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후배들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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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오늘은 학교 일직입니다.
학교 교무실에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5월 2일의 경기. 참 아름다운 경기였습니다.
생일 임에도 불구하고, 달려간 동대문 운동장.
세번 연속의 나이트 경기. 야구장 짬밥 24년에 처음입니다.
세번을 계속 갔던 대회도, 그것도 야간 경기로. . .
점수차야 이미 다 알려진 내용들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7점을 따라붙었덕 기억들.
두번인가 만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기억들.
그러나, 무엇보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9회말 유격수 키를 살짝 벗어난 끝내기 안타.
그리고, 이후에 운동장에 쫙 뻗어있던 내 후배.
그 녀석은
기억하기에 앞선 수비에서
상대방 타구를 2루에서 아웃시키고
1루 송구가 병살로 연결되지 못한 아쉬움과 심판의 판정에
그렇게 쭉 뻗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기가 끝나도
망연자실하게 걸어나오지를 못하고 주저앉아있던
1루. 2루. 중견수. 우익수
사랑하고 자랑스럽고 대견한 내 후배들.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서도
한동안 억울함으로 경기장을 나서지 못했던 내 후배들.
그 후배들의 얼굴에 드리웠던
아름다운 눈물 역시 기억합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벗어나, 이른바 프로에 들어가면
그런 순수의 모습은 보기 힘들겠지요.
영영 그 후배들이 머리에서 벗어나지를 않습니다.
참 열심히 싸웠는데. . . .
경기가 끝나고 밖에서 후배들을 보았습니다.
길에서 만나면
나보다 좋은 덩치들에 한마디 걸기도 힘든 이들인 것은,
'중앙'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모습들.
땀으로 얼룩이 들고 얼굴을 들지 못했던 녀석들.
참. 세상에서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5월 2일 동대문 경기장에서
간만에,
아주 좋은 생일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후배들의 열정와 순수. 눈물.
그러한 후배들을 둔 이 선배는 참 행복한 놈입니다.
자주 볼 수 없는 선배이지만.
그래도 거기 솟은 우리 집에서 함께 했던 그 경험으로
어디에서는 함께 있을 우리 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과 격려를 보냅니다.
2003년 5월 3일 동대문 야구장에서
중앙고등학교 야구부 후배들은
참 아름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