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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83회 작성일 2003-07-02 00:00
야구장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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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변함없이 야구장에 갔었습니다. 어제는 세 딸과 함께 갔었습니다. 야구장에 가는 이유는 참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기 힘든 얼굴들의 선후배도. 그냥 가서 소주 한잔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얼굴보는 그 재미에 갑니다. 그 이야기 속에 내 청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는 참 보기 힘든 '눈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딸을 모교 유격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것은 지난 12대 13으로 지는 경기에서 그 놈이 마지막 공을 놓치고 그냥 운동장에서 퍼질러 울던 그러면서 한없는 눈물을 흘리던 그 기억이 나서 였습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 이미 눈물을 잃어버린 나이에 모교 야구 경기에서 그런 아름다운 눈물들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세 딸을 데리고 야구장에 갔습니다. 서른 여섯의 딸은 그 야구장의 시원한 바람이 좋아서 갔고, 여섯살 딸에게 하얀 유니폼이 아빠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네 살 딸에게는 아마 어딘가에 남을 '중앙'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네 살먹은 딸과 동대문 야구장 외야를 돌면서 20년전에 이 곳에 교련복입고 왔었던 청춘을 보았습니다. 딸들에게 아빠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갔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갔습니다. 야만돌이, 야구선수, 지축을 박차고, 나가자 중앙, 아리랑 목동, Z박수, 아톰, 계산골의 왕호랑이. . . 그리고, '흘러 흘러 흘러서'까지. 흘러흘러 흘러서 썩은 물이 아닌, 적어도 맑은 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내 젊은 청춘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그 날들이 그리워서 노래를 부르러 갑니다. 야구장에 가는 이유는, 그런 내 청춘의 경험과 똑같은 경험들을 한 우리 후배들이 있기에 그들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내 청춘을 볼 수 있기에 갑니다. 야구장에 가는 이유는 8대 1 콜드게임을 보기 위해서도 8대 1로 이기는 게임을 보기위해서도 가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싸워준 우리 후배들이 그 힘든 경기를 하고 아름다운 땀을 보여준 후 우리 앞에 섰을 때, 나의 젊은 청춘을 보여준 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너와 나 함께 흘러흘러 흘러서, 열세길로서 모인 건아들이 너의 희망을 높이 높이 쌓아서, 거름 거름 덕성을 쌓아올려서, 꼭 하나가 될 것이라는 그 마음을 서로 확인하면서 고맙다는 교감을 함께 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도 나는 야구장에 갑니다. 어제도 조퇴. 오늘도 조퇴. 많이, 아주 많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그 친정의 모습이기에 오늘도 야구장에 갑니다. 조금은 걱정이 있다면, 언젠가 큰 딸과 함께 갔던 야구장에서 만났던, 반갑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야구장 후배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이, 점점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적어진다는 것이 쓸쓸하고 외롭게 하지만, 간만에 흘러흘러 모였던 그 사람들끼리 또 한번 술마시며 젊은 청춘의 한 페이지를 확인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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