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유학생의 일기(6)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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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2003-04-12 00:00
늦깎이 유학생의 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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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아줌마와 학장님” 세리아(Celia)는 우리 학교의 청소부 아줌마다. 올해로 10년째 이 곳에서 청소 용역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레스리(Leslie)는 우리 학교의 학장님이다. 그는 Ashridge의 4개 기관(비즈니스 스쿨, 컨설팅, 경제연구소, 경영연수원)을 총괄하고 있는 최고 책임자이며 명실공히 영국 경영학계의 핵심인물 중에 한 사람이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그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곤 한다. 아침 7시경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 그 시간대에 본관계단을 청소하는 세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옆에는 출근 가방을 든 레스리가 함께 서서 아침인사를 나누거나 그 날의 날씨 등을 화제로 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레스리는 세리아가 쓰레기 줍는 것을 도와 주기도 하고, 서로 등을 두드리며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들은 내겐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내 나라에서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한번도 사장님과 청소부가 대등한 입장에서 교분을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근엄한 사장님과 머리 조아린 청소부들의 모습이 고작이었다. 몇 년 전 이곳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에 모 장관님이 런던을 방문하셔서 한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어느 여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장관님은 비서관들을 대동하고 검은 색 벤츠 승용차를 타시고 입장하셨다. 어디서 알았는지 미리 알고 나온 여러 기관들의 내 나라 관료들은 도열한 채 장관님에게 얼굴 도장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관님의 시종 예의 엄숙한 표정과 내 나라 공무원들의 이상한 행동들은 두고두고 영국 교사들과 학생들의 입에 회자됐음은 물론이다. 이 이야기는 그 당시 통역을 맡았던 한인 여학생을 통해 직접 전해 들은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계급과 완장이라는 미망에 싸여 있는 듯 하다. 직업별 직책별 계급, 상위기관과 하위기관이라는 서열, 학벌이라는 신분, 이도 저도 아니면 돈으로 치장된 고급차와 아파트라는 겉치레의 신분질서 등은 흡사 무슨 권력이 되어 우리사회의 행동양식을 지배하고 에워싼다. 상위직이 되면 군림하려 하는 모습, 돈을 벌을 벌면 과시하려는 욕구, 특정 직업을 가지면 그것이 곧 신분이 되는 이런 저런 사회적 현상을 접할 적 마다 나는 만인평등의 기치 하에 무슨 인권선언이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직업과 학벌과 재산에 귀천 없이 인간은 모두 신아래 동일하다고. 1990년대 미국 최고의 경영자로 존경 받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켈러허(Kelleher)회장은 기업성공의 비결을 묻는 어느 기자에게 정비공들과 밤샘작업을 하며 동고동락하는 것이 그 비결일 것이라고 말한다. 겔러허 회장의 말을 계속 들어 보자. “제 어머님께서는 어떻게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알려 주셨어요. 어머님은 비상한 분이셨거든요. 제가 11살, 12살 무렵, 어머님은 주말마다 새벽 서너 시까지 제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셨죠. 어떠한 사람들이든 존경하며 살라고 말입니다. 직책과 직업은 사람을 결코 결정짓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그저 겉치레 일 뿐 실체적 본 모습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전 어머님의 충직한 제자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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