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유학생의 일기(일곱번째)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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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7회 작성일 2003-05-04 00:00
늦깎이 유학생의 일기(일곱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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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이야기" 크리스(Chris)가 내 생산관리 리포트의 교정을 자청하고 나섰다. 말이 교정이지 내 알량한 영어실력을 생각해 보면 부분적으론 문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지난 번 마케팅 과목 때는 브라이언(Brian)이 거의 하루를 꼬박 걸려 도와 주지 않았던가. 이러듯 두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지옥 같은 내 MBA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 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의 도움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내게 다가와 중요한 포인트를 내가 혹시 놓치지는 않았는지 체크해 주곤 한다. 내 관심분야를 이미 알고 있는 그는 그것과 관련된 글이나 논문 등을 발견하면 매번 복사해서 내게 건네 주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 분위기 속에서 그러한 도움들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지난 주에는 사실상 자취생활을 하는 내 건강이 걱정 된다며 브라이언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양봉한 꿀 한 병을 내 책상 위에 놓고 갔다. MBA코스는 마라톤경주 같은 것이니 체력 조절에 유념하라는 카드 한 장과 함께. 사실 나는 처음 몇 달간은 극심한 소외감으로 무척 시달려야 했다. 섬나라 사람들의 폐쇄성과 동양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으로 인해 나는 흡사 무슨 웅덩이에 빠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웅덩이에 빠져 있는 내게 손을 내민 동급생들이 바로 브라이언과 크리스 였다. 브라이언은 3살 때 영국으로 이민 온 아일랜드 사람이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일랜드는 서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많은 아일리쉬들은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영국으로 건너온 많은 아일리쉬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영국인들 사이에 등장하는 많은 유머들은 아일리쉬들의 부정적인 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 속에서 차별의 설움을 아는 동병상련의 정이 통해서 일까. 브라이언은 유독 이방인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기만 하다. 영국인인 크리스의 부인은 인도네시아 사람이다. 그는 오래 전 영국이 자랑하는 임페리얼 대학에서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줄곤 쉘(Shell)이라는 다국적 석유회사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로 근무했었다. 자카르타 근무시절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고 있다. 크리스는 더욱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 풍력발전의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기 위해 MBA코스에 온 그는 환경오염의 면에서 한국이야말로 풍력발전산업이 가장 시급한 나라라고 늘 이야기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여러 차례 우리나라의 풍량 여건과 부지를 탐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 어느날 도서실에서 나는 그와 밤 늦도록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 지금도 내 가슴에 박힌 것이 있다. “영, 내가 볼 때는 한국 사람들은 참 인종차별(Racism)이 심한 것 같아. 우리 인도네시아에 가면 한국인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지. 한국 체류 인도네시안 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 그리고 악명 높은 임금 체불 때문에 말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궁색한 변명을 하느니 차라리 침묵이 나을 듯 싶어서다. 우리는 피부색 하얀 서구인들에게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아니 호의적이다 못해 오히려 주눅이 들곤 한다. 그에 반해 얼굴색이 까맣고 노란 제3세계인들에게는 우쭐대며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이것이야 말로 경제력으로만 그 나라를 평가하려는 경향, 이른바 경제 결정론적 사고에의 매몰과 다름 아니다. 어찌 나라와 민족을 경제력으로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문화, 역사, 종교, 예술 얼마든지 많은 다원적 평가의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가. 인종 차별은 당해 본 사람들만이 그 눈물 겨운 설움을 안다. 또한 그러한 차별 속에서의 도움이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웅덩이에 빠져 있는 내게 손을 내밀었던 브라이언과 크리스의 그 손을 나는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도 이젠 주위를 돌아보아 따뜻하게 손 건넬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런던에서 70회 류영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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