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준(70회) 교우, 매경 [취재노트]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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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6회 작성일 2003-07-29 00:00
전병준(70회) 교우, 매경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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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big>[취재노트] 월가 눈에 비친 한국 </big></font> <img src="http://file.mk.co.kr/meet/2003/image_readtop_2003_249610.jpg" align=left>며칠 전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부대표인 존 체임버스 전무를 만났다. 그는 97년 외환위기 후 한국에서도 꽤 유명해진 인물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신주단지처럼 모셔지면서 한국인에게는 그의 한마디가 `저승사자의 결정`이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남을 판단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서 인지 웃음기 없는 냉정한 표정이었다. 그와 나누었던 인상적인 대화 세 토막. 기자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노사문제가 분출되고 있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데"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임시 고용직 근로자가 많아 노동시장 유연성이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또 근로자의 노조가입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거기에다 노동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충실하다. 정권이 바뀌어 노사문제가 불거진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은 김대중 정부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기자가 오히려 놀라는 표정을 짓자 "물론 미국 일본 홍콩과 같지는 않지만…" 이라고 받아넘겼다. 기자 걱정을 조금 덜어주려는 아량인 듯 싶었다(이 대답에 놀랐던 한국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기자가 이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데 지배구조 등 한국 재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 예를 들어 삼성 경영권이 이건희 회장에서 바로 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넘어가는 것 같은 것 말입니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약간 근엄한 표정을 짓다가 슬쩍 웃었다. 그리고는 "지금부터는 필기하지 마세요"라며 기자 눈을 응시했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의외였다. "우리 회사를 보면 알잖아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멕그루힐 자회사다. 어느 회사보다 오너십이 강한 회사다. 그럼에도 강한 독립성과 신뢰성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인들이 재벌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는 익살맞게 자기 생각을 피력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질문은 "새 정부 들어 미국과 관계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양측이 이념적 갈등이 있다는 지적도 있고, 아무튼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였다. 체임버스 전무는 "한국이 파병을 했지 않습니까. 한ㆍ미관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방관계를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 문제 없을 것으로 봅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생각을 밝혔다. 왈가왈부가 많았던 `전투병도 아닌 파병`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그에게는 한ㆍ미관계 나아가 한반도 평화에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견해는 단지 한 개인적 견해만은 아닐 것이다. 월스트리트 한복판에서 전 세계 투자를 좌지우지하는 다국적 투자은행들 속내를 반영한 것이리라. 기자가 내린 `월가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은 기술력도 있고 질 좋은 노동력도 있다. 외국 자본이 들어가 재미를 볼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노사갈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하긴 하지만 세계적인 상황과 과거 경험을 통해 볼 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은 주주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익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 내 경영주체가 아시아적 자본주의에서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다만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때 한 번씩 경고를 주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바로 그 담보구실을 톡톡히 해주는 `잘한 결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가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며 제지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앞으로 이 정권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밖에서 일어나는 위협은 미국이 막아주면 되지만 안에서 깨지는 쪽박은 어찌할 수 없기에 무척 궁금했으리라. 기자도 솔직히 답변이 궁했다. 그저 일반론을 이야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003년 7월 월가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전라도의 선택`이었다. <전병준 뉴욕 특파원 bjjeon@mk.co.kr>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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