳 어느 하나 정치 아닌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남에게 상처 받는 것도, 상처 주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 속에 귀뚜라미 한 마리가 들어있는지 계속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떠났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다 생각하고 간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의 삶은 바뀌었다. 사람냄새 폴폴 나는 글을 평생 쓰겠다는 용기도 생겼다. “내 갈 길을 늦게 찾은 거지. 38살에야 첫 책이 나왔어. 늦은 거지. 그렇지만 말 그대로 떨고 싶은 ^^ 다 떨어봐서 후회도 아쉬움도 없어. 방황하는 것, 굉장히 좋아요.” 늦었다, 늦었다 연신 말하지만 그에게 인생의 속도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 같다. “인생에서는 우회가 좋을 수도 있어. 똑같은 4km를 가도 평지를 가는 것과 등산로를 가는 건 보이는 풍경들이 얼마나 다른데. 젊었을 땐 누구나 조급함 때문에 방황을 두려워해. 하지만 정말 길게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야. 방황은 나의 힘이라니까, 하하하!” 그는 서른이 될 때까지는 얼마든지 방황을 해보라고 권장했다. 물론,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조건은 내걸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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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2월 네이버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개인적인 메모장 개념으로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어느새 286명에 이르는 이웃들이 부지런히 드나드는 사랑방이 됐다. “내 글들이 흩어지니까 그걸 모아보고 싶었던 거지. 항상 청탁 받아 글을 쓰다보니 마감이 없으면 글을 쓰지 않는 버릇이 들었더라고. 내가 쓰고 싶을 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미니홈피는 너무 답답하고,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가 좋다고 해서 시작했지.” 매일 하나씩 글을 올리겠다는 처음의 목표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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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 )


블로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자신의 본명을 닉네임으로 사용한다. “닉을 정할 때 뭘로 할까 하다가 내 이름 걸고 글 쓰는 사람이니 온라인 상에서도 이름을 걸고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름을 걸고 글을 쓰면 일상적인 이야기라도 허접하게는 못 쓸 것이라는 기대는 결코 틀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소통에도 도움을 줬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네이버에서 ‘조병준'을 검색해보기도 했거든. 그런데 방문을 하면 자취가 남더라고. 그런 것도 몰랐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보고 혹시나 하면서 찾아오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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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는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하는 오프라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다. 검색하거나 이메일로 원고를 보낼 때나 인터넷을 쓸 정도로 온라인과 밀접한 편도 아니었다 . 그러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조병준의 온라인 팬카페 회원들과 만나게 되면서 온라인에서의 소통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됐다. 정모도 하고 등산도 같이 다녔지만, 시삽이 바빠져 점차 뜸해졌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도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다르지가 않아. 우리 사는 세상에 중심이 있고 변두리가 있듯, 온라인에도 관리자인 시삽이 있고 객이 있고.” 그러나 블로그는 이와는 또 다른 개념이라고 그는 말한다. “나 개인이 내 블로그의 주인이고 중심이 되지만 ‘give&take'라고 할까. 내가 가야 그쪽도 오더라구.” 그는 모든 사람이 주인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이 손님인 블로그의 평등함에 반해, 온라인 상의 소통의 장에 폭 빠지게 됐다.

