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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457회 작성일 2005-08-15 00:00
위기는 호기다.(월간조선에 기고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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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월간조선 이 상희 기자의 요청으로 부족한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월간조선 7월호 300 페이지에 글이 실렸더군요. 영광으로 알고 자랑삼아 올립니다. 일독이 있으시면 영광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 나이 27살 때, 월남전에 참전하여 소총 중대장으로 전투를 할 때입니다. 그러니까 38년 전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예측하고 철저히 준비하면 위기를 잘 극복한다.



1969년 도, 내가 맹호부대 1연대 11중대장 시절, 월남에서 월맹군과 전투를 하고 있을 때다. 당시 적들은 게리라 전략대로 약한 대상을 선택하여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경계와 전투준비가 허술한 민간인 차량이나 보급품 조달 차량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그 때 월남에 진출해 있던 한진 자동차가 보급품을 싣고 1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적으로부터 기습사격을 받고 자동차 6대가 불타고 운전기사 밑 호송인원이 사살당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 중대는 이 적들을 소탕하는 작전에 다른 4개 중대와 긴급 출동하여 적의 근거지로 예상되는 “퀴논” 지역의 해변 염전지역 소탕작전에 투입되었다. 투입되자마자 염전의 작은 나무 사이에 숨어 있던 적 한 명이 손을 들고 바들바들 떨면서 투항을 했다. 퀴논 사범학교의 영어 선생을 한 바 있는 그 포로는 불안에 떨면서 유창한 영어로 제네바 협정을 지켜달라고 내게 애걸을 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적의 아지트인 한 집의 마루 밑의 동굴로 우리를 안내하여 그 동굴을 수색하니, 내부에서 월남인 특유의 사람냄새가 나고 있으나 적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셀럼 표시의 미제 담배꽁초가 하나 발견되었다.

 휠타의 니코친을 자세히 보니 오래된 것이 아니고, 밤에는 이곳에 있다가 아침에 장소를 옮긴 것으로 예측되었다. 특히 적 사령관이 셀럼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놈 말이 사실이구나. 적이 은거해 있다.”는 심증이 굳어지면서 차츰 긴장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포로를 여러 번 잡아 보았으나 그들의 진술을 믿고 찾아가보면 헛수고일 때가 많고 심지어 재수가 없으면 찾아간 곳에서 숨어 있던 적의 기습을 당하는 위험한 경우도 발생했다. 대부분의 포로가 우선 살고보자는 생에 대한 애착심과 공포에 질려 묻는 말에 적당히 대답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서 그것을 확인하는 수색부대만 많은 골탕을 먹었다.



 멋진 복수

두 번째 지점으로 옮겨 갔다.

우리가 수색을 하고 지난 간 곳이며 잠시 정지하여 전방을 확인하던 바로 그 집으로 안내 했다. 그리고 마당에 가로 3m 세로 1.5m의 시멘트로 된 블록더미가 4개가 있고, 그 밑이 적 게리라의 사령부 은거지라는 것이었다.

 직감으로 폐허가 된 집 마당에 아주 양질의, 그것도 만든 지가 얼마 안 되는 시멘트 불럭 더미가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포로의 진술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대장과 분대장을 불러 지시를 했다.

 사방을 포위하면 우군 사격에 우군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적이 다니던 집 문 쪽에는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사람은 다니던 길로 다니기 때문에 적은 틀림없이 문 쪽으로 도망갈 것이므로 그곳을 살상지대로 정하고 집중사격을 하도록 병력을 배치했다.

