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모교진학시키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한 몇가지 전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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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아이를 미국에서 데려와 중앙중학교에 입학시킨 아이의 아빠입니다. 비록 중학교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앙에 아이를 보내게 된 것에 하나님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모교의 캠퍼스라는 것만은 아닙니다. 현재 중학교는 아마 한국최고의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 지은 건물에, 한 학년에 5학급씩만 있고 2학년부터 남녀공학에, 한 반에 32명입니다. 다양한 실습실도 갖추었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 대해 너그러운 학교였습니다. 아직 1달도 안되었으니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미국에서 5년을 살아 적응을 제대로 할까 걱정했던 우리 아이도 학교에 대해서 대단히 만족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1975년 졸업식을 마치고 처음 찾아간 강당에서 아들의 입학식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회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66회 동기와 같이 모교의 학부형이 되었다는 것도 묘한 기쁨이었구요.
그런데 아래에 중학교에 설치된 중부영재교육원 관련 글과 모교에 진학시키기 운동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 우리 동문들이 생각해야 할 바가 있다고 느껴져 이 글을 씁니다.
첫째, 중부영재교육원에 대해서 약간의 오해가 없기 바랍니다. 비록 중앙에 설치되었지만 중부교육청 관할 중학생들 가운데 선발된 영재를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중앙중학교 학생은 단 한명도 거기에 들어간 학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시설만 이용하는 것입니다. 영재선발은 전 과목 성적우수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더군요. 하지만 장소만 제공할 뿐, 막상 중앙 학생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둘째, 고등학교에는 여러 분 계시다고 들었지만 중앙중학교에는 중앙 출신의 선생님이 딱 한 분 계시답니다. 중앙을 나와야만 더 잘 가르치고 좋은 선생님이라고 옹졸한 마음을 가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계신 선생님들도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현재 중앙동문 가운데도 교직에 계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그 분들이 모교에 부임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지 못한 것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셋째, 제가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점은 중앙중에서 공부를 잘 한 아이들은 중앙고등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분명 중학교는 엄청나게 변했는데, 고등학교는 건물도 거의 달라지지 않아 시설도 낙후되었고 학급 수도 10반이 넘는다더군요. 정말 제가 다닐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학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중앙중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올린 글들이 있는데 거기 보면 중학교는 천국이고 고등학교는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문으로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선생님한테 들은 바로는 지난해 중앙에서 현역 가운데 서울대를 들어간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서울대를 많이 들어간 것이 좋은 학교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모교를 사랑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중앙에 진학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문제는 중학교가 탈바꿈을 해서 한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듯이 고등학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립형 사립고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며 언제 될지도 모를 날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정말 중앙이 한국 중등교육에서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시설투자와 대폭적인 학급수의 감소, 실력있는 교사의 초빙, 21세기에 걸맞는 교육이념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미 진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원하며 동문들이 스스로 모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할 학교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