블로그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이웃들과 오프에서의 모임도 생기고, 기존에 알던 친구들과도 안부를 주고 받으며 만남이 더 빈번해졌다. 처음 생각보다 블로그 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든다고 불평하면서도 그는 썩 재미있어 하는 눈치다. “내 글만 올리는 게 아니라 이웃들도 찾아가봐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려. 아까도 말했지만 give&take니까. 이건 내 삶의 원칙이기도 해. 글마다 리플이 평균 20~30개 정도 달리는데, 나도 내 블로그에 오는 이웃분들 블로그에 찾아가 글도 읽고 리플도 달아.” 사소한 덧글 이야기에도 사람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받으려고 하지말라는 건 오만이야. 인간은 약한 존재거든. 주는 만큼 받고 싶은 거야. 내가 받지 않으면 주는 사람도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없어. 잘 받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이타적인 행위야. 사랑받고 큰 사람이 사랑도 잘 줄 줄 안다는 말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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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받고, 잘 주는 것 이상의 소통의 노하우가 있을까 싶지만, 사람 사귀는 능력만큼은 전세계에서 검증받은 그인만큼 그만의 노하우를 좀 더 들어보자.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걸까? “우선, 뻔뻔스러워야 해요. 난 정말 얼굴에 철판구이를 해도 될 것 같아. 잘 받는다는 건, receive,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연다는 거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중요해. 듣는 건 곧 받는 거야. 내가 마음을 열면, 정말 독종이 아니고서는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되어 있어.” 무언가를 받을 때에는 내면의 음모나 속셈을 생각하지 않고 잘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얼마 전에 알게 된 분에게 받은 거라고. 주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할만큼 기쁘게 받는 사람에게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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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일들을 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을 소통의 노하우로 꼽았다. 도자기, 그림, 사진, 녹차만들기 등등 기회가 닿는대로 이것저것 해봤고, 심지어 1년간 발레를 배워 몸에 딱 붙는 써포터를 입고 공연까지 했었다는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말 어떤 분야든지 맛을 보면, 그 경험이 늘어난 것만큼 세상이 다르게 보이거든. 경험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이 역시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비결이 있다. “앞의 두 가지는 자기 의지로 가능하지만 마음을 열만한 사람이 나타나주는 건 정말 하늘에 감사할 일이지. 이런 걸 우연이라 할 수도 있고 인연이라 할 수도 있는데 난 ‘시간이란 이름의 신이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조병준, 그는 자신이 ‘뻔뻔하다'고 말하지만 의심 없이 나를 열고 잘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소중한 위안을 얻게 마련이다. 나를 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그러다보면 하늘의 축복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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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가까이 그의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몰려나온 일요일 오후의 대학로 거리를 함께 걸었다. 시집을 낼 계획은 없는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이어진다. “내야지, 낼 거야. 그런데 요즘 시집, 초판 1500부를 팔기가 어려워. 그만큼 안 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써야 발전하는 거야. 음반도 그렇고 시집도 그렇고 문화적 상품에도 돈을 써야지. 정당한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도 같아.” 결혼도 하지 않고 여행이나 다니는 그를 마냥 자유로운 영혼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율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함께 사는 사회에서의 성숙한 책임감까지 빠짐없이 갖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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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학로를 문화의 거리라고 하지만, 최근 몇 년 새에 서점이며 음반가게며 다 없어졌어.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보니까 책도 팔고 음반도 파는 가게를 낸 사람이 있더라고. 미쳤어, 아주. 내가 가서 그랬어. 당신 미친 사람이냐고. 망하려고 작정했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잘됐으면 좋겠는데 걱정이야. 아, 우리 거기 가서 사진이나 한 장 더 찍읍시다!” 그래서 찾아간 '이음'. 그는 이음 대표 한상준 씨에게 이것저것 코치를 한다. 공간도 넓은데 여기서 공연도 하고 그러면 홍보도 되고 좋겠다고, 음반은 어떻게 정리하고 있냐고, 책장도 이렇게 배치하니까 더 낫다고… 남의 일인데도 내 일처럼 대하는 그의 모습이 참 ‘조병준답다'.

15년 후, 예순 넘은 조병준은 환갑기념으로 세계일주를 하고 있을 것 같단다. 진짜 바라는 건,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게스트 하우스를 차리는 것. “만약에 책 한 권쯤 대박이 나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게스트 하우스 하는 게 꿈이긴 한데… 밤이면 소주 한 잔 같이 하면서 넌 어디에서 왔니, 어디어디를 여행했니,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 그렇게 얘기 나누면서 지내는 거지. 나는 나이 들어서 여행을 더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서울땅에서 게스트 하우스 차리려면 돈은 꽤나 많이 들겠지만, 그의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서 그가 게스트 하우스를 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를 만난 일요일 오후, 리포터는 지금의 기분을 누구에게든 나눠주고 싶을 만큼 행복해졌다. 사실 돈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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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아버지, 어머니, 형, 조카 등을 비롯한 가족으로부터 친구, 동료,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사랑한 사람들, 그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야 다시 돌아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붙들고 늘어지려는 생각에 저자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람들을 파헤치기로 한다. 좋은 영향이었건, 나쁜 영향이었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을 보기 위해서이다.


<나눔 나눔 나눔>
우리나라 카페에서 춤을 추다 경찰관을 만나면? 진술서를 써야 한다.‘유흥업소나 무도장이 아니면 춤을 출 수 없다'는 현행 식품위생법 때문이다.문화평론가 조병준씨는 <나눔 나눔 나눔>에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 틈을 내는 자유로운 문화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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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

10여년간 그의 발 밑으로 지나간 수많은 길에 관해 말한 넋두리 모음집이다. 인도와 유럽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과 풍경, 그리고 추억 이야기. 짧게 쓰인 글이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자유로운 구성으로 전체적인 책의 느낌은 산뜻하고 맛깔스럽다. 동양의 인도와 서양의 유럽. 이 둘은 확연한 문화적 상이함을 갖고 있지만 저자는 이 두 문화 위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사람'과 '사랑'이라는 화두를 전한다.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만날 수 있는 것임을 들려 주고 있다. 올 컬러로 삽입되어 있는 낭만적 비주얼의 사진들이 각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이상의 이미지도 함께 전달한다.

댓글목록

(中) 작성일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좋은 소개글 감사 ㄱ ㅅ !!
(中) 작성일
^^ 수고했구먼^^
(中) 작성일
얼마 전에 &lt;조병준의 내 마음의 지도&gt; 블로그를 발견하여 인사드린 바 있다. 대학로의 이음 한상준 대표는 우리 72회 동기인 한상준이 맞나?
(中) 작성일
72회 한상준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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