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보수논객(65회 유석춘교수)과 대표적 진보논객(66회 조희연교수)~문화일보 3/3자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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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급속히 양분 조짐을 보이고있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 대결을 마치 지난 45년 8·15해방 직후 좌우익이 대립하던 혼란상과 비슷한 것으로 비교했다. 해방직후 좌익세력의 확대에 위기감을 느낀 우익세력이 대규모 봉기로 맞섰듯이 최근 대립양상도 진보세력의 약진에 대한 보수세력의 맞대응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열린 보수와 진보진영의 별도 집회가 46년 서울운동장과 남산공원에서 좌우익이 별도의 집회를 연 이후 50여년만에 처음이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화는 지난해 대선운동 기간을 거치면서 뚜렷한 흐름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본보가 지난해 4월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에서 진보적 성향 후보와 보수 성향의 후보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1.7%가 진보성향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7.5%에 불과했다. 반공의 장벽속에 50여년간 금기시돼온 ‘진보’란 단어가 국민 의식속에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됐다. 올들어 지난 2월 중앙일보가 조사한 국민이념성향에 따르면 진보성향을 드러낸 응답이 34%, 보수성향 31.3%로 진보가 2.7%포인트 앞서며 진보와 보수의 비율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의 그 이전 조사에선 보수가 항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국민의 정서변화는 상대 후보에 비해 진보컬러를 보여온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당선을 가져왔고, 그 결과 진보세력이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하는 등 한국사회 중심의 실질적 세력변화가 본격화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두고 ‘주류의 이동’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진보와 보수의 대역전 시동’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계속 있어왔고 없앨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최근 충돌은 그리 생산적 논쟁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남남갈등이 그대로 표출되지 않도록 국민들에 대한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교수는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도 개인적 삶은 진보적이지 않고, 보수도 극우·반공주의에 사로잡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면서 “사상과 삶의 철학보다 단순히 집단성에 좌우되는 이분화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부상하는 진보세력은 ‘오만’을 경계해야 하고, 권력박탈에 따른 충격·반발과 저항기류에 휩싸인 보수층도 세대교체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합리적 ‘신보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들인 것이다.
이에따라 본보는 변화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2003년의 대격동 현상을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끌고 보수와 진보세력 각각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찾아나선다는 취지에서 기획취재물 ‘부상하는 진보, 반발하는 보수’를 5회에 걸쳐 싣는다.
<font color=blue>첫 회에 등장하는 연세대 유석춘교수와 성공회대 조희연교수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보수논객과 진보논객으로 꼽히고 있다. 40대 후반이자 75학번인 두 사람은 중앙고 동문이고 연세대 송복교수의 제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상적으론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font>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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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관련기사1)>"보수 조직화에 문제...위기는 과장"</b>
한국사회의 대표적 40대 보수논객인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48)교수는 “보수가 사회 주도권을 뺏긴 것은 사실이지만 대단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보수가 조직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뿐 사회의 주류는 여전히 보수층”이라고 진단했다. 유교수는 보수란 표현 때문에 보수집단이 손해를 보고있다고 판단, 보수주의란 단어를 ‘성장주의’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보수가 진보에 역전당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보수, 진보의 구분은 진보쪽에서 나왔다. 진보란 좋은 말이고, 보수란 거꾸로 가는 것인데, 이분법 자체가 잘못됐다. 성장주의와 분배주의로 구분해야 한다. 보수가 주도권을 뺏긴 것은 사실이지만 대단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과장돼있다.”
―그럼 대선은 왜 실패했는가.
“한나라당이 선거전략을 잘못 세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6대4 혹은 7대3 정도로 보수층이 많다. 선거 막판 촛불시위가 변수였는데, 노무현후보에게 유리했다. 이회창후보는 대처에 실패했다. 생소한 사건인 만큼 국민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이회창후보는 촛불시위에 휩쓸려 들어가 버렸다. 보수층을 조직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시킨채 우왕좌왕했다. 속수무책이었다.”
―보수란 결국 불리한 것 아닌가.
“진보쪽에서 ‘보수〓수구’란 논리를 퍼트렸고 먹혀들었다. 성장과 분배주의로 구분하면 국민은 성장주의를 택한다. 결국 보수의 포장 방법에서 실패한 것이다. 보수의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다. 한쪽 끝에 있는 수구를 보고 보수 전체라고 이야기하다니. 레토릭에 당한 것이다.”
―보수의 활로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제가 드러난 보수(주의자)는 퇴진하고 청렴하고 깨끗하고 희망을 주는 보수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나이기준이 아니다. 진보를 장밋빛으로만 보지 마라. 분배주의보다 성장주의가 훨씬 나은 이미지다.” 신보영기자 boyo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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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관련기사2)진보학계 대표주자 조희연교수</b>
진보주의 학계 2세대 대표주자인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희연(47)교수는 노무현정권 출범이후 “진보세력이 사회 주류로 등장한 것은 경제발전과 민주화, 시민사회의 발달에 따른 결과로 시대적 대세”라며 “약간의 요동이 있겠지만 큰 틀은 앞으로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보다 진보세력이 많아졌다는 분석에 동의하는가.
“진보가 보수를 역전했다는 구분은 정당하다. 다만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시기마다 변해왔다. 과거 반독재시대에는 극우·파쇼적 보수와 대립이었다면, 현재는 넓은 의미의 보수와 진보세력이 대결하고 있다.”
―진보가 사회주류로 발전하는데 어려움은 없겠는가.
“과도기적인 한국 정치지형상 요동은 치겠지만 경제발전과 민주화, 시민사회발달에 따라 형성된 신주류가 밀려나거나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다만 진보 내부의 이념지향이 확대되고 다양화될 것이다. 노무현식 진보는 민주노동당식 진보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민주당적 진보가 확장될 것으로 본다. 노대통령은 중도개혁자유주의 노선이다.”
―보수주의는 완전 퇴조하는 건가.
“그렇진 않다. 이회창전총재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개혁적·합리적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내부에 ‘꼴보수’가 있다. 구보수에서 신보수로 변화하면 살수있다.”
―한나라당 대선 실패 핵심 원인은 뭐라고 보나.
“한나라당은 양김시대의 절망만 보고 미래의 희망을 보지 못한채 중간층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자주적 대미관계를 확대해석해 ‘반미는 안된다’고 말하는 극우적 보수에 휘둘린 결과가 대선패배를 낳았다. 합리적·개혁적 보수이미지를 계속 창출했으면 붉은악마의 상당수를 흡수했을 것이다.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조교수는 지난해 한 논문에서 한국사회가 대선이후 미국식인 ‘보수주의 대 자유주의’혹은 유럽식인 ‘보수주의대 진보주의’중 하나로 이분화돼 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재곤기자 kon@