 

 시멘트 블럭 더미 4개에 각각 1개 분대씩 책임을 맡기고, 한꺼번에 뒤지지 않고 염전으로 통하는 문 입구에 있는 블록더미부터 걷기로 했다. 모두 한 장씩 조심성 있게 걷으면서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소총의 자물쇠를 연발 위치에 놓고 창문 밑의 바닥에 다리를 펴고 주저앉았다. 브럭 더미를 한 겹 걷어내던 분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중대장 님, 호랑이 표 시멘트 포장지가 깔렸습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비를 막으려고 깔아놓은 것이다. 수류탄을 까 넣어라.”라고. 바로 그 순간, 깔려 있는 포장지 사이로 수류탄을 잡은 손이 쑤욱 올라 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야, 그 손을 잡아라.” 분대장이 그 손을 잡았다. 분대장은 그 손을 안으로 집어  넣으려고 기를 쓰고, 적은 밖으로 수류탄을 던지려 하고.....세상에 이럴 수가!



 적의 손을 잡은 분대장이 일그러진 얼굴로 옆에 있는 병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자식아! 어떻게 좀 해 봐라!” 그 병사는 대검을 꺼내더니 적의 손목 안쪽을 내리 찍었다. 적의  손이 안으로 들어갔다. 수류탄과 함께.

 나와 분대장은 “엎드려!”라고 소리를 질렀고, 병사들은 대나무 울타리 둔덕 위로 번개같이 몸을 날리고는 미리 지정해준 자기 사격구역에 사격을 준비했다. 순간! 그 블록 더미가 무너지더니 4명의 적이 총을 난사하며 튀어 나왔다. 그리고 적이 놓친 수류탄이 “꽝”하고 터졌다. 불과 10m도 안 되는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나는 내 우측 뒤에 있는 창문으로 머리부터 쑤셔 박고 박치기를 하면서 몸을 내던졌다. 방바닥에 나뒹굴면서 덜그럭 하고 떨어진 철모를 집어 쓰고 창문 밖으로 총구를 내미는 순간이었다. 나머지 3개의 블록 더미가 무너지더니 각각 4명씩 12명의 적이 거의 동시에 총을 난사하며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쏴라! 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언제 왔는지 내 무전병이 옆에서 같이 사격을 하고, 윗 쪽 울타리 대나무 숲에 엎드린 대원들이 집중사격을 했다. “땅땅땅! 드르륵!” 방안에는 총구에서 나온 매연이 자욱하고 적이 쏜 총알이 창문을 뚫고 방 반대편의 벽에 퍽! 퍽! 하고 박혔다.

대부분 문 쪽으로 달아나다가 집중사격을 받았으나 집 뒤로 2명이 뛰어 갔다. 무전병에게 소리를 질렀다. “뒤 쪽 창문에 가서 쏴라!” 무전병은 조금 높은 대나무 담을 넘으려고 버둥대는 적을 향해 정신없이 쐈다.

 나는 마당과 문 쪽에 쓰러진 적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죽은 체 하고 있다가 수류탄을 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확인 사살을 했다. 불과 3분 여 만에 전투는 끝났다.



위기를 피하지 마라. 정확한 예측, 철저한 준비가 승리를 보장한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죽는 줄 알면서도 급하면 본능적으로 자기가 다니던 길로 도망을 간다. 산의 토끼가 다니던 길로만 다니다가 덫에 걸리는 것과 같다. 16명 전부를 사살했는데 그 중에 14명이 늘 다니던 문 쪽으로 달아나다가 사살되었다.

 전투가 끝나고 부하대원을 확인했다. 근거리 전투라 우군사격으로 우군피해가 있을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한 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 하늘이 도왔다. 이곳을 안내했던 포로인 퀴논사범학교 영어선생을 데려다 확인을 했다. 지역의 게리라 사령관, 부사령관, 여성 위원장을 포함하여 참모들이 전부 사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를 격려했고, 한 사람의 부상자도 없이 완전한 작전을 수행한 것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나는 그 때의 경험을 평생 교훈으로 알고 살았다.

 

 적은 자기들이 평소 다니던 길로 도망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곳에는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비워두고는, 그 곳을 살상지대로 선정하고 집중사격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각자에게 사격구역을 선정해 준 것이 적중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 그리고 신속하고 철저한 준비가 전투현장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승리를 보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나는 이 전투를 통해 터득했다. 

홈 페이지 genseo.com   메일 genseo@empal.com   011-219-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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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이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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