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58회) 교우, "건축설계사에서 닭고기사업가로"
본문
[머니투데이]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건축 설계사로 일했던 한형석(54) 마니커 대표이사가 85년 닭고기 회사를 설립한 이후 한결같이 지켜온 경영철학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 설계 업무에 대해 예술 작품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매력을 가지고 10년을 몸담았지만 가진 사람의 입맛에 따라가야 하는 업계 환경에 염증을 느낀 한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바엔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82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됐을 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먹을 음식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번지기 시작했어요. 이 때문에 음식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중에서도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패스트푸드점이 성업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고,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고단백 식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죠."
당시 돼지와 소고기의 경우 대기업에서 이미 손을 대고 있던 터라 신규 진입에는 무리가 있었다. 때마침 미국에서 닭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를 앞지르는 등 빠른 소비 증가를 목격한 한 대표는 마침내 닭고기 사업을 결심했다. 85년 설립한 대연식품은 그가 3년 동안 치밀한 조사와 검토 끝에 설립한 것이다.
한 대표는 평소 사람들로부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지 않을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매사에 치밀하고 신중하지만 98년 대상 마니커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외환위기로 대부분의 기업이 생사기로에 놓였던 당시 소기업이었던 대연식품이 중소기업인 대상 마니커를 인수한 것은 업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적 적자 600억원을 끌어안고 허덕이던 대상 마니커가 먼저 인수를 제안해왔어요. 처음엔 거절했지만,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상 마니커가 완전히 무너진다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국가가 무너진다면 인수를 하지 않아도 공멸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인수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죠." 그는 대상 마니커를 인수한 후 불과 1년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밖에도 99년 미국에 삼계탕을 수출한데 이어 일본에 업계 최초로 냉동 닭이 아닌 신선육을 수출하는데 성공, 실력을 과시했다. 일본의 식품 유통기한은 8일. 중국 업체가 이미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운송 기간만 꼬박 7일이 걸리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한 대표는 공장에서 출하해 일본의 백화점 식품 코너에 진열되기까지 기간을 4일 이내로 줄였다.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위생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가격 협상까지 마치고 이뤄진 첫 수출은 대박이었다. 10톤 규모의 신선육이 소비자에게 전해진 첫 날 전량 팔린 것.
"소비자를 파악하고 시장을 알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러시아가 닭고기 수입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이 나란히 2, 3위를 나타내고 있어요. 주변에 그만큼 큰 시장이 형성돼 있는 셈이죠."
마니커는 지난해 121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고성장이 기대되는 육가공 품목의 비중을 높여 2005년까지 연평균 27%의 매출성장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식품 개발로 미래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목표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